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시마드(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교 산림학과 삼림 생태학 교수)의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는 500쪽이 넘는다. 나무를 좋아한다만 학자도 아닌데 나무에 대해서 이만큼을 읽어야 하나...시간 대비 효율성을 계산하며 잠시 당혹스럽다.
예상과 달리 책은 쉽게 읽히고 흥미롭기도 감동적이기도 했다. ‘숲속에서는 늙은 나무와 젊은 나무가 화학적 신호를 내보내며 서로를 인지하고, 서로 소통하고, 서로에게 반응한다. 인간의 신경 전달 물질과 똑같은 화학 물질을 사용하며, 나이든 나무는 어떤 묘목이 자신의 친족인지 아닌지 구별할 줄 알고, 어린 나무들을 양육한다’는 것이다. 수잔은 평생을 이를 입증하는 실험을 하면서 숲과 실험실을 오간다. 서술 방식이 흥미로웠다. 어린 시절의 미세한 기억부터 연애와 결혼, 직장생활과 육아, 이혼과 투병,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까지 자신의 삶을 숲에 대한 연구와 밀착해서 보여준다. 수잔과 나무가, 수잔과 숲이 같이 숨쉰다.
어머니 나무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숲에서 가장 큰 나무다. 어머니 나무는 가지가 꺾이거나 부상을 당한 친족에게 탄소를 더 많이 보내고 자신의 수명이 다할 때도 어린 묘목들에게 더 많은 탄소를 보낸다.
“단순히 인간과 견줄 만하거나 인간과 같은 특징이 있을 뿐 아니라,
나무들은 사람이다.
나무 사람.” 486p
수잔은 우리가 어머니 나무를 만나기를 바란다. 수잔의 이야기를 다 읽고(자전적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학적이고 과학책이라기엔 이야기가 너무 재밌고) 여러 생각이 든다. 자연은 강한 것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이라 배웠는데 수잔은 나무 실험을 통해 보살핌과 소통, 협력을 보여준다. 상품성 있는 미송들만 골라 심은 곳의 미송들이, 미송의 생장을 방해한다는 자작나무를 비롯해 다른 나무들과 함께 자란 곳의 미송보다 더 일찍 죽거나 건강하지 못했다.
교실을 떠올린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만 모아놓은 교실(예전에 특설반이 있었지)과 다양한 아이들이 공존하는 교실, 어느 교실의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까? 더 어리고 부족한 나무에게 탄소를 더 많이 주는 어머니 나무 같은 선생님이 되면 아름답겠다. 바람에 흔들리는 햇살을 따라 사그락대며 햇살 틈틈이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가족과 이웃을 떠올린다.
어머니 나무는 친족 나무뿐 아니라 이웃 나무들에게도 탄소를 나누어 준다. 나무들은 거대한 뿌리로 서로 얽혀 있으며 이를 통해 소통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어린 묘목을 돌보지 않는 어머니 나무는 없다. 나도 어머니에게서 피와 살을 나눠 가졌고 보살핌을 받았고 생의 거의 모든 것을 배웠다. 이웃에게 받은 것들도 있다. 내가 이웃에게 준 것들도 있다. 여전히 꼴보기 싫은 이웃이 있지만 그에게 받은 것도 있지 않을까 잠시 어머니 나무에 빙의되어 너른 품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렇게 숲을 이루고 살아간다.
생명을 배운다.
“나무, 동물, 심지어 진균까지, 즉 인간이 아닌 모든 생물 종이 이런 주체성을 가진다는 것에 주목하면 그들도 우리가 스스로에 부여한 만큼의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사소해 보이는 것들에게서 생명의 숨소리를 듣는다. 학대받아도 되는 생명은 없다.
수잔은 암 투병 중에도 어머니 나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300년 동안의 프로젝트다. 지구 반대편의 나도 어머니 나무 프로젝트에 동참한다. 숲은 아름다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