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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지인 May 16. 2024

회사 출근이 설레는 이유가 생겼다

숨만 쉬어도 좋은 계절, 5월이 왔다. 지하철에 내려서 사무실로 걸어가는 길에 눈앞에서 마주하는 푸릇푸릇한 나무들과 파아란 하늘을 보고 있자니, 회사가 아니라 이대로 한강에 뛰쳐 가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많다. 그럼에도,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참 설레는 나날이다.

내가 속해있는 우리 팀은 여자만 10명 가까이 되는데, 여초 집단임에도 다들 모난 곳 없이 성격이 정말 둥글둥글하다. 그 덕에 같이 모여있기만 해도 시끌 시끌해서 마치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하나. 요즘 인기 있는 남자 배우나 드라마 이야기만 해도 다들 할 말이 어찌나 많은지 재잘재잘 떠들다 보면 1시간 정도는 순삭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렇다고 가벼운 이야기만 나누기보다는 회사 이야기나 업무 고민을 말할 때도 다들 꽤나 진지한 태도로 들어주는데, 이런 점이 회사 생활을 지속하게 하는데 큰 힘이 된다는 걸 피부로 더욱 느끼고 있다.


직전 회사의 경우, 팀 안정화가 되지 않아서 들어오는 사람도 나가는 사람도 적지 않았는데 그 탓에 사람에게 정을 붙이는 일이 나에게는 늘 어렵게 느껴졌다. "이 사람도 곧 나가지 않을까?", "아니면 그전에 내가 나가려나?" 뿐만 아니라 팀원들과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일도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1년 여전에 했던 이 고민들이 무색하게 웃으면서 회사 생활을 보내고 있다. 나의 지난 회사 생활들이 힘들었다는 걸 알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이번 달 말에는 팀에서 꽤나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인턴분이 퇴사를 한다. 인턴이지만 똑부러지고 책임감도 큰 친구라 옆에 있기만 해도 긍정적인 영향을 참 많이 받았는데, 그녀의 퇴사를 떠올리기만 해도 속상한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다른 팀원들과 어떻게 그녀의 마지막을 축하해 줄지 고민하고 있지만 뭘 떠올려도 왜 이리 부족하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회사에서는 본래의 F성향을 숨기고, 이성적인 T로 지내왔는데 어쩌면 그녀의 마지막 출근 날에는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기에 늘 지금처럼 함께 시간을 보낼 순 없겠지만, 지금도 나중에도 늘 그들의 행복을 응원하고 싶다. 나의 회사 생활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해준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기며. 나 역시도 그들에게 더 좋은 동료가 되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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