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r 민 Feb 21. 2021

결혼생활, 험악한 세월???

창세기 47장 9절 말씀 묵상

    

  

 짧은 결혼생활을 하며 느끼는 건, 결혼생활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험악한 세월” 까진 아니더라도, 소소한 삶의 일상을 통해 깨지고 부서지며, 다듬어지는 날이 많지요. 하나님께서 놀라운 인내심을 가지고, 부족한 절 빚어가심을 느끼곤 합니다. 

     

 한 번은 미혼인 동료분과 결혼과 연애에 대한 얘길 나누었습니다. 이런저런 대화 끝에 결혼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었고, 그때 전 미혼자와 기혼자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결혼과 연애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시각차임을 배우게 되었지요.

        

 아마 대부분의 미혼, 비혼인 분들은 연애와 결혼이 비슷하리라 상상하시겠지요.  돌싱이 아닌 이상,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그렇게 예상하는 게 당연할 듯합니다. 하지만 짧은 결혼 생활 가운데 제가 깨달은 진실은 결혼과 연애는 완전 다른 종류란 것이지요.  마치 사과와 귤이 다르듯, 개와 고양이가 다르듯, 결혼과 연애는 100% 다른 종류입니다.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연애와 결혼의 제일 큰 차이는 우리 자신의 바닥을 보았느냐, 입니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연애를 하면서 자신의 추한 밑 낯을 보이는 사람은 없겠지요. 좋은 모습만 보여도 부족한데, 쓸데없이 가장 숨기고 싶은 밑바닥을 보이진 않습니다. 게다가 연애 기간 중엔 피할 곳도 있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거나, 우울한 땐 안 만나면 되지요. 짜증을 대신 들어줄 가족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면 상황이 180도 달라집니다. 피할 길이 없습니다. 피난처는 더더욱 없지요. 상대로부터 감정적, 육신적 피곤을 느꼈을 때, 돌아갈 피난처, 바로 그곳에 우리의 웬수(?)가 떡하니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기지 못할 순간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그럼 결국 크던 작던 폭발을 경험하게 되지요. 저도 결혼 초 몇 번의 폭발을 경험하며, 스스로에게 실망도 많이 했고, 낙심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도 큰 아이를 재우다 또 한 번 폭발(?)을 경험했습니다. 다음날 일찍 출근하는 날이라 안 그래도 신경이 쓰였는데, 아이가 새벽에 갑자기 깨서 울었습니다. 나쁜 꿈을 꾸었는지, 왜 그랬는지, 갑자기 깨더니 울며불며 야단을 쳤지요. 건너 방에서 둘째와 고이 자고 있던 집사람은 차마 깨울 수 없어, 올라오는 울화를 꾹꾹 누르며, 아이를 재웠지요. 애를 쓰며 30~40분 노력을 했지만, 그럴수록 큰 아이는 더 악을 쓰며 울었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집사람까지 깨운 후에야 일은 마무리가 되었지요.   

  

 평소 같으면 아이를 잘 다독였겠지만, 저도 신경이 많이 쓰였는지, 말이 거칠게 나왔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큰 아가, 왜 그래 나쁜 꿈 꾸었어? 무슨 일이야?” 했을 텐데,      


 저도 모르게 “야! 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하고 다그쳤지요. 스스로에게 잠결이었다고 아무리 핑계를 대 보아도, 그게 저의 진짜 모습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아들이라도, 감추고 싶은 모습은 있게 마련인데요. 저는 새삼 그렇게 초라한 제 인격을 재회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많이 적응했지만, 그래도 이따금씩 속이 상합니다. 씁쓸하기도 하지요. 이렇게 밖에 못하나, 하며 제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그럼에도 소망을 갖는 까닭은 주님 때문이지요. 이렇게 흠이 많고 연약한 절 끝까지 사랑하시는 주님의 은혜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나님의 은혜       


 창세기 47장 9절에서 10절 말씀 야곱이 바로에게 아뢰되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하고 야곱이 바로에게 축복하고 그 앞에서 나오니라     


 당시 세계 최강대국의 이집트의 수장, 바로 앞에서 “험악한 세월”을 운운하며 축복 기도해 주는 야곱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그간 수많은 풍파와 역경 속에 다듬어지고 다듬어진 그는 마치 조약돌처럼 반질반질한 성품의 사람이 되었겠지요. 그랬기에, 초강대국의 지도자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하나님을 선포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삶은 연애와는 달리 항상 짜릿하고 흥분된 나날이 이어지진 않지요. 오히려 짜증을 참고, 화를 삭여야 하는 날이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연애만 하면 절대 못 느낄 은혜를 결혼생활 중에 종종 체험하곤 합니다. ‘험악’까진 아니더라도 꽤 힘들고 고된 가정생활이지만, 주님의 은혜가 함께 하기에, 오늘까지 왔구나, 새삼 깨닫게 되지요.      


 야곱의 삶도 그렇지 않았을까, 묵상하게 됩니다. 수많은 실패와 고난, 역경과 문제를 만났지만, 끝까지 붙드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야곱은 바로 왕 앞까지 오게 되었지요. 연약하기에 하나님의 은혜를 붙들었고, 그 은혜 때문에 모든 역경을 통과했던 야곱의 삶을 보며, 저도 그런 복된 삶 살기를 소망해 봅니다.    

  

 고린도전서 15장 10절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모든 것이 다 주님 은혜임을 깨닫습니다. 매일의 삶, 연약한 내가 아닌, 능하신 주님만 신뢰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이전 09화 꾸는 인생, 꿔주는 인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