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다곤 파고다에 가시려구요?

미얀마 양곤의 황금빛 사원

by 사과집

Day 12/ Yangon, Burma / 9.1


오늘(9.1)은 드디어 삼일만에 숙소 밖을 나갔다. 양곤의 핵심, 쉐다곤 파고다를 드뎌 갔다왔다.


쉐다곤 파고다는 근처부터 엄청난 관광지의 냄새가 났다. 외국인들의 관광지라기보단, 현지인들이 엄청나게 방문하는 사원이다. 그래서 파고다로 주변으로 가는 길부터 수많은 파라솔과 노상들, 자동차들을 볼 수 있다. 특히 토요일에 가서 사람이 더 많았다. 고기를 굽는 냄새, 매연 냄새로 가득찬 길거리를 두리번거리며 나는 파고다로 곧장 걸어갔다.


걸어가는 길에 꼬마애 한명이 비닐봉투를 준다. 파고다에서는 신발을 벗어야하기 때문에 여기에 담으라는 것이었다. 나는 거절할 틈도 없이 봉지를 받았다가, 지난번 순환열차를 탈때 티켓의 15배를 주고 물을 샀던 기억이 떠올랐다. 딱 봐도 봉투 하나에 비싸게 받으려는게 보였다. 내가 봉투를 안받겠다고 건내자 그 꼬마에는 내 손길을 거절하며 나를 따라오라고 앞장서서 빠르게 걸었다. 내 말도 무시하고 봉투도 받지 않길래, 나는 옆에 있는 트럭에 봉지를 꽂고 여기에 두고간다고 소리쳤다. 그랬더니 당황하면서 돌아오더라. 뭔가 양곤에서의 경험치를 더 얻은 기분이었다.


DSC02468.JPG


쉐다곤 파고다에 가기 위해선 꽤 많은 계단을 올라갸아 한다. 이 계단을 올라갈 때부터 신발을 벗는게 필요하다. 네이버 후기를 보면 미얀마 사원에서는 맨발로 돌아다니느라 발이 더러워지니 물티슈를 꼭 챙기라고 하는데, 걷다보면 그렇게 더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다만 맨발로 걷는게 익숙하지 않아서 아플 뿐이다. 여기 올때는 물티슈보다 ‘봉투’를 꼭 챙기시라.


수많은 계단을 올라가다보면 사원에 바칠 제물을 파는 사람들을 많이 마주칠 수 있다. 만짯을 주고 파고다에 들어가니 바로 또 친근하게 가이드가 붙는다. 천짯에 투어를 해주겠다는 것. 천짯은 700원 밖에 안하는 돈이다. 가이드를 끼고 돌아다닐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미 가이드북과 <미얀마 산책>에서 쉐다곤 파고다에 대한 정보를 파악했기 때문에 가이드가 필요 없었다. 그리고, 가이드와 다니면 기계적으로 반응을 해야하는데 나는 이게 너무 힘들다.




DSC02471.JPG
DSC02485.JPG


파고다에 입장하자마자, 파고다의 핵심에 위치한 황금빛의 사리탑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다. 그리고 정신을 잠깐 차리고 나서야 한바퀴 돌아볼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계속해서 멈춰서 메모를 하고, 영상을 찍고 사진을 찍는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오후 4시쯤 이었고, 약간 먹구름이 낀 오후 시간대였다.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수많은 황금 탑들은 마치 합성처럼 보이기도 했다. 먹구름 때문에 햇빛이 비추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 때문에 아름답고 은은하게 자태를 뽐냈다. 까마귀들은 날아다니고, 종종 종소리가 들렸다.


나는 전체 사원의 사진을 찍으려다가, 그냥 디테일, 예컨대 첨탑의 무늬나 패턴, 부처의 얼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체의 아름다움을 담을 수 없으면 차선책으로 부분에 집착하게 된다.


쉐다곤 파고다에는 요일별로 신상이 있다. 본인이 태어난 요일의 신상 앞에 물을 끼얹고 기도할 수 있다. 토요일에 태어난 나논 한바퀴를 돌아 토요일의 부처 앞에 물을 뿌렸다. 토요일의 동물은 드래곤이다. 용에게도 몇번 물을 끼얹었다. 물을 뿌리는 것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서 소원을 못빌었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소원을 빌며 물을 뿌렸다. 부처님,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게 해주세요.


DSC02496.JPG
DSC02495.JPG


몇바퀴 더 돌다가 해가 질때까지 기다릴 자리를 찾아 앉았다. 쉐다곤 파고다를 검색하면 보통 야경의 사원을 볼 수 있다. 밤의 사원이 아름답기로 소문났기 때문이다. 오후에 와서 저녁까지 파고다에 있기로 한 선택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햇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고 물드는 파고다의 아름다움을 지켜볼 수 있다.


DSC02540.JPG
DSC02541.JPG


나는 사람들이 기도를 하는 명당 자리에 앉았다. 그곳에서 한두시간 기다리니, 파고다는 조금씩 아래부터 주황 빛으로 물들어 갔다. 꽤 시간이 걸려 심심하길래 나도 기도를 하려고 했는데, 뭘 기도해야할지 몰랐다. 모르는게 아니라 간절한게 없는 거다. 간절한게 없는 지금이라 좋다고 생각했다. 뭐든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아도, 버틸 수 있을 정도다.


저녁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기도를 하러 온 사람, 가족과 온 사람.. 미얀마 사람들은 아주 편하게 사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림을 그려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 디테일과 색을 담을 수가 없다. 언젠가 이 곳의 멋짐을 그려야지.



DSC02576.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나바다는 매우 힘든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