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맞춤이 필요해.

그저 우리가 마주 보는 편이 좋겠다.

by 한여름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의 책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라는 이야기를 우리는 종종 듣곤 한다. 그 덕에 아이와 함께 있을 때에도 읽고 싶은 책을 조심스레 펼치며 조금은 덜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래 이런 모습은 좋다고 하잖아. 교육이지.’라고 생각하면서 내 눈은 언제까지고 책에 머물렀다.


재접근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는 하루 온종일 엄마에게 붙어 산다. 잠깐 혼자 놀이에 집중하다가도 금세 엄마를 찾는다. 거실에서 방으로 엄마가 이동하면 하던 놀이를 멈추거나 손에 들고 엄마를 따른다. 청소를 할 때면 청소기를 졸졸졸, 걸레질을 할 때면 밀대를 종종종. '진짜 강아지같애.' 하고 귀엽기만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아, 나에게도 잠깐 혼자 있을 시간을 줘.’라고 말하고 싶어 질 때도 있다. 하루를 다 보내고 아이의 밤잠을 재우기까지 나의 시간이라곤 단 1분도 주어지지 않는날들의 연속. 하물며 화장실을 갈 때, 샤워를 할 때에도 우리는 함께이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아이에게 “혼자 있고 싶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땐, 책을 펼쳤다. 차마 그 말은 할 수 없기에 책 속에서라도 혼자 있고 싶었다. ‘그래도 책은 괜찮잖아. 이건 미안한 게 아니잖아.’ 하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엄마 책 읽는 시간이야. 우리 아기도 책 가지고 와서 엄마 옆에서 봐.”


라고 말하며 책으로 눈을 돌렸다. 아이는 자신의 책을 가져오기도 하고 그냥 엄마 옆에 머물기도 한다. 자신이 가져온 책 보다 엄마의 손에 들린 책을 궁금해하며 엄마의 책을 뺏기도 하고, 책장을 넘기기도 한다. 그래도 엄마가 책을 놓지 않으면 제 얼굴을 엄마의 팔과 다리에 비비적대며 애정을 요구하는듯한 몸짓을 보이기도 한다. “엄마 엄마 엄마”하고 부르기도 하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거나 등에 올라타며 관심을 돌리려는 행동을 한다. 그럼에도 아무런 죄책감도 깊은 고민도 없이 그저 '책'이기에 괜찮을 거라고 '책'이기에 좋은 시간일 거라고 단정 지어버리곤 내 뜻대로 해버렸다. 나는 종종 그랬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책에 닿아있던 나의 눈이 아이의 눈과 마주친 순간, 책을 보던 눈을 들어 아이의 등을 본 순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오롯이 지금의 시간을 사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책 읽는 모습이 아니라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는 두 눈동자라는 것을. 아이를 향한 ‘시선’과 ‘미소’라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책이든 다른 그 무엇이든 그저 자신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있는 두 눈동자를 애달프게 기다리고 있었으리라. 다시 자신에게로 향하기를 다시 온전히 자신을 담아주기를 내내 애처롭게 기다리고 있었으리라. ‘다시 나를 바라봐주면 방긋 웃어야지..’ 하면서 말이다.


나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 고요히 아이의 눈을 바라본다. 말간 눈. 너무도 말개서 나쁜 생각이라고는 조금도 틈탈 수 없을 것 같은 그 눈이 나를 올려다본다. 지금은 책 읽는 모습이 아닌, 그저 우리가 마주 보는 편이 더 좋겠다. 그러는 것이 훨씬 좋겠다. 지금은 그게 맞다.

하루를 되짚어보았다.
오늘, 나의 눈은 어디에 머물렀는가.
오늘, 우리의 눈은 어디에 머물러있었을까.



아이의 눈을 자주 바라봐주세요.
아이의 눈동자에 오래도록 머물러 주세요.
때로는 눈 맞춤이 그 어떤 스킨십보다 더 진한 사랑의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는 그 시간을 오늘의 가장 두근대고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그 것은 먼 훗날 아이의 가장 강력한 자존감이 되어 줄 것입니다.

잊지마세요 지금, 오늘,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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