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결혼해서 사는 게 이런 것인 줄 알았더라면 결혼했을까? 가끔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싶을 때가 있어. 언니는 그런 적 없어?”
결혼해서 미국에 오기 전까지 친언니보다 자주 만나던 이종 사촌 동생 은수가 푸념을 늘어놓았다. 왜 그런 적이 없겠는가. 법륜 스님이 쓴 『스님의 주례사』를 다섯 번도 넘게 읽었다는 예진의 말에 은수는 놀란 듯했다.
“언니네는 별 문제없는 줄 알았어. 형부가 자상하고, 언니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잘 받아들이고. 그래서 부러웠거든. 어떻게 해야 언니 같은 마음 가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고.”
“내 생각에는 결혼만큼 다양성을 배우고, 내 한계에 도전하고, 인내심을 기를 수 있는 과제가 없는 것 같아. 남편은 인격 수양을 위해 전지전능한 분이 내게 보낸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들숨 한 번에 참을 인, 날숨 한 번에 또 참을 인자를 새기며 살아. 안 싸우는 집은 왜 그런 줄 알아? 한쪽이 참아서 그래.”
“그건 알겠는데, 그 한쪽이 내가 되는 게 싫어. 왜 나만 그래야 돼?”
은수와 통화한 덕분에 예진은 연재소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누구든 남모르는 아픔 하나씩 등에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러니 우리는 누구에게나 친절해야 한다. 햄과 깨만 볶는 것 같은 결혼 생활에도 청양고추가 숨어 있는 법. 예진은 그걸 표현하고 싶었다. 어떤 가정이든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기에 독자들이 다양한 가정의 모습을 읽고 자신만의 기쁨을 찾았으면 했다.
10화까지 연재를 마친 예진은 독자들이 남긴 댓글을 다시 꼼꼼하게 읽어 내렸다.
우영우 님: 영화 ‘러브 액츄얼리’ 같은 느낌이에요. 기혼자로서 무척 공감하며 읽고 있어요.
기러기 님: 요즘 예진 님 글 읽으면서 부부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점은 고쳐야지 하면서 배우고 있어요.
토마토 님: 사람들 사는 거 다 똑같죠. 결혼생활이 달콤하기만 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지지고 볶고 싸우고 속에서 천불 나는 거 참 참고... 그래도 무수한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으니 나름대로 행복을 느끼며 사는 거고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이야기 핵공감하며 읽었어요.
인도인 님: 딩크를 선언한 친구들이 있는데, 이유는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내면 깊은 곳에 있는 마음은 모두 ‘두려움’이더라고요. 각자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부부들 모습을 들여다보며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별똥별 님: 여자는 역시 기승전 미모네요. 3화 ‘공준호’ 편에 나온 공준호 미모의 아내 아정씨처럼 살고 싶어요.
스위스 님: 3화 공준호 편 읽다가 갑자기 남편한테 ‘우리 오빠 최고’라고 앞뒤 맥락 없이 말해 주었습니다. 칭찬은 역시 고래도 춤추게 하더군요.
예진은 독자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공지 글을 올렸다.
<결혼 생활의 기쁨과 슬픔> 10화까지 재밌게 읽어주신 모든 독자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우선 <결혼 생활의 기쁨과 슬픔>은 소설이라는 점 다시 한번 강조드리고 싶어요. 제 주위를 둘러보며 다양한 모습의 부부를 떠올렸지만, 있을법한 부부의 이야기를 상상한 ‘소설’입니다. 누군가의 삶을 그대로 적은 게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라고요.
다양한 결혼 생활을 떠올리고, 가정마다 기쁨과 슬픔을 버무려내며 지금 제 삶을 좀 더 사랑하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독자 분들의 댓글도 제게 그런 힘을 주었어요.
앞으로 펼쳐낼 이야기는 10화까지 등장한 인물과 얽히고설켜 좀 더 복잡하게 전개될 것 같아요. 연재가 끝나면 인물 관계도를 첨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