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2006년 두 번째 파리의 일정은 체류시간으로는 만 24시간이 조금 넘는 2박 일정이었다.
두 번째 배낭여행의 주 목적지는 이집트, 터키였는데 out 도시는 파리로 잡았다.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아마도 파리에서 출국하는 게 좀 멋있어 보였거나 뭐 그랬을 것이다.
귀국을 앞두고 도착한 파리는 온통 회색 빛이었다.
흐린 날씨이기도 했고, 몹시 추웠다. 기온 자체가 낮은 것은 아닌데 온몸을 으슬으슬 파고드는 묘한 추위 덕분에 가지고 있는 옷을 모두 껴입었다. 원래도 패션 감각이라고는 없이 여행을 다녔는데 이집트와 터키에서 싼 맛에 샀던 화려한 색상의 옷을 껴입고 보니 이건 뭐.... 집시가 따로 없었다.
3개월에 가까운 여행을 마치는 시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기분은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퇴사를 하고 왔으니 다시 직장을 구하기도 해야 하고, 모았던 돈을 몽땅 여행경비로 탕진했으니 돈 모으기도 다시 0원부터 시작이다. 돌아가서 직면해야 하는 현실이 있으니 두렵고 무서웠다.
사람마다 혹은 떠날 때마다 여행의 의미는 다르지만, 길었던 두 번의 배낭여행을 통해 나는 결국 돌아오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여행이 일종의 로망이라고 한다면 그 로망에서 깨어나 다시 현실로, 일상으로 돌아오는 법. 그 경계가 되는 귀국일이 되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두려움, 조금의 설렘 같은 것들로 가득 찬다.
도착한 날도 그다음 날도 특별한 일정 없이 온종일 도시를 걸으며 나의 두 번째 배낭여행을 돌이켜 생각해보기도 했고, 돌아가서는 어떻게 다시 취직 준비를 할지를 고민해보기도 했다. 이 당시는 기획자로의 경력이 겨우 2년 정도였을 때라 다시 같은 직종으로 돌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나에게 잘 맞는 직업인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몇 년 동안이나 이것을 직업으로 삼아 살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웠다. 물론 그 뒤로 20년 넘게 직업으로 삼고 살 줄은 더 몰랐지만
불안하고 두려워도 돌아가야 한다. 이 로망의 시간이 좋아 더 머문다 해도 결국 생활이 되면 일상이 되고 더 이상은 로망의 시간이 아니니깐. 결국 내 일상의 지역이 어디인지는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로망이 되는 것도 지역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아주 별 것 아닌 것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실현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
나에게 배낭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긴 여행은 2006년 이집트, 터키 여행이 끝이었다. 그 이후에도 여행을 다니긴 했지만 진짜로 배낭을 메고 세상을 헤매는 여행보다는 내게 생겨난 아주 작은 로망을 채우는 여행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굳이 아주 긴 시간을 여행 기간으로 필요하지 않게 된 것도 있다.
이 여행 이후에도 유럽 여행을 갈 기회는 있었지만 다시 파리를 방문하지 않았다.
루트상 파리를 거쳐가는 것이 좋은 경로일 때도 있었지만 무언가 마지막 점을 찍은 듯한 나만의 의미 때문일까. 다시 가지 않아도 충분했고, 전과는 다른 의미로 여행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가능한 파리를 피했던 마음도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쯤은 파리를 다시 가고 싶다.
다시 만나는 파리는 아마도 예전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내게 걸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