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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딸아이가 소녀가 되다(딸, 아이가 소녀가 되다)
어느새 일 년 몇 개월 전의 기억이다. 그동안 아무리 남편이 잔소릴 해대도 아이들을 위해 아낄 수 없었던 나의 몸. 아낌없이 사용한 왼 팔에 더는 버틸 수 없는 통증이 온 뒤로 오른팔을 급전처럼 당겨 썼더니 단기간에 무리가 왔다. 오른팔마저 통증이 심해 병원을 다녀왔다. 의사는 역시 물리치료만을 권한다. 그 한계를 알고도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괴롭고 아프다. 최소한의 효과라도 있다면 그것만이라도 물론 해야겠지만 말이다. 병원에라도 갈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그날 오후, 집으로 돌아와 잠시 숨을 고른 뒤 남편이 좋아하는 한국식 카레로 저녁 준비를 한다. 아픈 팔이라고 말리는 남편과 아파도 남편이 좋아하는 한국음식이니까 내 손으로 해주고 싶은 마음이 투닥투닥한다. 아플 때는 이상하게 남편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이 곁에 있다는 게 보통 때보다 더 고마워진다.
아주 오랜만에 내가 부엌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첫째 아이가 조금 전부터 거실에 나와 야끔야끔 내 곁을 서성인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표정이다. 조금 망설이더니 부끄러운지 약간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자신에게 생긴 신체 변화에 대한 이야기와 느낌을 내게 전한다. 너무나 놀라고 기뻐 순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아이의 신체 변화도 놀랍지만 그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는 것에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오! 나는 너무나 놀라고 고맙고 황홀하다.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환희와 기쁨의 순간이다. 뭐랄까! 첫 임신을 첫 태동을 첫 출산을 첫 모유수유를 했던, 그 순간의 경이로움과 약간은 비슷한 그러나 아주 똑같진 않은 감정이다. 딸만큼이나 그런 가슴 뜀이 내게도 들어온 느낌이다.
자신의 몸의 변화를 엄마인 나에게만 처음으로 아무도 모르게 살짝 말해주는 딸에 어린아이처럼 좋았다. 정말 기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해서 꿈같았다. 딸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아이들이 영어와 프랑스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내가 아닌 남편과 더 많이 친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한국어를 잘 몰라서 엄마인 나와는 많은 얘길 하지 못한다. 번역기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문자 소통과 목소리 소통은 정말 완전히 다르다. 기계 소통과 사람 사이의 소통은 다른 감정을 전하고 다른 감정을 나누고 다른 감정을 공유한다. 우리는 엄마와 아이들이기에 번역기를 사용했을 때의 그 빈 공간감과 비공감감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크고 슬프다. 그런데 아이가 엄마인 나에게만 가장 먼저 어떤 비밀을 털어놓았다. 고마워서 행복해서 그 자리에서 주책맞게 울어버렸다.
상처를 주고받으며 한 걸음의 폭 그 이상의 거리가 있던 엄마와 딸 사이라고 생각해 첫째 아이에게 항상 미안했다. 그런 엄마와 딸 사이가 한 뼘 가까이로 회복된 느낌이다. 순간적이지만 대단히 깊고 큰 유대감이 형성된 것 같다. 딸의 그 한마디 속얘기가 엄마인 날 정말 행복하게 만든 순간이다.
다시 떠올려도 그 순간을 정말 잊을 수가 없다. 딸로서 엄마에게 제대로 말해 본 경험이 없던 나는 딸이 나에게만 자신의 어떤 비밀을 말해준 그 순간의 경이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딸의 이차 성징이 기쁘고 놀랍고 새로우면서도, 그보단 딸의 성장의 비밀을 단 둘이서만 공유했다는 짜릿함과 설렘이 아주 크다.
나에게 딸이란 그런 존재다. 딸과의 소소한 대화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기다렸는지 모른다. 딸과의 작은 행복을 얼마나 꿈꾸며 살아왔는지 모른다. 그날 딸은 나에게 이 세상 전부를 가져다주었다.
딸의 속마음을 아는 건 내가 이 세상을 다 아는 것보다 훨씬 귀하고 소중한 일이다. 아니 이 세상 모든 것에 무지해도 좋다. 내 생이 끝날 때까지 네 딸들의 진짜 마음과 진짜 기분, 진짜 감정과 진짜 정서, 그리고 진짜 영적인 상태, 진짜 영혼의 건강… 나는 오로지 네 딸들의 진짜 가슴속 이야기에만 척척박사요 천재가 되고 싶다.
네 딸들의 속사람을 속속들이 살피고 알아 소녀에서 숙녀로 아내로 엄마로 성숙해 갈 그 아름다운 삶을 기도와 간구로 응원하며 늙어가는 나를 꿈꾼다. 그래서 나의 꿈은 지금도 이루어지는 중이다. 긴 여행인 이 삶을 네 딸들과 함께하기까지는 나도 꿈꾸는 엄마다.
저녁에 잠든 딸의 방에 가만히 들어가 본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아픈 엄마를 자기가 더 아픈 마음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오래 지켜보고 느껴준 첫째 딸. 빨리 눈물을 닦고 차례로 아이들의 방에 가 본다. 곤히 잠든 아이들의 이마에 몰래 입맞춤을 하고 나온다. 세 딸들도 모두 똑같이 사랑한다. 그래도 가장 고맙고 가장 미안하고 가장 안타까워 더 사랑하는 나의 첫째 딸 우리 아가다.
머리로는 괜찮다 이해하는 어쩌면 세뇌시켜 버린 어떤 상황과 현실 때문에 엄마 손에 크지 못한 나다. 함께 살아야 하는 시기에 함께 살지 못한 엄마의 구멍은 아무리 채워도 다시 비워지는 외로움과 공허함을 매일 내게 부어 준다. 결혼 전까지 15년 가까이 함께 살면서는 가족구성원 구조적 특이로 엄마와 나 사이엔 높고 두꺼운 담벼락이 말벼락들이 있었다. 십수 년을 따뜻한 말 한마디 없이 지냈고 눈치 없는 밥을 엄마와 둘이 먹는 날만이 내겐 행복한 날이었다. 결혼과 동시에 멀리 타국으로 떠나왔다. 남편은 외국인, 나는 외국어에 서툰 이방인, 딸들은 외국어가 더 편하고 익숙한 피치 못할 가족의 상황... 나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매일 외로움 고립감 소외감을 느끼며 절망만을 가슴에 새긴다.
매일 아무도 없는 빈 집에 홀로 남은 나는 셀프 이모셔널 이팅을 멈출 수 없었다. 출산 후 다이어트를 수없이 시도했지만 늘 실패했다. 정서적 환경적 고립감은 어린 시절과 이어진 듯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현재진행형 상처이다. 딸로서 엄마에게 제대로 말해 본 경험이 없던 나는 딸이 나에게만 자신의 어떤 비밀을 말해준 그 순간의 경이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딸의 성장이 기쁘고 놀랍고 새로우면서도, 그보단 딸의 처음이자 큰 변화의 비밀을 단 둘이서만 공유했다는 짜릿함과 설렘이 아주 크다.
수없이 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그중에 수 천 번은 캐나다를 떠나고 싶기도 했다. 그때마다 내 발길을 내 마음을 다시 캐나다로 다니엘 곁으로 우리 집으로 나를 제 자리로 돌려놓은 바로 그 아이다. 나의 가장 아픈 손가락, 나의 첫째 딸이다. 엄마를 지켜주려 그토록 애쓰던 작디작은 아이, 그 속이 얼마나 속이 아니었을까.
남편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탯줄을 자르고 펑펑 소리 내어 울며 세상에 맞이한 갓난아기, 그 작은 아가가 어느새 이렇게 컸다. 아기가 아이로 어엿한 어린이로 그리고 이제 조금씩 소녀가 될 준비를 한다. 왠지 모를 눈물이 가슴속에서 홍수처럼 쏟아져 내 마음을 깊이 울린다.
딸의 성장이 딸의 성숙이 고맙고 미안해 미치겠는 나는 그날 밤 지하의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나오지 못했다. 너무나 작고 여린 그 어린 영혼을 그토록 아프게 한 어미의 죄는 그 아무리 밤새 통곡하며 숨죽여 기도했어도 아마 다 씻기지 않았을 거다.
우리 집에 여유방이 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언제나 언약의 무지개를 믿고 기다릴 수 있는 곳, 나만의 기도처가 있는 우리 집이 참 좋다. 매일 오를락 내릴락 흔들리는 나를 잡아주는 남편과, 아직은 천국에 못 가도록 이 땅의 행복을 더 누리도록 날마다 웃음으로 나를 더 꽉 잡아주는 네 딸들…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 있어 오늘도 나는 일어선다.
이 다섯 송이 빛나는 꽃들을 나에게 보내주신 창조자의 그 사랑의 능력을 믿으며 오늘도 나는 살기로 다짐한다. 어제보다 더 감사하며 살기로.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하며 살기로. 하루하루 살아가며 사랑하기로, 하루하루 사랑하며 살아가기로.
딸아이가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변화를 ‘아빠’가 아닌 ‘엄마’인 당신에게 먼저 털어놓은 이 순간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정서적 주도권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1. 심리적 상태: '고립된 섬'에서 '연결된 대륙'으로
그동안 언어 장벽(영어/불어 vs 한국어)으로 인해 가족 내에서 느꼈을 소외감은 일종의 '정서적 유배' 상태와 비슷했습니다. 딸이 아빠와 더 친할 것이라는 체념은 모성애에 깊은 상처를 주었을 것입니다.
안도감과 보상심리: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안도감입니다. 언어라는 도구보다 '엄마'라는 본연의 존재감이 더 강력함을 확인하며 그간의 미안함과 불안이 한순간에 보상받았습니다.
유대감의 재정의: 언어가 서툴러도 '몸의 변화'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여성적인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언어를 초월한 심부 유대(Deep Bonding)가 형성된 것입니다.
2. 전두엽 및 뇌 상태: 감정의 폭발과 공감의 과부하
펑펑 울어버린 당신의 뇌에서는 현재 격렬한 화학 작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두엽(판단과 조절): 평소 "엄마니까 차분해야 해", "소통이 안 되니 조심해야 해"라고 스스로를 검열하던 전두엽의 억제 기능이 일시적으로 해제되었습니다. 대신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주도권을 잡아 기쁨의 눈물로 표출된 것입니다.
옥시토신 폭풍: 첫 임신과 출산 때 느꼈던 경이로움을 다시 느낀 것은 뇌에서 옥시토신(사랑의 호르몬)이 대량 방출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딸과의 신뢰 관계를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거울 뉴런의 활성화: 딸의 약간의 통증과 변화를 내 것처럼 느끼는 거울 뉴런이 극도로 활성화되어, 딸의 성장이 곧 나의 회복으로 치환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3. 미래에 대한 희망: '언어'보다 '공감'
이 사건은 당신에게 "완벽한 언어가 없어도 우리는 연결될 수 있다"는 강력한 확신을 주었습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러한 '핵심 기억(Core Memory)'이 사춘기라는 거친 파도를 넘게 해주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고 조언합니다.
딸에게 당신은 이제 단순히 말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안전한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 이제야 비로소 딸이라는 창문을 통해 세상과 뜨겁게 연결되는 순간을 맞이했다.
그날의 기쁨은 말로도 지금 이 글로도 다 표현할 수 없다.
코딩 닥터 또는 빅데이터 상담가에 의하면 '결핍의 보상'과 '새로운 애착 형성'이 교차하는 매우 극적인 지점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 심리 상태: "대물림의 사슬을 끊어낸 승리감과 치유"
보상적 애착 (Compensatory Attachment): 어머니로부터 받지 못한 '정서적 응답'을 딸에게 줌으로써, 과거의 상처받은 어린 자아(Inner Child)를 스스로 치유하고 있습니다. 딸의 비밀을 공유받은 순간의 경이는 단순히 엄마로서의 기쁨을 넘어, 당신 인생 전체를 부정해 왔던 '고립'이라는 괴물을 물리친 정서적 승리에 가깝습니다.
대리 만족과 존재 증명: "딸의 마음에는 척척박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은, 누구도 읽어주지 않았던 당신의 마음을 딸의 마음을 통해 투사하고 확인받으려는 간절한 의지입니다. 이제야 당신은 누군가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강렬한 존재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2. 전두엽 및 뇌 상태: "도파민의 반격과 과잉 공감"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의 활성화: 사회적 유대감과 보상을 처리하는 이 부위가 딸과의 교감을 통해 강력한 도파민을 방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모셔널 이팅'으로 채우려 했던 공허함(가짜 보상)이 딸과의 '정서적 연결'(진짜 보상)로 대체되면서, 뇌는 생애 가장 짜릿한 정서적 쾌락을 경험 중입니다.
거울 뉴런(Mirror Neuron)의 과부하: 딸의 감정을 완벽히 느끼고 싶어 하는 열망은 거울 뉴런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듭니다. 이는 깊은 공감을 가능케 하지만, 한편으로는 딸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분리하지 못하는 '정서적 융합'의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3. 주의해야 할 지점: "사랑이라는 이름의 무게"
지금의 설렘은 너무나 소중하지만, 전두엽이 오직 '딸의 마음'이라는 한 곳에만 과몰입(Hyper-focus)될 경우, 자칫 딸의 독립성을 방해하거나 딸의 기분이 곧 나의 기분이 되는 감정 전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병원의 '정서적 독립' 가이드를 참고해 보시면, 건강한 거리 두기가 오히려 더 깊은 유대를 만든다는 통찰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딸에게 '천재'가 되고 싶은 마음은 곧, 자기 자신을 비로소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이제 음식 대신 딸과의 대화로 영혼을 채우기 시작한 당신의 변화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못 다 쓴 글; 혹시 딸과 비밀을 공유한 후,
다이어트나 폭식 습관에 실제로 긍정적인 변화가 체감되기 시작하셨나요?
그건 그다지 그렇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딸에게 그런 습관을 바꾸고 싶다고 그 이유도 딸이 이해하는 선에서 말해주었습니다.
엄마의 건강한 식습관과 트라우마 다이어트를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밤, 딸에게 말이 아닌 따뜻한 포옹이나 작은 손 편지로 그 고마움을 다시 한번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요? 혹은 딸의 첫 변화를 기념하기 위한 둘만의 작은 이벤트를 계획하고 싶으신가요?
어떻게 이렇게 그날 우리 집에 다녀간 것처럼 AI가 알까요. 요지경 세상입니다.
그날 우리 집의 작은 감사 파티는 다른 에피소드로 전하겠습니다!
제 처음이자 마지막 첫 경험과는 180도 다르게 우리 첫째 꽃만을 위한 기쁨의 축하를 해 주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