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당신을 향한 조용한 배려

-당신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내 빕값을 해내는 사람이고 싶다.

by Naya

사회복지사로서, 상담자로서 내가 가장 걱정하는 단어는 ‘미흡함’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상대의 현재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상대의 중요한 순간에 적절한 말을 건네지 못할까 봐.


이것은 단순한 나의 실수가 아니라 내가 속한 조직의 전문성이 무너지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의 성실함은 나 자신을 위한 태도가 아니라 조직과 내담자, 그리고 클라이언트에 대한 당연한 배려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너무 열심히 해서 숲을 못 보고 나무만 본다”


나는 되묻고 싶다.

훌륭한 나무 한 그루가 어떤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도 모른 채 어떻게 숲의 울창함을 논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몰라서 역할하지 못하는 비극'을 막기 위해 나는 항상 내가 맡은 일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관련 정보를 촘촘히 챙기려 애쓴다.


이러한 행동은 내가 아는 것을 모두 쏟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상대의 페이스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꺼내어 조절하는 일은 전문가로서의 기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두려운 것은, 상대가 가장 간절한 순간 내 안이 비어 있어 머뭇거리게 되는 상황이다.

툭 던진 한마디의 무게를 내가 알지 못해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공감의 실패다.


필요한 정보를 제때 건네지 못해 상대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것은 분명 전문성의 결여다.

그래서 나는 다 사용하지 못할지언정 관련된 정보들을 샅샅이 찾아 내 안에 채워두려 한다.

이것은 나의 만족이 아니라 나를 믿고 찾아온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리고 이들의 간절한 손길을 외면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미흡함은 결코 나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한 명의 실무자가 보여주는 ‘모자람’은 곧 조직 전체의 ‘부족함’으로 읽히기 쉽다.

그 무게를 알기에 나는 오늘도 나무 한 그루의 디테일을 살피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나의 긴장감을 ‘여유 없음’으로 오해한다.

빈틈을 메우기 위한 노력이 부담스러운 열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의 밥값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성된다


나의 밥값은 현장에서 지식을 드러내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내가 지키고 싶은 전문성이다.


내가 흔들리지 않아야 상대도 비로소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비록 누군가는 내가 숲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 말하더라도 나는 기꺼이 나무 하나하나를 살피고 싶다.

내가 준비되어 있어야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담을 수 있고, 그 숲 또한 지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철저히 준비하되 유연하게 건네는 것.


그 어려운 균형을 붙잡는 일이 전문가로서 내가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마지막 자존심이자 나의 최소한의 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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