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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민 Jan 26. 2021

삶의 터널을 지날 때...

이사야 38장 17절 묵상

     

 아기들이 보통 10개월 정도가 되면, 보통 영·유아 검진을 받습니다. 

저희 둘째도 그때쯤 근처 병원에서 문진표도 작성하고 검사를 받았습니다. 한 가지 찜찜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잘 못 걷는다는 점이었지요. 큰 애는 10개월쯤 되었을 때, 기기도 잘하고, 꽤 걷었는데, 둘째는 아예 기지도 못했기 때문이었지요.      


 설마, 별 일 있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검사를 받았습니다. 뜻밖에도 담당 의사 선생님께 좋지 못한 소견을 들었지요. 다른 건 모두 정상인데, 둘째의 발육에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소견을 말씀하셨지요.   

     

 다른 아이들은 안았다 내려놓으면 걷지는 못해도, 두 발로 버티고 서곤 한다는데, 저희 둘째는 그저 풀썩 주저앉아 버렸지요. 척추나 다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아직은 어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돌이 될 때까지도 비슷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장애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전문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고,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저희 부부 마음은 가을날 낙엽처럼 바스락 부서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평안했던 저희 가정은 하루아침에 폭풍전야가 되었지요. 그냥 좀 늦는가 보다 안일하게 생각했던 제 자신이 한스러웠습니다. 아이한테 좀 더 관심을 가질 걸, 미안하고 속상했지요. 이런저런 상념들이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그날부터 저희 가정은 비상체제에 들어갔지요. 미지근했던 신앙이 뜨거워졌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매일 가정에서 작정 예배를 드렸고, 쉬는 시간마다 시간을 정해 기도했지요. 제발 아이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몇 주를 보냈지요.     

 

 그러던 중 저희 부부 마음에 “빨리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라!” 하는 성령의 인도하심이 느꼈습니다. 기도 가운데 받았던 마음을 나누자, 집사람도 같은 마음을 받았다고 말했지요. 그렇게 저희 부부는 한 마음으로 둘째 아이 일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만 철썩 같이 믿고, 돌 때까지 기다리려던 마음을 돌려, 당장 정밀 검사를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로마서 8장 26절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     


 저희 부부의 연약함을 잘 아셨던 성령님께서 저희 기도를 들으시고, 이 가정을 복된 길로 인도해 주셨지요.   

   

 부랴부랴 서울대학병원에 예약을 잡고 진료를 기다렸습니다. 보통은 몇 달이 걸려도 못 잡을 진료 일정이 그 주에 잡혔지요. 순탄히 이루어지는 일정을 보며 성령님의 함께하심을 느꼈지요. 그럼에도 마음은 불안했고, 흔들렸습니다. 일 때문에 집사람과 아이를 홀로 병원에 보내면서, 초조하게 검사 결과를 기다렸지요.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저 기도가 절로 나왔지요.      


 그동안 신경 많이 못 써준 둘째에게 미안했고, 주님께 더 간절히 의지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회개가 나왔습니다. 그 와중에 한 가지, 마음에 분명한 깨달음이 왔습니다. 그동안 온 가족이 무탈하고 건강하게 지냈던 일이 다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깊이 묵상하게 되었지요.      


 내가 잘해서, 내가 잘나서 잘 지내는 줄 알았던 착각들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한순간만 손을 놓으시면, 이렇게 다 부서지고 망가져 버리는 인생인데, 그동안 내가 너무 몰랐구나, 은혜에 감사하지 못했구나, 생각하게 되니 얼마나 눈물이 나오던지요. 깊은 회개가 나왔습니다.      


 감사하게도 그렇게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게 되자, 신기하게도 마음에 담대함이 임했습니다. 오늘까지 인도하신 주님께서 앞길도 함께 하시리란 신뢰가 마음을 붙들어 주셨지요.  심령을 묶고 있던 염려와 두려움들이 씻은 듯 사라져 버렸습니다.(할렐루야!)   


 감사와 기쁨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데, 마침 기막힌 타이밍으로 집사람에게 연락이 왔지요.       


 대학병원 전문의 왈 


“아이가 너무 잘 먹어서 무거워서 그렇습니다.(뚱뚱하단 말이지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둘째는 그렇게 아무 이상 없이 지금도 건강히 잘 자라고 있습니다. 벌써 세 돌이 지났고, 지금은 무척 탄탄한 두 다리로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고 있지요. 모든 일이 다 하나님의 은혜셨지요.      


 지금은 웃으며 얘기 하지만, 그땐 정말 정신이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그 시간들이 지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그저 감사할 뿐이지요. 무엇보다 그 일을 통해 새롭게 주님 은혜를 돌아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사야 38장 17절 보옵소서 내게 큰 고통을 더하신 것은 내게 평안을 주려 하심이라 주께서 내 영혼을 사랑하사 멸망의 구덩이에서 건지셨고 내 모든 죄를 주의 등 뒤에 던지셨나이다     


 작은 아픔이 뜻밖에 주님의 은혜를 더 깊이 체험하는 통로가 되곤 함을 느끼게 됩니다. 아프기에, 연약하기에 오히려 주님을 바라보게 되고,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게 되고, 주님의 평안 안에 머물게 되는 듯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당한 어려움이, 그저 그런 아픔으로 마무리되지 않고, 우리 주님을 바라보는 기회로 변화되길 소원합니다. 지금 잠깐 아프고, 어려워도 이 터널 끝에 살아계신 우리 주님께서 양팔 벌리고 우리를 맞을 준비를 하고 계심을 믿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서 이 터널의 마지막 구간을 잘 지나가길 응원합니다.      


오늘 하루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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