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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교사 체 Mar 16. 2021

요가는 나의 꿈

클레망틴 에르피쿰, 『요가, 몸으로 신화를 그리다』

복부를 단단히 조이면서 상체를 길게 세워줍니다. 양팔 위로 끌어올려 어깨를 가볍게

“으윽”

복부 당기고 하체 무릎이 펴지지 않게 단단히 당겨줍니다

“으으윽”

다리 단단함 유지하고 옆구리는 더 길어지고

“악 아아아”

여유가 되시면 천천히 합장하면서 시선 손끝 바라봅니다

“허어억 헉”    


유튜브 채널에서 요가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홈트가 유행이라더니 홈요가도 해 볼 만한 정도가 아니라 very good이다. 나는 요가를 정말 좋아한다. 코브라처럼 상체만 번쩍 들어 뒤로 젖혔다가 고양이처럼 엉덩이를 치켜올리고 앞으로 팔을 쭉 뻗는 시원스러움이 좋다. 펴지지 않는 오금을 쫙쫙 펼 때의 찌릿찌릿한 고통도 좋다. 등을 곧게 펴고 팔을 앞으로 뻗어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어깨 근육이 천근만근 내려앉을 때쯤 전해지는 손 끝의 뜨끈한 열기도 기분좋다.     


나는 요가를 정말 좋아하지만 슬프게도 내 몸은 따라가질 못한다. 몇 년 전 요가 학원을 다닐 때였다. 몸에 착 붙는 요가복을 입은 젊은 여자들은 어찌나 유연하고 매끄럽게 동작을 하는지 나는 맨 뒷자리에 매트를 깔고 그녀들을 따라하기 바빴다. ‘그래, 젊으니 좋구나!’


한 번은 오전 10시 강좌에 갔더니 주로 60대로 구성된 젊은 할머니 또는 늙은 아주머니들이 푸근하게 대화를 나누며 매트를 깔고 있었다. 간혹 70 정도 된 진짜 할머니들도 보였다. 이번에는 그녀들이 힐끗거리며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젊으니 좋구나’ 싶은 눈빛임에 틀림없었다. 앞자리에 매트를 깔고 선생님의 시범을 따라했다. 그런데 …… 그녀들은 나보다 더 휙휙 휘어지고 쭉쭉 뻗고 잘 버텼다. 충격이었다. 내 몸은 어찌하여 이들보다도 못하단 말인가. 휘지도 꼬지도 찢지도 못하고 직립보행밖에 할 수 없다는 말인가. 그녀들은 속으로 말했을 것이다. ‘젊은데 어찌’     

알라딘 책 검색을 하다 ‘요가’를 쳐보았다. 아무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스크롤을 쭉쭉 내리다 운명처럼 구매를 클릭하고 말았다. 『요가, 몸으로 신화를 그리다』. 요가, 몸, 신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패키지로! 몸은 사람이고 얼굴은 개인 생물체가 엉덩이를 치켜들고 다리를 쭉, 팔과 등을 쭉 펴고 삼각자세를 취하고 있는 표지가 구매를 확신케했다. 미술사학자이자 요기니인 작가 클레망틴 에르피쿰, 브뤼셀미술아카데미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만화를 전공한 그린이 카앗. 작가와 삽화도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긴다.


기대 이상이었다. 아사나(요가 자세) 방법, 요가의 창시자 시바와 관련한 신화, 아사나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가 소복하게 담겨있다. 깊게 우러낸 곰국 같다기보다 한 접시에 예쁘게 담아낸 샐러드파스타 같은 가볍고 상쾌한 맛이 느껴지는 책이다.     



요기는 소머리 자세를 취하며 소의 힘과 여유를 동시에 배운다. 이 자세를 취하는 동안 세상의 동요와 인간의 갈등에서 멀어질 것이다. 크리야난다는 소머리 자세가 양좌든 음좌든(어떤 무릎이 위로 가느냐에 따라 달라짐) ‘신체적·정신적 풍요’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소머리 자세를 통해 요기는 관대해지는 법을 배워, 풍요를 거두게 될 것이다. 112-114p    


아침 6시 10분. 오늘도 어김없는 알람 소리에 5분만 더 5분만 더 눈뜨기를 미룬다. 잠을 깨는 데는 스마트폰 블루라이트가 최고다. 이십 분 삼십 분 블루라이트에 노출되어 폰세상을 허우적대다 빠져 나와 출근 준비를 하고 현관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맡고 나서야 정신차리기를 반복하는 일상. 지난 수 년의 아침 풍경을 올해는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 전 모닝요가!


다행히 작심 3일은 넘기고 있다. 5분만 더 5분만 더 하며 블루라이트 속으로 빠져들기 전 리모컨을 눌러 즐겨찾기 해둔 모닝요가를 켠다. 뻣뻣한 몸의 뼈 마디마디, 세포 하나하나 일으켜 세우고 호흡을 하며 이른 아침의 여유를 만끽한다. 요가는 시바 신(요가의 창시자)만큼이나 낯설고 아스라이 멀리 있지만 나는 오늘도 멋진 요기가 되고 싶은 꿈을 꾸며 현관문을 나선다.     




연꽃 자세는 요가의 창시자인 시바가 자신의 아내인 파르바티에게 요가를 전수하기 직전에 취했던 첫 번째 요가 자세다. 연꽃 자세는 명상을 상징하는데, 이는 척추를 곧게 세운 상태로 편안히 앉는 자세다. 연꽃 자세를 통해 명상의 깊은 단계에 도달한 요기의 몸은 안정을 유지한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24p    

탄트라(고대 힌두교 경전) 시각에서 뱀은 우리 안에 잠재된 우주 에너지를 의미한다. 이 에너지는 ‘똘똘 감긴 것’이라는 의미의 쿤달리니라 불린다. 쿤달리니는 깨어나게 되면 척추 아래에 머문다. 쿤달리니가 잠들어 있을 때, 우리는 의식이 각성도지 않은 채로 무감각하게 살아가게 된다. 다양한 연습을 통해 요기는 쿤달리니를 깨워 척추를 통해 정수리까지 끌어 올리는 시도를 하게 된다. 32p   

 

아기들은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하다. 힌두교 사상에서 현자들은 이러한 아기들의 특징을 지닌다. 모든 집착이나 미움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의도와 계산 없이 행동하고, 자신의 욕망을 다스릴 줄 안다. 요기가 이러한 의미를 떠올리며 아기 자세를 한다면 평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42p    



미미한 시각적 혹은 청각적 자극만으로도 균형은 깨지기 쉽다. 시선이 흔들리기만 해도 중심을 잃을 것이다. 한 발로 서서 균형을 유지하려면 먼저 자신의 시선과 생각을 고정해야 한다. 요기는 시선을 고정하며 독수리의 예민함을 배운다. 독수리의 뛰어난 시력은 사물을 실제 모습 그대로, 즉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을 상징한다. 온갖 장애물을 뚫고 암리타(불멸의 생명수)를 획득하기 위해 가루다는 무엇보다 명확한 상황 분석력을 발휘해야 했다.

“깨닫는 자에게는 날개가 있다.”-브라흐마나(힌두교 성전 『베다』의 해설서 68p    


춤의 왕 자세는 결코 쉽지 않다. 선 활 자세로도 불리는 이 자세는 아름답고 우아하지만, 난이도가 있어서 무용을 접해온 사람들에게 더 유리한 자세다. 그러나 신체적 조건보다 중요한 것은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자세를 익혀나가는 것이다. 1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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