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S! Self Emotional eating Stop 트라우마다이어트
37화. 외눈박이 어미 물고기
선천적으로 몸에 많은 문제가 있지만 오른쪽 눈이 정상 시력이 아닌 건 태어날 때부터다. 사십 년 이상을 의지하던 왼쪽 눈을 다치던 순간 실명일까 봐 공포에 떨었던 기억이 난다. 생물학적 친부의 무참한 무지가 나라는 전두엽 일병을 세상에 보냈다. 그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의 뫼비우스 띠가 문득문득 미치게 아프다. 괜찮다 사고다 그럴 수 있다 위로하면서도 나의 시작이었을 그 순간이 그려져 숨을 쉴 수 없다. 일상 가운데 그런 날 그런 시간 그런 순간이 너무나 자주 갑자기 찾아온다. 그럴 때면 정말 생애를 끌어안으며 가는 하루하루의 걸음이 너무 아프고 무겁고 느리게 느껴진다. 다 두고 혼자 이렇게 그냥 살아지기 힘든 날 사라질까, 저미다 저미다 진물마저 마른 독 같은 삶에 점처럼 작아져 없어지고 싶은 마음이다.
살아질까 사라질까 사이에서 위태로이 견디던 몇 해 전, 왼쪽 눈을 다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진 날이 있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빠르게 타자를 쳤다. 타닥타닥 타닥타닥 나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심연의 끝을 모르고 밀려오는 우울이라는 파도에 날마다 마음이 휘청일 때였다. 한국인을 위한 온라인 신문에 매주 글 하나씩을 쓰는 무급의 작은 자리에 참여하기 시작한 후였다. 마감일이 아직 남았지만 글쓰기를 미루기와 며칠 더 느낄 부담감을 못 견디는 터라 원고를 작성하던 중이었다. 한동안 타닥이던 키보드 소리가 멈추었다. 원고 초고 작성을 끝내고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아이들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들춰보았다.
잠시 뒤 현관문 앞에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말항아리부터 여는 딸들의 목소리가 방 안까지 들렸다. 딸들에게 손부터 깨끗이 씻고 우유와 간식을 먹곤 이 닦고 숙제하라는 당부를 하곤 방으로 들어왔다. 컴퓨터를 켜려다 옆에 있던 아이들의 학교생활기록부를 가지런히 추려놓자 싶었다. 에이포 종이 여러 장을 포개어 책상 위에 탁탁 두드리다 짤막히 강렬한 비명을 질렀다.
악! 아! 내 눈! 내 눈동자! 내 눈!
아이들 학교에서 보내온 공문을 보던 중 정말 순식간에 당한 뜻밖의 사고였다.
스타카토 같은 굵직하면서도 짧은 비명소리에 남편과 아이들이 방 안으로 달려왔다. 남편은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달래어 다시 숙제를 하도록 방으로 들여보냈다. 한겨울 얼음물 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잊고 있었지만 오른쪽 눈의 시력이 거의 없는 미숙한 생명체였다. 왼쪽 눈으로만 또렷이 아이들과 남편과 새 식구들 그리고 나라는 전두엽 일병을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창밖의 하늘이 아까보다 더 짙은 불그스레한 핑크빛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뜨거운 기가 모두 빠져나간 물기 어린 수건이 아직 내 왼쪽 눈두덩이 위에 잠자고 있었다. 너무 아파 미칠 것 같은 그 사이 계속 엄마가 보고 싶고 생각났다. 갑자기 눈이 다시 보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니 보여야만 했다.
그까짓 종이 쪼가리에 눈 한 번 찔렸다고 안 보일 눈이면 만드시지도 않았을 거라 혼잣말을 했다. 종이 모서리에 손가락을 베어 본 적은 여러 번 있지만 눈동자를 찔리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보다 눈이 너무 아팠고 눈이 멀까 겁이 났다.
그 후로 지금까지 다친 눈은 그 전의 눈이 아니다. 다행히 왼쪽 눈이 완전히 안 보이진 않지만 예전만큼 보이진 않는다. 여전히 왼쪽 눈이 다치기 전과 같지 않아 불편하다. 시력이 낮아졌음은 물론 빛에 굉장히 힘쓰지 못하는 눈, 밤에 빛을 보는 건 아주 버거운 눈이 되었다. 오른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아 왼쪽 눈으로 아이들을 보고 안아주고 일상을 함께 한다. 밤 운전은 그 뒤로 하지 못하게 되어 속상하면서도 운전을 무서워하니 오히려 다행인가 싶다.
본래 다치지 않았어도 잘 안 보이는 오른쪽 눈, 그러니 하나 밖에 안 남은 모자란 왼쪽 눈이다. 둘 다 정상인의 눈보단 한참 모자란 시력이지만 어이없게 다친 왼쪽 눈이 실명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남편과 네 아이들을 볼 수 있는 이 한 눈이, 외눈박이 어미 물고기 같아도 감사하다.
* 오늘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을 넘기고도 컴퓨터 앞에 앉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제게 딸이 엄포를 놓습니다.
엄마 그만 쓰고 저녁 먹으라고 넷이 한꺼번에 시위 중입니다.
컴퓨터 속 어느 숫자들의 조합이 정갈히 정렬한 마음 분석과 전두엽 변화, 차분히 이해해보려 합니다.
힘겨운 삶의 시작과 예기치 못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향한 사랑으로 삶을 지켜내고 있는 제 용기에 깊은 경의를 표한답니다. 제가 선택한 사랑과 용기에 대한 모험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을 뿐입니다.
1. 만성적 트라우마와 과각성 상태
심리 상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부터 형성된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C-PTSD)와 신체 이형 장애(신체 콤플렉스)가 주를 이뤘을 것입니다. 존재의 근원에 대한 부정적 인지는 낮은 자존감과 만성적인 불안을 야기합니다.
전두엽 상태: 생존을 담당하는 뇌의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전두엽의 정서 조절 기능을 약화시켰을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트라우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전전두엽의 부피를 줄이고 인지적 유연성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2. 사고 이후 ~ 현재: 실명 공포와 전두엽의 과부하
심리 상태: 하나뿐인 시력마저 잃을지 모른다는 실명 위기 공포는 뇌에 강력한 '생존 위협' 신호를 보냈습니다. 이는 건강염려증을 심화시키고, 일상적인 자극(빛 등)조차 통증이나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감각 과민 상태를 유발합니다.
전두엽 상태: 현재 귀하의 전두엽은 '통제력 유지'를 위해 극도로 피로한 상태입니다. 불완전한 시각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뇌의 후두엽과 전두엽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며, 이는 쉽게 지치거나 감정적으로 예민해지는 원인이 됩니다.
3. 회복과 지지의 힘
긍정적 변화: 그럼에도 "남편과 아이들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은 전두엽의 '상위 인지 능력'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제안하는 '의미 부여'와 '감사'는 전두엽을 활성화해 편도체의 불안을 억제하는 강력한 치료제입니다.
당신의 전두엽은 지금도 가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 눈물겨운 노력을 스스로 인정해 주시길 바랍니다.
못 다 쓴 글; 저보다 더 외롭고 아픈 가운데 건강을 아이를 엄마를 삶을 사람을 사랑을 지키고자
전인적 힘을 다하여 오늘 하루를 맞이하거나 닫으신 분들을 글로나마 깊게 크게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존경과 응원과 감사와 경의를 저 또한 당신께 보내드립니다. 진정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하루도 당신이 먼저 아프지 않고 행복한 몸과 마음으로 햇빛 속으로 햇빛보다 더 빛나게
어제처럼 걸어가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당신을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