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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코코 누나 Feb 18. 2023

나는 10살 할배견 포메라니안 코코와 함께 산다 - 1

2개월 강아지 낯선 집에 오다




결혼이란 눈치게임 


 여자 나이 서른 즈음되면 주변에서 결혼 이야기가 슬슬 나온다. 나도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도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때 나는 결혼보다 부모님과 나, 내 동생 이렇게 넷이서 사는 일상이 그저 좋았다.

십 대에는 학교 다니느라 바빠서 여행을 다니거나 사이좋게 외식할만한 상황이 되지 못했다. 이십 대에는 대학에 다니며 취업 걱정을 하느라 바빴다. 이십 대 중반 이후로 각자의 여유가 생기면서 여행도 적극적으로 다니고 같이 시간을 더 보내게 되었다. 우리끼리 함께 한다는 소중함을 알게 되어 좋았는데 우리 가족에게 변화가 생겼다.


먼저 테이프를 끊은 건 내 동생이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결혼에 큰 뜻이 없었지만, 동생은 아니었다. 지금의 제부를 만나 연애하더니 순식간에 결혼 날짜까지 잡게 되었다. 새로운 인생을 앞둔 동생이 고민할 건 없어 보였지만 딱 한 가지를 걱정했다. 바로 부모님이다.


우리 집은 내가 첫째 딸이고 동생이 둘째 딸이자 막내다. 나는 첫째 딸답게 나름대로 듬직함을 자랑했고, 동생은 애교 많고 집안의 분위기를 밝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런 동생이 집을 떠나 신혼살림을 차리는 게 기쁘기도 하지만 무뚝뚝한 세 명만 남게 될 집이 동생도 나도 걱정되었다.



집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아기 코코


가족을 만난 아기 포메라니안 


시간은 흘렀고 동생이 결혼할 날짜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동생이 나가면 휑할 집과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기쁨이 우리 집을 휘감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니 낯선 생명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낯선 하얀 솜뭉치가 눈앞에서 왔다 갔다 했다. 말 그대로 하얀 솜인형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얼떨떨하게 보고 있으니 동생이 말했다.


"언니, 우리 집 강아지야."

하얀 솜인형의 정체는 2개월 된 포메라니안이었다. 강아지 종도 잘 몰라서 동생에게 여러 번 물어봤다. 아기 코코는 제부와 동생이 시내에 나가 동물병원에서 사 왔다. 동물병원은 특이하게 분양도 같이하고 있었는데 주로 하얀 포메라니안을 팔았다고 한다. 수많은 강아지 중 동생은 가장 활발하게 ‘앙앙’하고 짖던 우리 코코를 데려왔다고 한다.



집, 울타리, 물통, 배변패드까지 가득한 공간에서 평화롭게 자고 있는 아기 코코


동물병원에서 사 온 아기 코코는 가격도 어마무시했다. 강아지 가격과 강아지 집, 귀 청소액, 눈 청소액, 로열캐닌 퍼피 사료까지 다 사니까 백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비용이었다고 한다. 동물병원은 좁은 공간에다 두고 강아지를 키우기 때문에 가정에서도 공간 제한을 권했다. 그래서 처음에 울타리도 같이 사 왔다.


이 모든 일은 강아지에 대해 무지해서 벌어졌다. 지금이면 병원에서 사 오지도 않았을 거고 무리하게 울타리에 가두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때는 우리 식구 그 누구도 이게 잘못되었다는 걸 몰랐다. 그저 아기 코코가 우리 집에 온 것 그 사실만이 중요했다.



코코가 처음 왔을 땐 그저 신기해서 이리저리 만져보곤 했다

낯선 강아지와의 동거 


아기 코코가 집에 온 후 우리 집은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첫 번째로 바뀐 건 식구들의 태도이다. 모두 성인이 되어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어서 여행은 자주 다녔지만, 역설적으로 각자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게다가 다들 일하다 보니 피곤해서 대화가 줄기도 했다. 식구들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고 거실에 모이게 한 존재가 바로 아기 포메 코코다. 코코가 생기며 신기하고 귀여워 사진을 찍고 모습을 관찰하고 대화를 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바뀐 건 공간이다. 부모님은 원래 깔끔한 걸 좋아한다. 두 분 모두 청소하는 걸 게을리하신 적이 없고 필요 없는 건 바로 버리자는 생각하고 계신다. 당연히 집에 물건이 가득 쌓이는 걸 싫어하시는데 거실 한쪽에 강아지 울타리와 배변판과 패드, 물통, 강아지 집이 생겼다. 아기 포메의 물건들을 보며 우리 집에 새로운 식구가 왔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고 서서히 적응해가고 있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바로 우리 아빠다.


▶ 다음 편에 계속


★ 출처  

- 사진 : 개인 소장 및 픽사베이,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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