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돌아온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기후위기에 정신이 나간 듯 순서 없이 일제히 피었던 꽃들도 미련 없이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다. 나는 꽃들이 만개했을 때보다 이런 때가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일주일은 청소만 했다. 3개월 동안 쌓인 먼지를 제거한다고 팔을 걷어붙였는데 ‘버리기’를 하고 있었다. 꼭 필요한 가구만 있는 치앙마이 뷰도이 맨션에서 ‘거의 없이’ 그러나 아무 문제 없이 생활하다 오니 그다지 많지 않은 살림과 물건들도 반 이상 불필요해 보였다. 최소한으로 가지고 최소한으로 살자. 가뿐하게.
주방부터 시작했다. 10리터 쓰레기봉지를 꽁꽁 묶어 분리수거장에 내다놓을 때마다 아쉬움 없이 후련했다. 진작 이럴 걸. 쓸 만한 그릇 종류는 굿윌스토어에 갖다주었다.
그 다음 버리고 싶은 것은 책이었다. 서재로 쓰다 창고처럼 방치한 작은 방(진짜 작다)의 책꽂이가 차고 넘쳐 큰방에도 책꽂이를 놓고 캐비닛 위까지 쌓아올린 책들이 짐덩어리 같았다. 어느 시인이 “책은 쓰레기다”라고 했던 말에 ‘허세 작렬이네’ 속으로 콧방귀를 날렸었는데 지금은 그의 말에 동의할 수 있다. 책도 읽지 않고 두면 물성을 가진 쓰레기가 아니고 뭐겠는가(백 번 읽어도 쓰레기 같은 책도 있겠지만). 한 번 읽고 꽂아놓으면 공간만 차지하고 5년, 10년 넘게 전시용으로만 있는 게 대부분이다. 맞다. 전시용이다. 더불어 자기 집을 장식한 장서 수에 만족하며 자신을 괜찮은 사람인 양 보이고 싶어하는 허위의식도 쓰레기 같긴 마찬가지. 좀 과격한가?
큰방의 책들을 절반 이상 치우고 ‘작은방은 좀 쉬었다 해야지’, 하곤 일주일을 보냈다. 큰방에 있던 책의 3~4배 정도 되는 책들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오늘부터 다시 팔 걷어붙여야지. 책을 정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내가 애정하는 책,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과 필자의 서명이 있는 책, 사놓고 안 읽은 책은 남기고... 앞으로 다시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 중 그리 오래되지 않은 책은 알라딘 중고매장 용이나 기증용으로 빼놓고, 오래된 책과 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책은 모두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내다놓고...
깔끔히 정리된 공간을 보니 막혔던 혈관이 뚫린 듯 시원하기도 하고, 큰일을 저지른 것처럼 ‘헥, 무슨 짓을 한 거야’ 싶기도 하다. 살림살이를 버릴 때와 책을 버릴 때의 마음은 좀 다르긴 하구나.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내 마음과 내 정신을 채웠기 때문일까. 어쨌든 ‘소유하지 말고 가볍게 살자’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 내가 버린 책은 도서관에 다 있다.
실은 오늘 ‘치앙마이 옷 수선집 아저씨’ 얘길 하려 했는데... ‘귀국하고 나서 대청소를 했다’는 서두가 너무 길어졌다. 더 이어 쓰자니 지구력도 떨어지고, 지루할 것 같기도 하다.
치앙마이 옷 수선집 아저씨 얘기는 다음에. 가능하면 이번 주 안에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