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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Mar 08. 2021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너를.

우리 아이는요,

우리 아이는요, 책 읽기를 좋아합니다. 재미있는 그림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것을 즐깁니다. 산책도 좋아합니다. 산책을 하며 꽃과 나무 개미를 보는 것을 좋아하고 유독 새와 나무 열매를 사랑합니다. 잔디밭이나 흙길을 걷는 것을 편안하게 다듬어진 길을 걷는 것보다 좋아하고 공놀이나 달리기보다 자연을 탐색하고 탐구하는 것, 발견하는 것에 흥미가 많습니다. 걸음마를 16개월 즈음 늦게 시작하여 아직 계단 오르내리기나 달리기 등은 서툰 편입니다.  낯선 곳에서도 새로운 교구나 장난감을 마음껏 탐색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긴 시간도 즐겁게 보낼 줄 압니다. 새로운 것을 만났을 때 두려워하기보단 궁금해하며 신중하기보단 과감하고 조심하기보단 직접 부딪혀 알아가기를 즐기기 때문에 때로는 위험한 행동을 할 때도 있습니다.  밥이든 간식이든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나 미각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면도 있습니다. 음식의 질감이 불편하면 뱉어내기도 하고 입안이 좁아 밥을 조금만 많이 넣어도 헛구역질을 합니다. 촉각에도 민감합니다. 조금이라도 가슬 거리는 재질을 옷이나 양말 때로는 옷에 붙은 택에 '아파'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기저귀를 불편해하는데, 바지 속에 손을 넣어 만지거나 기저귀를 만지며 불편해한다면 기저귀가 돌아가 가운데에 끼어있는지 확인해주면 금세 괜찮아집니다. 특히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것을 알아가기를 좋아합니다. 질문하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기분이나 상태를 서툴지만 문장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사람을 좋아하며 음악과 노래 부르기 춤추기를 좋아하고 역할놀이와 블록놀이를 즐겨합니다.


잘 울기도 하지만 잘 그치고, 짜증을 부리는 듯하다가도 마음만 알아주면 금세 말간 웃음을 보여주는 알쏭달쏭 재미난 아이. 모든 것이 서툴고 아직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도 잘 모르는, 작고 작은 몸으로 2살 인생을 개척해가는 우리 아이가 선생님의 사랑과 가르침으로 자신만의 고유함을 예쁘게 빗어갈 것을 믿어요. 유주의 첫 사회생활을 선생님께 맡깁니다. 유주의 한 해가 선생님을 통해서 새로워지고 더욱 풍성해질 것 같아 벌써 설레고 기대되어요. 가정에서 가르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언제라도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25개월에 첫 사회생활을 앞두고 있는 아이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옷을 단정히 입히고, 아이가 자신의 물건을 잘 간수할 수 있게 이름표를 붙여주거나 잘 다녀오라고 다정히 인사를 건네는 일뿐이다. 그 공간 안에서 선생님과 그리고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를 경험하고 배우고 익히는 것은 오롯이 아이의 몫이다. 입소를 앞둔 어린이집의 준비서류에 '우리 아이는 이래요'라는 이름을 가진 종이가 한 장 포함되어있었다.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작은 도움. 아이가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어린이집 생활을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그리고 담임선생님께서 우리 아이를 조금이나마 앞서 파악할 수 있도록 기록하는 것. 내가 아는 것을 정성스레 적어 보내는 것. 


단절된 경력을 회복하려 이제 막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엄마와 그런 엄마 때문에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이. 둘 다, 우리 모두,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새로운 자리에서도 행복하면 좋겠다.


'엄마도 노력할게. 너도 힘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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