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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미수 김 Jun 17. 2023

다시 마치며

1. 하고 싶은 것 다 하세요

아직까지도 주사는 무섭습니다.  보통 척추주사 맞는 곳에 국소마취를 하고 의사 선생님은 이동식 X-ray 기계"를 C-arm (씨암)이라 부릅니다. 주사를 놓을 때, 이 기계를 사용합니다.

이제는 이 웅장한 기계를 보면은 주사는 무섭지만 기계는 친근한 느낌이 로봇 같습니다.

주사를 맞은 후 20분 정도 누워서 쉬은 후에 집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처방에 따라 주중에는 장침을 맞기도 합니다. 나의 손 한 뼘 정도가 되는 길이입니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보는 것만으로도 무서워하는 것을 알기에 항상 침을 놓기 전까지 꺼내지 않습니다.


그리고 처방에 따라 주중에 물리치료를 2-3번 갑니다. 아주 심하게 아플 때는 물리치료사가 옆으로 돌려주고 일으켜 세우고 옮겨주고 하십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면 더 안 좋은 상황이 됩니다.

한 3달은 집에서 누워서 지내고 이렇게 4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1년에 3-4번 맞는 척추주사를 꼬리뼈에 맞지 않고 왼쪽 허리밑부분에  처음으로 맞고 온날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 지쳐서 누워있습니다.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 다 하세요.  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적힌 내용이었습니다. 저의 글들을 읽고서 생각해 주시는 마음으로 보내주신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순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나를 숨 쉬게 하는 딸아이의 성장을 볼 수 있는 것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하고 싶은 것 다 하세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 다 하세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한 번쯤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장인 것 같습니다.

하고 싶어도

만약에 시간이 안된다면?

만약에 여건이 경제적으로 부족하다면?

만약에 몸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내가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는 건가?

아마도 소확행의 다른 표현일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그렇기에 소소하기에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 만의 상상을 해봅니다.




2. 꿈은 그렇기에 꿀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누워서 지내는 하루입니다.  

천장을 보다가 테이블에 놓인 꽃바구니를 보게 되었습니다.  미국에는 아버지의 날 그리고 어머니의 날이 있습니다.  

오늘은 Mother’s Day(어머니의 날)이었습니다.

나는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방안에는 혼자서 누워있는 나와 나의 벗이 돼주는 꽃바구니 그리고 조용한 공기만 존재하고 있습니다.  

조용할 뿐입니다.

문뜩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나는 귀 밖에서 들리는 소리만 그냥 듣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혼자 누워있는 방 안에서 나  자신 안에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누워있는 나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을 표현해 봅니다.


엄마인 나는 꿈은 그렇기에 꿀 수 있는 것입니다.

엄마인 나는

누워있을 수밖에

움직일 수 없었도

생각뿐이어도

현실에 이루어지길 바라는 바람이어도

너무 크더라도

조금 유치하더라도

꿈은  그렇기에 꿀 수 있는 것입니다.


엄마인 나는

너무 바빠도

너무 피곤해도

가끔씩 외로워도

가끔씩 속상해도

가끔씩 알아주는 이 없어도

날씨가 너무 추워도

날씨가 너무 더워도

꿈은 그렇기에 꿀 수 있는 것입니다.


엄마인 나는

아기를 업고 밥을 서서 먹어도

아기를 업고 설거지를 하면서도

아기를 업고 설거지 용 드라마를 틀어놓고

청소기를 움직이고 있어도

하루 종일 유모차를 밀고 걸어 다녀도

꿈은 그렇기에 꿀 수 있는 것입니다.


엄마인 나는

꿈은 그냥 꾸면 되는 것입니다.

꿈은 only 나 만이 나 자신한테 선사하는

꿈은 한순간의 나를 기쁘게 하는

꿈은 한순간의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꿈은 나 만이 느낄 수 있는

한순간 행복의 여유분이기 때문입니다.


엄마인 나는

비록 평생 누워있게 되더라도

꿈은 그렇기에 꿀 수 있는 것입니다.




3. 인간의 물방울

거의 한 달 동안 병원 치료도 가지 못하고 집에 누워서 머물러 있었습니다. 글을 쓸 수도 없었습니다.

마비가 된 몸의 한 부분 그리고 걷고 싶지만 한쪽 다리에 쥐가 생기고 굳는 것 같은 상황이 자주 생겨서  밖으로 나가기가 힘들었습니다.

나는 가끔씩 나의 굳어지는 다리 모습을 보면은 마른 북어 같이 보이고 만지면 딱딱하고 마른 느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는 너무나 슬프지만 그 순간들을 너무 많이 겪어서 허무해지고 멍할 때도 있었습니다.  

다리가 조금 더 힘이 없어지고 약해졌습니다. 걷기 위해서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 주관절 목발을 처방받아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나의 하얀 지팡이는 옷장 속에 남겨졌습니다.


오늘은 진료를 받는 날이었습니다. 진료에 포함되어 있는 신경근 주사 또는 척추 후관절 주사 등 그때마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서  다르게 맞습니다.  

오늘은 국소 마취를 하고 척추 주사를 엉덩이뼈에 맞았는데도 고통을 느낄 수 있어서 괴로웠습니다.

집에 돌아와 지쳐서 바로 누웠습니다. 너무한 아픔의 여운으로 인간의 물방울이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인간의 물방울

아픔이 모이고

고통이 다가오고

시간이 지나가고

그러다가

눈물이 꽉 차서 넘치면

나의 눈에서

울음이 눈물을 데리고 천천히 내려갑니다.

눈물을 다 비울 때까지 기다립니다.

목소리는 잘 가라고 배웅합니다.

나의 손은 하얀색 휴지를 쥐고

눈물의 자국들을 담습니다.

그리고

나의 머리와 마음이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누워서 눈물을 흘리다 나는 잠이 들었나 봅니다.

잠시 작은 기척 소리에 깨어났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의 딸아이가 누워 있는 나의 볼에 뽀뽀를 해줍니다.

너무나 포근했습니다.

너무나 평온했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작은 목소리

“하이… 엄마…“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알게 된 후로 살려고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되새겼습니다.  누워서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으려다가 우연치 않게 한국에 브런치라는 사이트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전례 뉴욕에서 이미 출간을 한 적이 있지만 왜 그런지  조금 더 설레이는 마음으로 브런치에 절차를 따라서 밟으며 한 명의 브런치 작가로 인정을 받게 되어서 지금 까지 기회가 되는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누워 지내는 삶에 소통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부족할 수도 있지만 한글로 글을 쓰는 것에 시작이 되었습니다.  

계속되는 치료와 주사약의 복용으로 수술과 마취로 인해서 문뜩 한글을 혹시나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약해진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정신을 놓지 않고 꼭 잡고 끌고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아마도 살기 위해서 무엇보다 나의 딸을 위해서…  

오랜 시간 주저하다가 무겁게 내린 결정으로 세상 밖으로 여는 앞에 다 못 담은 또 하나의 다른 문에 글을 담았습니다.

이렇게 다시 마치며…

Just one more thing before leaving(가기 전에 하나만 더) 이 순간에도 아픔과 마주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작은 위로가 되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C Arm 척추주사 맞는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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