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공부를 하려거든

장경오, <행여*공부를*하려거든>

by 문학교사 체

기말고사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자습 또 자습. 자습하는 모습만 봐도 시험 성적을 대충 알 수 있다.


# ○○은 오늘도 거울 삼매경. 얼굴보다 큰 거울을 꺼내놓고 종일 자기 얼굴을 감상한다. 질릴 만도 하건만. 자기애가 무척 강한 인간 유형이다.


# ○○와 ○○은 머리카락을 최대한 흐트려 얼굴을 뒤덮고 한 팔을 베개 삼아 숙면을 취한다. ○○은 오른팔을 베고, ○○은 왼팔을 베고 똑같은 자세로 나란히 숙면. 데칼코마니다.


# ○○은 열심히 수학문제집을 푼다. 어리석은 놈. 이런 유형은 수학 선생님 앞에서는 국어문제집을 풀 가능성이 아주 높다.


# ○○은 국어 교과서를 정독하면서 복습중. 대견한 녀석. 어슬렁거리며 슬쩍 보니 틀린 답을 써놓고 복습까지 하고 있다. ○○에게 답이 맞는지 틀린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이 중요할 뿐.


# 자유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불안해하는 ○○ 외 다수. 내 이런 불안한 영혼들을 위해 준비해온 일명 빡.지. 교과서 어디서 어디까지 그대로 베끼기. 그제서야 연필을 들고 편안한 표정을 짓는, 빡지를 쓰면서 공부했다고 뿌듯해하는 부자유에 익숙한 영혼들. 교사나 돼서 빡지나 준비하는, 불쌍한 영혼들에 대한 넘치는 배려 혹은 직무유기.


# ○○은 자습이라는 말에 미소를 띄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자습을 줄지 알고 있었다는 듯. 수업 시간에 다 이해한 유일한 ○○만 눈을 반짝이며 또 공부를 한다. ○○의 머리는 출제될 것과 버려질 문제들을 골라내느라 바쁜 것 같다.


이런 글을 쓰는 장경오 선생님 한번 뵙고 싶다 photo@지인


<행여*공부를*하려거든>은 고3 선생님의 3625명 공부습관 관찰기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한장한장 느껴진다. 무엇보다 글이 너무 재밌다. 혼자 낄낄거리며 보기 아까워 동료 선생님들께도 권했는데 다들 재밌어 하신다.

“중학교 때부터 과외 선생을 붙여 지금까지도 과외를 시키는데 국어 점수가 50점을 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학부모가 있었다.

상담의 요지는 그래서 자습을 빼고 집에서 과외를 더 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 학생은 지금까지 국어 공부를 단 한 번도 혼자서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옆에 선생님이 없으면 글을 이해할 수 없고 문제를 풀 수 없는 자였다. 그의 뇌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중이었다.

과외를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말하자 흰색 페라리에 아들을 태운 어머니는 인사도 없이 시속 80km로 학교를 빠져나갔다. 시속 30km 제한속도 표지판의 충고는 그들에게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 -습관 中”


““선생님 저는 독서실에서 공부를 해야 집중이 잘 돼요” 하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다. 공부의 조건이 까다로운 자들이다. 독서실 같은 조건에서만 집중이 잘된다는 것은 독서실에서 시험을 봐야 점수가 잘 나온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들의 성격만큼이나 성적도 늘 까다롭다. 문제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찾는 자들이 대부분이다. 반면에 거기가 어디가 됐든 바로 거기서 30초, 1분이라도 공부를 하는 자들이 있다. 그곳이 어디든 당장 공부를 시작하는 자들, 최상위권은 그들 가운데 있다. -right now 中”


사흘 뒤 ○○들은 어떤 표정일까. 시험 끝나면 마음편히 <행여나 공부를 하려거든>을 읽혀야겠다. ○○들아 공부하자 쫌-



keyword
이전 13화I prefer not to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