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루프탑에서 가을을 느낀다.
Day16 / Bagan, Burma / 9.5
1. 호텔 루프탑에서 (여긴 동남안데도) 가을을 느낀다.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쓰고 업무 메일에 답장을 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나도 가을을 같이 느껴본다. 일감을 좀더 많이 만들고싶다. 욕심이 난다. 내가 나의 컨텐츠로 돈을 번다는 것이 짜릿하다. 디지털 노마드 뽕 오지게 들었다. 나의 맥북 프로가 여행동안 무사했으면 좋겠다.
2. 누군가 내게 댓글로 책쓰려고 입사하고 퇴사했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말못해~~ 조직생활은 잠깐이었지만 나에게는 수많은 질문거리를 안겨주었다. 일, 직무, 조직에 관한… 근데 나는 평생 이러고(라잌 방랑자처럼. 또는 프리랜서처럼) 살 생각이 없다. 그닥 조직형 인간은 아닌데, 그럼에도 조직에 들어가기를 바란다. 혼자서는 얻을 수 없는 큰 조직에서의 경험(인적 경험, 전문성)이 나의 세계를 확장시켜주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건 대기업의 장점이다.) 다만 나에게 맞는 조직을 찾기 위해서 나왔을 뿐. 그리고 꼭 꼬박꼬박 출퇴근하는 곳이 아니여도 된다는 점에서 디지털 노마드를 지향하는 거고요. 요컨대 나는 프리랜서가 아니라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조직의 일원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럴려면 전문성과 외국어 능력이 있어야하는데 아직 둘다 없습니다리~~~~.
2.성장에 관한 김영민 교수님의 글.
그런 식으로 사람들은 가족을, 옛 친구를, 혹은 자신이 나서 자란 고장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나아갔다. 이렇듯 성장은, 익숙하지만 이제는 지나치게 작아져버린 세계를 떠나는 여행일 수밖에 없다. 익숙한 곳을 떠났기에, 낯선 것들과 마주치게 되고, 그 모든 낯선 것들은 여행자에게 크고 작은 흔적 혹은 상처를 남긴다. 그 상처는 우리를 다시 성장하게 한다. 혹은 적어도 삶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킨다.
그리하여 이제 세상 이치를 알 만하다고 느낄 무렵, 갑자기 부고를 듣는다. 예상치 못했던 어느 순간, 사랑하거나 미워했던 이의 부고를 듣는다. 무관심할 수 없는 어떤 이의 부고를 듣는다. 이 부고 역시 우리의 시야를 확장시킨다. 이제 삶뿐만 아니라 죽음 이후의 세계까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부고의 체험은 다른 성장 체험과는 조금 다르다. 그것은 알 것만도 같았던 삶과 세계를 갑자기 불가사의한 것으로 만든다. 그 누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낱낱이 알겠는가. 이 세계는 결코 전체가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어떤 불가해한 흐름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는 일, 우리의 삶이란 불가해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위태로운 선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일, 이 모든 것이 성장의 일이다.
4. “독일 문호 괴테는 ‘괴테와의 대화’에서 말한다. “나는 지금 열여덟 살이 아니라는 것이 기쁘네. 내가 열여덟 살이었을 때는 독일도 겨우 열여덟 살이어서 아직 무언가를 할 수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어느 쪽을 보아도 길이 막혀 있네. 나는 모든 게 갖춰진 이 시대에 젊지 않다는 것을 하늘에 감사하고 있어. 젊었더라면 미국으로 도망쳤을지도 모를 일이야.”
5. 경력사원에게 왜 여기에 오셨어요? 물었을 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던 대답은, “여기선 내가 바꿀 수 있는게 많아보여요.”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