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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미수 김 May 08. 2023

똑같은 일과

아침 8:00-8:30분쯤에 남편을 배웅합니다.

나와 딸아이의 일과가 시작됩니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한 손에는 아이손을 잡고 다른 손에는 유모차 한쪽 손잡이를 잡고 밖으로 나옵니다.  지금 이 현실에서 우리에게는 할 수 있는 활동들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나의 딸아이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나는 딸아이에게 물어봅니다.

놀이터 갈까요?

책 보러 갈까요?

딸아이가 “책” 하고 답을 하면 우리는 걸어서 반 앤 책방을 향해 걸어갑니다.


15분을 걸어서 도착하면 딸아이가 뛰기 시작합니다. 책방 안에서 딸아이는 책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고른 책들을 다 보고  끝나면 다시 다른 책을 고르게 합니다. 나의 딸은 그냥 혼자 그림만 보고 책장을 넘기기도 하고 나에게 읽어주기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아동용 책서적 자리에 앉아서 책을 봅니다.

나는 시간을 보고 점심시간쯤일 때 반 앤 책방 안에 있는 별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주스는 딸아이를 위해서 그리고 나는 커피 한잔을 잠시 후에 딸아이가 남긴 샌드위치를 한입에 넣고 마칩니다.  우리는 다시 아동용 책서적으로 다시 갑니다. 그리고 딸아이가 책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딸아이가 졸리다고 합니다. 낮잠 잘 시간이 된 것입니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려고 하는데 안아 달라고 두 손을 벌립니다. 나는 한 손에 딸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에는 유모차를 잡고 밀면서 집으로 향합니다. 오후 3시가 되었습니다.


이 일상은 나와 나의 세 살 딸아이의 첫 일 년 동안 반복된 똑같은 하루 일과이었습니다.


그리고 딸아이가 4살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교육 시작은 4살나이는 프리스쿨 5살나이는 유치원 6살나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 기본적으로 시작이 됩니다

태어나서부터 그 모든 시간을 나와 같이 보낸 딸아이입니다. 엄마로서 가르치고 인성을 중요시 생각하고 육아를 하지만 공동생활 단체 생활의 중요성을 알기에 프리 스쿨에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렌지 타운에는 걸어서 30분 거리에  프리스쿨 몬테소리가 있었습니다. 딸아이를 등록시켰습니다. 다른 엄마들은 몬테소리 시작하는 조금 전에 아이를 차에 태워서 아침에 데려다줍니다.  나는 운전을 못하는 엄마이기에 다른 아이가 잠을 자는 시간에 딸아이를 일찍 깨워서 준비를 시키고 30분을 걸어서 데려다줍니다.  일찍 깨워도 투정 부리지도 않고 곧잘 잘 일어나 주는 딸아이가 대견스러워도 마음의 한 부분은 아립니다.  그리고 나는 다시 30분을 걸어서 집에 돌아와서 나의 할 일을 합니다.  알람이 울립니다. 딸아이를 데리러 가야 할 시간입니다.  30분을 걸어가서 딸아이를 픽업합니다. 딸아이의 손을 잡고 30분을 걸어서 집에 돌아옵니다.


엄마 빠삐욘의 새로운 일과 몬테소리의 시작입니다.


이제는 아침에 딸아이와 손을 잡고 30분을 걸어서 몬테소리에 가는 것이 여유로워졌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등교 준비하는 것•아침에 걸어가면서 다양한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파란 하늘도 바라 봅니다.  디즈니 포카혼타스에 나오는 허밍 새도 보게 됩니다.  너무나 똑같습니다.  아주 작습니다.  빨리 날개를 흔들어 됩니다.  날개가 보이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딸아이가 좋아하고 신기해합니다.  걷다가 달팽이도 발견합니다.  진짜 느리고 느립니다. 사소한 것들의 발견이지만 나와 나의 딸아이는 너무나 행복합니다.  매일 보는 같은 모습이어도 우리에게는 매일 새롭게 보일 뿐입니다.


어느 날 딸아이가 발레를 배우고 싶어 합니다.  등록을 했습니다. 아침에 아이를 데려다줄 때 발레복과 토즈를 같이 챙겨 줍니다.  걸어서 집에 돌아와서 나의 할 일을 하고 픽업 시간이 되어서 알람이 울립니다.  오늘도 30분을 걸어서 몬테소리에 도착합니다.  딸아이 옷과 신발을 갈아입히고  몬테소리 옆 건물에 있는 새로 시작하는 발레 스튜디오로 들여보냅니다.  45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스튜디오로 들어가는 문에 작은 유리 창문이 있습니다.  엄마들은 아이들을 보기 위해 몰려 있습니다. 나 역시도 보고 싶었지만 잠깐의 몇 초만 살짝보고 다른 공간으로 옮겼습니다.

벤치가 보여서 일단 앉았습니다. 시간을 보니 40분 후에 끝나는 것입니다.  나는 내 가방 안에 있는 딸아이의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아직 남아 있어서 몬테소리 안에 책이 있는 공간으로 갔습니다.  나는 그냥 눈이 가는 대로 책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맞은편에 한국 엄마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책을 읽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딸아이가 말을 합니다.

“엄마~ 나 데리러 안 와요!“내가 깜빡했던 것입니다.

나는 바로 발레 스튜디오로 갔습니다.

이후로 나는 기다림에 책을 읽는 것이 일과가 되었습니다.

딸아이와 같이 반 앤 책방에서 책을 읽을 때와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알게 되었습니다.  몬테소리에 한국 엄마들 사이에서 나는 •운전 못하는 엄마•뚜벅이 엄마•혼자노는 엄마•책 엄마라는 몇 가지 수식어로 말들을  한다고 합니다.


지금 4살이 된 후 몬테소리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니기에 매주 토요일에는 딸아이가 책을 보러 가고 싶어 하면은 반 앤 책방으로 갔습니다.  그전에는 거의 일주일에 4-5번을 매주 갔었습니다.  딸아이와 나는 아침 11:00시에 책방에 도착해서 책을 함께 봅니다. 별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책을 봅니다. 가끔씩 딸아이는 먼저 골라둔 책들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을 하면서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나는 그냥 아무 말 없이 지켜볼 뿐입니다.  딸아이가 나에게 책 하나를  건네주면서 집에 가지고 가고 싶다고 합니다.  나는 반 앤 멤버식 카드로 활인을 받고 페이 한 후 딸아이에게 책을 전해줍니다.  딸아이가 집에 가고 싶어 하거나 낮잠을 자고 싶어 하면 보통 오후 2:00시 3:00시에 집으로 걸어서 돌아옵니다.  

나와 나의 딸아이는 수많은 시간과 날들을 반 앤 책방에서 책과 세월을 같이 지냈습니다.  책방에서 일하는 직원 핼렌과도 오랜 관계로 친해져 그 세월에 함께 했습니다.

몇 년의 세월 동안 똑같이 하는 일상이어도 나와 나의 딸에게는 지루하지 않은 매일 새롭게 느껴지는 똑같은 일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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