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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누나 Oct 04. 2021

편식

어느 육식파의 이야기

나는 편식이 심하다. 일단 밥은 흰쌀밥이 제일 좋고 콩밥은 정말 싫다. 콩을 씹을 때 식감이 별로라 콩밥이 나오면 잔머리를 쓰기 시작한다. 집에서 엄마가 콩밥을 하신 거면 밥을 담을 때부터 콩을 피해 쌀밥만 고른다. 만약 그런데도 콩이 섞여 나오면 까만 콩만 밥에서 다 모아 한 번에 먹어 버린다. 그렇게 하면 밥을 편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만약 밖에 나갔는데 콩밥이면 분위기 봐서 몰래 콩을 밥그릇 한쪽에 몰아넣고 먼저 한 번에 먹어 버린다. 그렇다고 콩자반이나 두부를 안 먹는 건 아니다. 다 먹는다. 다만 밥에 콩을 테러하는 걸 정말 싫어할 뿐이다.




반찬도 좀 가린다. 어릴 땐 나물 종류는 콩나물과 숙주나물 빼고는 아예 입에 대지도 않았다. 특히 시금치는 정말 꺼렸는데 시금치 잎의 축축함이 별로였다. 그러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 먹기 시작해서 지금은 나물을 조금은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엄마와 내가 먹는 양의 차이가 크다. 엄마는 나물을 엄청 좋아해서 반찬 통에 나물이 금방 동이 나는데 나는 조금씩 집어 먹는다.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편이다.


주로 좋아하는 건 고기 종류다. 철저히 육식 파라 솔직히 반찬에 고기 없이 풀만 있으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면서 ‘먹을 게 없다.’라고 생각한다. 삼겹살을 제일 좋아하고 치킨도 맛있고 닭도리탕이나 각종 육류는 대부분 좋아한다. 남들이 꺼린다던 닭가슴살도 정말 좋아한다. 아무래도 이런 식성 때문에 살이 안 빠지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생선은 삼치를 선호한다. 비린내가 상대적으로 덜 나기 때문이다. 갈치는 뼈 바르는 게 힘들어서 잘 안 먹고 집에서는 주로 고등어를 먹는다. 갑각류 중에는 새우가 제일 맛있는데 게는 잘 안 먹는다. 1년에 한 번도 안 먹을 때가 있다. 우리 식구 모두 게를 손에 들고 살만 바르는 걸 잘 못 해서 더 그렇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튀김이나 랍스터는 괜찮다.


간식도 많이 좋아하는데 과자도 잘 먹고 빵은 더 좋다. 과자와 빵을 잘 먹는 입맛은 아빠 닮았다. 아빠가 주전부리를 정말 많이 하셨다. 담배와 술을 멀리하셨기 때문에 입이 심심하거나 금연할 때 힘들면 과자를 입에 달고 사셨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잘 먹는다. 어릴 땐 아빠가 일 끝나면 붕어빵을 항상 사 왔다. 1000원에 10개 하던 시절에 한 봉투 사 오면 온 가족이 맛나게 먹었다. 아빠가 아파서 못 드실 때까지 아빠의 주전부리는 끝나지 않았다.



가끔 엄마가 말한다.


“그렇게 편식하니까 맨날 골골하지.”


맞는 말이긴 한데 먹기 싫은 걸 어찌 강제로 먹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내가 골골대고 자주 아프긴 하지만  크게 아픈 적은 의외로 별로 없다. 그건 내 동생 쪽이다. 튼튼한 거 같은데 한 번 아플 때 많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할 정도가 되어버린다.


위의 음식 중 정말 아니다 싶은 건 역시 콩밥이다. 건강 생각하면 골고루 먹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조금씩 먹도록 해봐야겠다. 콩밥 빼고




사진 출처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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