사실 상실의 상처가 뭐 그리 대단할까 싶었다. 본인을 절대적으로 사랑해 주는 가족이 곁에 있는데 설마 그럴까 싶었다.
“애도가 시작되었군.”
“벌써요?”
“오래 걸릴 수도 있어.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라고.”
B는 본인 딸 H의 애도기를 말해주었다. H는 초등학교 3학년, 여자 아이다.
《 H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생모를 보고 싶어 하더라.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 내가 이렇게 잘해주는데도 생모를 찾으니 사실 좀 서운한 마음도 있었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
잠자기 전에도 생모가 보고 싶다고 울고, 하교 후에 아파트를 뱅글뱅글 돌면서 생모가 왜 나를 버린 거냐고, 엄마는 알아? 하면서 꺼이꺼이 울고. 시도 때도 없이 우는 거야. 뭐가 그리 서러울까 싶어 물어보면 자기도 이유는 모른데. 그냥 슬프데. 남들과 다른 것도 싫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엄마가 보고 싶기도 하고. 마음 안에 슬픔의 우물이 생겨서 자꾸만, 자꾸만 빨려 들어간데. 아,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바로 상담 센터를 예약했지. 선생님이 그러더라, 태어나자마자 헤어진 엄마와의 이별을 애도하는 거라고. 왜 이제 와서 하냐 했더니, 너무 어려서 하지 못한 애도를 자아가 생기면서부터 하기 시작하는 거라고. 너무 걱정하지 말고 곁을 지켜주라고. 그때는 몇 달만 저러겠지 싶었지. 그런데 3학년이 되었는데도 아직도다. 슬픔의 우물이 다 말라버려야 애도를 마치려나? 얘들마다 애도의 길이가 다르겠지만 우리 아이는 좀 기나 봐. 내가 애가 탄다. 애가 타. 옆에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기도밖엔. 상담선생님이 애도가 다 끝나야 아이가 편해진데.》
애도가 끝나야 편해지다니.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겁부터 난다. 퐁당퐁당 넘어가고 싶다. 그런데 흐지부지 지나가면 다시 온단다. 제대로, 충분히 애도해야 평화가 온다. 그러니 애도기 때 슬픔의 감정을 억누르게 하고, 빨리 털어버리라고 재촉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는 각자의 속도로 애도한다. 마음의 계산 관계는 생각보다 철저하다.
미안하지만 애도는 좀 있다 할게요, 하고 지나가면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 마음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라도 꼭 그것을 거쳐야 한다.
다행이라면 끝이 있고, 끝난 후에는 평화가 온다는 점이다. 슬프다고 도망가지 말아야 한다. 정면으로 받아치면 그때는 힘들겠지만 끝이 난다. 부모는 옆에서 그저 우리는 항상 너의 편이다, 응원한다, 사랑한다,라는 메시지만 주면 된다. 그런데 부모 마음이 그렇게만 되나? ‘아, 이건 지나가는 일이니, 아무것도 아니야’가 말처럼 쉬이 안된다. 아이만큼은 아니겠지만 부모도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