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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Oct 18. 2020

아이와 가을 산을 걷곱다

가을, 이 계절의 맛.

집 앞을 산책하다 보면 아이와 산을 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아이와 매일 산책을 한다. 이렇게나 작은 아파트 화단에도 자연이 즐비하다. 개미와 메뚜기는 물론 잠자리와 나비, 콩벌레, 지렁이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아이는 새를 만나기 위해 산책길에 나선다. “짹짹이” “까까기” 하고 외치는 아이에게 산책은 언제나 새를 만나기 위한 시간으로 인식되었다. 까치 까마귀 그리고 이름 모를 작은 새들 그리고새들이 와 따먹는 갖가지 나무 열매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의 산책길 친구는 그 것 말고도 많다. 솔방울, 솔잎, 흙과 바위, 하늘과 바람. 제 마음대로 생긴 돌멩이들.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고 어느 것 하나 아이에게 새롭지 않은 것이 없다. 게다가 우리가 아무리 선을 긋고 반듯이 깎아 놓아도 계획된 꽃과 풀만 자라지 않는다. 언제나 여기저기 듬성듬성 이름 모를 들꽃들 이름 없는 들풀들이 힘차게 자라 나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화단에도 계절은 찾아온다. 가을이 온 아파트 정원에도 역시나 가을 풍경이 내려앉았다. 설악산의 단풍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가을 내를 맡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느낄 만큼은 된다. 수수하게 떨어진 낙엽들이 가는 길목마다 쌓여 가을의 운치와 가을의 소리를 들려준다. 가을의 소리는 아이의 귀를 사로잡는 산책길의 좋은 친구가 되었고, 이 가을에는 바스락 친구를 만나러 산책길을 나선다. 낙엽이 떨어지는 풍경 그리고 굴러다니는 모습, 소리, 아무렇게나 부서진 나뭇잎의 모습 하며 곳곳에 떨어진 메마른 나뭇가지들. 어느 것 하나 가을이 아닌 것이 없고 어느 것 하나 어여쁘지 않은 것이 없다.


아이에겐 이 곳은 작지만 충분히 풍요로운 작은 숲, 작은 정원이 된다.

아이와 단 한 번도 산에 오르지 못했다. 돌 전에는 외출이 적었고, 외출을 하여도 유모 차위에 있어 자연을 느끼기엔 너무 어렸다. 걸음마를 시작하자 코로나도 같이 시작되어 산책이라고는 집 앞 산책이 대부분이었다. 어쩌다 한 번씩 들르는 근처 공원도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아이이기에 사람이 많으면 돌아와야 했다.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도 함께 하고픈 것도  참 많은데 포근한 봄과 싱그러운 여름을 그저 보내주었다.

그러나 올 해가 다 가기 전에 아이와 산에 오르고 싶다. 이 가을을 보여주고 싶다. 봄도 여름도 순순히 보내주었으니 이 가을 만은 아이와 나누고 싶다. 봄보다 더 화려한 가을의 색을 가을의 깊어짐을 아이와 함께 느끼고 싶다. 산 가득한 낙엽과 색색의 화려한 단풍과 높은 가을의 하늘을 본다면 아파트 담벼락 속 화단이 아닌, 길가에 심긴 꽃이 아닌 깊은 산, 깊은 가을을 만난다면 아이의 마음에 무엇이 새겨질까. 이 가을은 어떻게 남겨 질까. 작은 숲에도 이토록 행복해하는 아이에게 매일 산책마다 낙엽을 밟고 낙엽을 줍고 가을 열매를 손에 들고 행복해마지 않는 아이에게 진짜 가을산을 선물하고 싶어 졌다.


너무 늦지 않게 이 가을, 아이와 산에 오르고 싶다.

벌써 겨울의 찬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서둘러야겠다. 아직은 조금 더 가을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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