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4일 목
토요일에 지혜로운학교 수업이 있는데, 마음이 무겁다. 이번 학기 마지막 시간이니 이젠 수강생에게도 알려야 한다. 어찌 말을 꺼내지? 막 책 읽는 재미에 빠진 새내기도 있는데. 내 생각을 이해해 줄까? 그리고 기다려줄까? 아니 이 꿈같은 계획은 실현될까? 그럴 가능성이나 있을까? 수 백 번 묻고 또 물었다. 책도 잘 안 읽힌다. 그나마 다른 곳에서 한번 토론한 책이라 정리한 파일이 있으니 다행. 찾아서 읽어는 보고 가야 하는데, 그것도 생각뿐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 골치 아픈 문제의 싹은 어디서 날아왔을까. 내 서가를 확보하고 그리 신나 했었는데. 하나를 가지면 열을 욕심낸다더니. 서가 덕분에 독서모임도 시작하고,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면서 거실에 서재도 만들었다. 딱 독립된 공간은 아니지만 낮에는 온통 내 차지. 책 좋아하는 친구들은 이리 불러서 독서모임을 해도 될 것 같아 3 년 전에 시작했다.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하루 종일 떠들 수 있으니, 인기 만점 토론 장소였다. 참고도서가 필요하면 바로 찾아서 확인할 수 있고, 차 마시고 밥 먹고 지겨우면 동네 산책도 하고. 이 즐거움이 발단일까. 아예 독립된 공간을 따로 마련해 모든 수강생을 그리 불러 모으면 어떨까? 애고 이게 시초다.
틈 날 때마다 막연히 상상은 했지만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장소를 마련하는 일이야 돈이 문제이지 어려울 것 없어 보이는데. 그런데 어쩐지 그것만으로는 좀 미진하다. ‘독서모임’에서 ‘독서’는 빠지고 ‘모임’만 부각되는 것 같기도 하고. 가만 장소만으로 해결될 문제라면 대여 공간도 많지 않은가. 그리고 이 방법은 여전히 한계가 있다. 아는 사람만 모이는. 내 꿈은 독서 모임을 더 많이 만들고 싶은 것이다.
아니, 모임을 더 많이 만들고 싶은 것은 사실 나중 일이다. 우선 독서인구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좋은 책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고, 그 책을 많은 사람이 사서 제대로 읽고, 활발히 토론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그런 애독자들이 모이는 장소를 만들고 싶은 게 궁극적인 목표이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과 요소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사실은, 약간 필수불가결이다. 어찌 그리 확신하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내가 해봐서 아는, 다년간의 경험이다.
그러니 바로 ‘책’이 출발점이자 구심점이다. 쉽게 말하면 좋은 미끼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일단 매력적인 책으로 사람을 모아야, 읽기도 토론도 모임도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서점의 기능을 더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건 이미 사양 사업인데, 무리 겠구나. 책모임 좀 확산시키려다 사업까지? 이젠 정말 접어야 하나보다. 그러던 어느 날 눈에 번쩍 뜨이는 기사 하나를 보았다.
일본에 초소형 서점이 있다는 것이다. 주인이 엄선한 단 한 권의 책만 판매하는. 그것도 그 번화한 도쿄의 긴자 거리에. 무슨 책을 사야 할지 망설이다가 포기하거나,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에 속지 않고, 좋은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곳. 주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사람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서점이 있다는 것이다. 모리오카 서점. 이거다. 직접 가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다시 꿈이 무럭무럭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