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아침 식사로 샌드위치를 자주 먹는다. 우리에게 아침 식사는 그때그때의 트렌드가 있는데 이번엔 샌드위치다. 그 전엔 시리얼이었고 그 전엔 그래놀라, 또 그 전엔 테스코에서 파는 브리오슈였다. 우리의 아침 샌드위치는 아주 간단하다. 잡곡 빵 두 장을 꺼내 각 한 면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슬라이스 햄 2장과 슬라이스 에멘탈 치즈 1과 1/4장을 넣는다. 그리고 커피와 함께 먹는다.
나는 크림치즈를 빵이 비칠 정도로 얇게 바르고 알렉스는 내가 보기엔 살짝 과한 정도로 듬뿍 바른다. 나는 가끔 다른 한 면에는 라즈베리 잼을 역시나 빵이 비칠 정도로 얇게 바르기도 하는데 알렉스는 샌드위치에 잼을 바르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에멘탈 치즈를 굳이 1과 1/4장을 넣는 이유는 정사각형인 치즈에 비해 빵은 위로 약간 더 긴 직사각형이라 한 장만 넣으면 치즈가 빵의 전체를 다 덮지 못한다. 우리는 어딜 베어 물어도 치즈가 있어야 하는, 치즈의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가족이기에 꼭 빵 크기에 꼭 맞춰 치즈를 넣는다. 치즈가 빵보다 클 수는 있지만 작아서는 안 된다. 냉장고에 로메인이나 오이가 있으면 그것도 넣는다. 확실히 야채가 들어가면 상큼하고 더 맛있다.
식빵, 슬라이스 햄, 치즈, 오이가 들어간 샌드위치는 여행 다닐 때 묵는 호스텔에서 주는 조식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메뉴다.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 샌드위치를 하나씩 주는 경우도 있고 뷔페식으로 원하는 만큼 재료를 가져다가 먹을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후자의 경우 중 하나가 베를린에서 묵었던 제너레이터 호스텔이었는데 아침엔 항상 배가 고프고 난 많이 먹는 타입이라 남들보다 많이 담아와서 그걸 매번 싹싹 다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아침을 주는 호스텔이라면 커피도 당연히 있다. 그런 기억들 때문에 이 샌드위치를 아침으로 먹을때마다 여행에서 먹었던 조식 생각이 난다.
덩달아 요새 아침을 먹으면서 여행 가고 싶다는 이야기도 부쩍 많이 한다. 샌드위치를 자주 먹으니 여행 생각도 자주 나는 것에 더해 언제나 흐린 아일랜드에도 봄기운이 제법 돌기 시작하고, 락다운도 점점 길어지니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은 차마 다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또 우리는 평균보다 여행을 훨씬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우리 스스로를 평가한다. 굳이 외국에 와서 지내며 앞으로 또 다른 곳에서도 살아보고 싶어 하는 우리니까. 오늘 아침에도 샌드위치 재료를 하나씩 올려놓으며 여행에 대한 추억들을 이야기했다.
호스텔 조식을 대하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선 조식 후 샤워, 선 샤워 후 조식, 호스텔 조식을 먹지 않고 늦잠을 자는 유형(아침은 사먹거나 생략하거나) 이렇게 세 가지다. 나는 언제나 눈 뜨자마자 옷을 주워입고 아침부터 먹으러 갔다. 특히나 여행지에선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샤워할 기운도 생기더라. 알렉스도 역시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우리가 만난 것은 코로나 이후이기에 아직 호스텔을 가는 여행을 함께 해본 적이 없어서 몰랐지만 역시나 예상된 답변이다.
잘 때 소리에 예민한 알렉스는 아무래도 호스텔 다인실은 피하고 싶다고 하지만 소리에 그다지 예민하지 않은 나는 그 복잡함과 어수선함까지도 여행의 한 요소로 생각한다. 모두가 자기 집이 아닌 어색함을 느끼는 그 공간을 나는 불편하지만 좋아한다. 물론 내 여행 예산을 엄청나게 아껴주는 점이 최대 장점이긴하다. 사실 난 둘이서 하는 여행이라도 알렉스만 괜찮다면 종종 복작복작한 다인실 호스텔에서 묵고 싶다. 아무래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안전 문제로 어렵긴 하겠지만. 나는 그게 정말, 너무 아쉽다.
어딜가나 대체로 난방이 충분하지는 않았던 호스텔들. 저녁엔 여행 피로로 지쳐 잠들곤 아침엔 살짝 추위를 느끼며 깨어나서는 좀 더 잘까 그래도 이미 돈을 냈으니 밥을 먹을까 눈도 뜨지 않은 채로 고민하다가 결국엔 자고 일어난 옷에 외투만 대충 걸치고 이미 샤워와 외출 준비를 마친 깔끔한 사람들 틈에 혼자 앉아서 묵묵히 먹는 호스텔 조식이 너무나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