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천지의 세계로
좋아하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루나파크>의 루나님이 등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학사상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되어 표지를 찍은 사진을 보았는데 마치 내 친구가 등단한 것 처럼 기분이 좋았다. 루나님의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통해 그 분이 오랫동안 시 수업을 듣고, 꾸준히 시를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타인의 취미 생활을 구경한지 꽤 오래 되었는데, 정말 시인이 되었다니. 새로운 직함을 얻은 것이 아닌가. (물론 등단을 해야지만 시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
루나님의 블로그 후기를 보니, 대여섯해 전부터 시수업을 교양강좌쯤으로 생각하고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약간의 관심과 교양을 위해 시작한 것이 등단으로까지 이어졌다. 딴소리지만, 선진국에서 활성화된 평생직업교육은 취미와 교양 수업을 넘어 실제 직업으로 확장되는 교육으로 이해된다. 앞으로는 너무 많은 기술이 생겼다 사라질거고, 우리는 오래 살거다. 각종 딴짓을 알아두는 것은 결과적으로 생존에도 도움이 된다(?)
인스타와 페북에 올라오는, 모든 작업물에 대한 자랑을 좋아한다. 구리다고 욕먹을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그 구린게 핵심 포인트다. 사람의 정서란 것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보다, 성장 스토리에 목을 매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구려도 갈수록 좋아지는 모습. 나도 그래서 우쿨렐레든 그림이든 글이든 뭐든 그냥 좀 더 자유롭게 올리고 기록하기로 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 반, 더 나아지는 과정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 반이다.
모든 딴짓을 응원한다. 재밌어서 하는 모든 딴짓들. S가 자매요리스타그램 하는 것도 좋고, H가 술스타그램하는 것도 좋고, K가 유투브에 2000년대 노래 커버하는 것도 좋다. 따로 댓글을 달지는 않아도, 몰래 몰래 좋아요를 누르며 응원을 전한다. 그리고 타인의 딴짓이 사이드잡이 되었을 때는, 내가 다 짜릿해진다. 사이드잡이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제 1의 목표는 그저 즐거움이다.
어쨌든 루나님의 등단소식과, 등단 후기를 보고 나도 큰 자극을 받았다. 루나님의 등단 소감 중엔 이런 말이 있다. “별천지의 새로운 세계에 새로 들어간 기분,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그 세계가 나를 받아주었다는 감각>을 경험했다는 말. 나도 꼭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열심히 딴짓을 해야겠다고 생각 중.
내 세상을 넓혀줄 새로운 별천지의 세계는 무엇일까? 우선은 글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세상을 넓혀줄 새로운 우주. 감히 엄두도 못 낼 그 곳, 나의 2차원에 한 축을 세워 3차원의 세계로 바꿔줄 무언가. 글이 무섭고 낯설만큼 두렵고 떨리더라고, 더 이상 “습작생의 핑계로 얼버무릴 수 없는 책임감”을 갖게 되더라도. 평생 열패감에 빠지더라도, 스스로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의 세계에 흠뻑 빠질 수 있기를 바라며.
* 표지의 그림은 라울 더피의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