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미안해.
너를 만나 한번 꼭 안아주고 싶은데
너를 만나면 책 한 권 다정하게 읽어주고픈데
너를 만나면 만날 수만 있다면
너의 그 말간 웃음을 휘어진 눈꼬리를 지켜주고 싶은데
너를 만나면 따뜻하고 맛있는 밥 먹여주고 싶은데
너를 만나면 만날 수만 있다면 부족한 엄마지만 너의 엄마라도 내가 되어주고 싶은데
아무것도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게
너를 만날 수도
도와줄 수도
안아줄 수도
손 한번 따뜻하게 잡아줄 수도 없다는 게
더 이상 이 세상에 정인이라는 아이는 없다는 게
가슴이 무너져서 너무 아파서
내 아이와 함께인 동안에도 그 아이를 떠올려본다.
내 아이가 웃을 때 그 아이의 웃음을 떠올리고
내 아이가 울 때 그 아이의 울음을 떠올려본다
내 아이를 보는데도 자꾸만 떠올라
안을 수 없는 그 아이를 대신해
내 아이를 꼭 안아본다. 아주 꽉 껴안아본다.
이렇게 작았을 텐데
이렇게 응석 맞고
이렇게 장난스럽고
이렇게 호기심 많고
이렇게 웃음 많고
이렇게 사랑이 넘쳤을 텐데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 아이를 이제야 알아서
나는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