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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첫돌 그리고 우리의 첫돌

아이도 부모도 우리 가정도 모두 첫돌이지.

by 한여름


아이의 처음 생일을 지나 돌잔치까지. 드디어 꼬박 1년을 보내고 그 1년을 기념하는 돌잔치까지 마무리했다. 아이의 처음 생일을 축하하는 돌잔치를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왜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아 여태 그런 걸 하는 걸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아이를 낳으면 돌잔치는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때엔 아이의 ‘돌’이 얼마나 특별한 순간인지 알지 못했다. 내가 겪고 보니 아이의 1년은 신생아에서부터 인간의 생애 가장 큰 성장과 도전이 담긴 엄청난 시간이었고, 엄마의 1년 또한 여자에서 한 아이의 엄마로 변화하기 위해 그동안 여자를 감싸고 있던 단단한 껍질의 한계를 깨치고 나오기까지의 실로 놀라운 1년이었다.

우리는 가족들과 함께 작은 돌잔치를 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돌잔치를 할 곳에 전날 방문하여 미리 돌상을 차려 둘 수 있었다. 대여하지 않고 하나하나 고민하며 준비한 소품들로 손님을 맞이할 룸을 우리의 빛깔로 정갈하게 다듬어갔다.


깊은 밤, 텅 빈 룸에서의 우리 세 사람.

기분이 묘했다. 어둑어둑한 공간, 아무도 없이 고요한 이 공간이 다음 날이면 복작복작할 테고, 우리 아가의 1년을 축하하는 시간으로 채워질 걸 생각하니 뭉클했다. 코끝이 찡해지는 느낌이 들어 얼른 사진을 찍고 서둘러 그곳을 나왔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내내 기분이 이상했다. 좋으면서도 기쁘면서도, 마음이 들뜨지 않고 오히려 차분했다. 이제는 조금 느긋해도 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생아 시절을 거쳐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너무 작고 연약하기만 한 아이가 혹여 어찌 될까 언제나 조마조마했다. 자면서도 늘 불안했고 아직은 불완전한 존재 같았다. 여전히 아기일 테고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이제는 조마조마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법 사람다워졌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아이에게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도 첫돌은 찾아왔다. 가족이 된다는 것, 한 남자와 한 여자로 만나 사랑을 하고, 서로의 남편과 아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기꺼이 허락하고, 자그마한 집을 꾸미고 가꾸며 둘의 공간을 사랑과 온기로 가득 채워나간다. 그렇게 사랑과 온기로 채운 둘만의 집에서 두 사람을 똑 닮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온 갖가지의 감정을 주고받으며 끈적이고 끈끈한 세월을 쌓아간다. 때로는 벽을 허물기도 하고 때로는 벽을 쌓기도 하고. 좋아서 견딜 수 없는 시간을 지나 못 견디게 미운 날들도 지나 평온의 시간도 격정의 시간도 지나오면 그렇게 가족이 된다.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를 미워하기도 하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에둘러 나가는 말을 사랑인 줄로 알아채는 내공을 겸비하고, 보잘것없는 사소한 일로 서로의 내면까지 오해하는 일 따위는 적어도 없을 때. 비로소 진짜 가족이 되었다 한다.

그 수많은 시행착오, 서로를 향한 끝없는 헤아림, 이해, 존중. 어쩔 수 없이 파고드는 미움과 번민. 수없이 겪어내는 오해와 엇갈림. 부부간에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간에 그 많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이겨내고 지나오며 가족을 만들고 가정을 다듬는다.

우리는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진짜 가족. 진실하고 간결하게, 다정하고 따뜻하게 나의 가정은 날마다 여물어간다. 아이에게도 부모 된 우리도 그리고 우리가 셋이 된 내 가정에도 첫돌이 됨을 넘치게 축하한다.


- 이토록 낭만적인 날이 또 있을까 싶은 아이의 첫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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