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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코코 누나 Mar 23. 2023

강아지가 살찌면 수술이 힘들까?

코코의 슬개골 탈구 수술기

충격적인 진단


“더 미루면 나중에 걷기 힘들 수도 있어요.”


어느 날 충격적인 말을 의사 선생님께 들었다. 코코 다리를 더 내버려 두면 최악의 경우 걷기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다른 증상 때문에 병원에 간 건데, 다리에 대한 가는 길에 충격적인 소리를 들어서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가장 중요한 걸 물었다. 


“코코가 좀 뚱뚱한데 수술해도 돼요? 살 빼고 하라는 소리를 들어서 지금까지 못한 거거든요.”


말 그대로다. 지금까지 미뤄온 이유는 코코의 살 때문이다. 살이 찌면 수술을 해도 예후가 좋지 않다고 해서 살 빼기를 기다렸던 거다. 그런데 코코가 나이도 이제 슬슬 많고 더 미루는 것보다 일단 수술부터 하는 게 좋다고 진지하게 조언해 주셨다. 


개나 사람이나 살 빼는 건 힘들다.


코코가 살이 찐 이유


코코가 살이 찐 이유는 다양한데 초보 견주인 우리 식구의 잘못된 행동이 가장 크다. 강아지를 정말 갑작스럽게 처음 키우게 되어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잘 몰랐다. 식구들은 코코의 눈빛을 보고 안쓰러워 사람 음식을 조금씩 주던 게 점점 살이 붙어 버렸다. 게다가 코코가 사료를 거부하면 손으로 일일이 먹여주기도 했다. 잘못된 방법이라 바꾸려 했을 땐 이미 토실토실해진 뒤였다. 


개 키우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과 반려견 훈련사가 보면 기가 막혀할 일을 우리가 모두 하고 있었다. 토실해진 배와 엉덩이 그리고 부실한 다리를 보며 식구들끼리 굳게 다짐하며 제대로 해 보자고 결심했다.


우선 사람 음식은 시간을 두고 서서히 끊었다. 솔직히 한 번에 끊기란 쉽지 않아서 시간차를 두고 안 주기 시작했다. 대신 차라리 개간식이 낫다는 생각에 강아지 간식을 활용했다. 웬만하면 고기 덜 붙은 걸로 고르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런데 사람도 살 빼면 독한 거라고 주변에서 말하듯 개 살 빼기는 정말 쉽지 않다. 한창 살쪘을 때보다 코코는 현재 1kg 정도 뺀 상태다. 


수술 후 핀으로 고정시킨 코코의 슬개골


수술하러 가는 길


의사 선생님께 수술 권유를 받았을 땐 1kg 더 쪘을 때다. 선생님은 서울에 잘하는 곳에서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 주셔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기본 진료자료를 서울 쪽에 전달해 주셔서 우리가 예약만 하고 올라갔다.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서울까지 운전해서 데리고 갔다. 양쪽 다 수술하기로 하고 입원은 일주일 하기로 했다. 집이 멀기도 하고 양쪽을 다 하는 거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코코의 하루하루를 카톡으로 보내준다고 해서 그나마 안심이었다. 


코코는 엉덩이부터 양쪽 다리털을 싹 다 밀고 수술 전 기본 피검사를 했다. 코코를 맡기고 그다음 날 수술을 했다. 매일 보내주는 영상을 보면 넥칼라를 하고 처음엔 자기 방에만 있었다. 이삼일 뒤부터는 서서히 걷는 장면이 나왔다. 간호사 선생님이 돌보시며 동영상을 찍어주셨다. 그리고 데리러 갔을 때 눈물이 나올 뻔했다. 코코의 양쪽 다리에 빨간 자국과 함께 수술 자국을 묶는 실이 보였다. 보호자 없이 수술했을 거로 생각하니 속상한 마음과 더 빨리해 주지 못한 미안함이 함께 밀려왔다. 


우리를 보고 반갑다고 한달음에 달려오는데 마음이 짠했다. 의사 선생님은 코코 다리에 핀을 박았다고 했다. 잘 빠지지 않을 거라고 하시며 이후 상태는 집 근처에서 보기로 합의했다. 좋은 병원을 만나 수술을 잘 마치고 집 근처에 병원으로 다니며 주기적으로 엑스레이를 찍고 다리 상태를 살펴봤다.


조카와 함께 한 산책 길. 다리가 안 좋아도 산책하면 늘 행복해했다.

바뀐 산책 습관


그사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예전엔 우리 식구 따라 쫄쫄 30분 이상 산책을 했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 말이 너무 오랫동안 관절이 닳아 있어서 코코는  짧게 산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요즘엔 산책 시간이 늘었지만, 여전히 길게 시키지는 않는다. 관절이 닳은 만큼 조심해서 써야 하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병원에 바로 데려간다. 


솔직히 돈 정말 많이 썼다. 수술비만 200만 원이 넘게 들었고 그 이후 엑스레이 비용까지 하면 250 이상은 쓴 것 같다. 더 저렴한 병원도 있었겠지만, 나이 들어서 하는 수술이고 다리 상태가 썩 좋지 않아서 제대로 해 주고 싶어 동생과 함께 돈을 모아 했다. 


덕분에 아빠가 계셨을 때처럼 산책을 길게 할 수는 없지만, 우리 코코는 잘 걷고 잘 다닌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는다. 이럴 때 ‘돈 쓴 보람 있다.’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물론 또 다른 문제가 터지며 우리를 속상하게 했지만 말이다. 


▶ 다음 편에

▶ 출처

- 사진 출처 : 개인 소장 및 픽사베이

- 엑스레이 사진 (병원에서 견주인 저에게 제공한 것으로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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