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 입사한지 딱 1년이 되는 달. 입사일 기준 정확하게 1년이 되는 7월 중순에 달력 표시를 해두고, 이 날만을 목 빠지게 기다렸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중, 담당 PM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 오픈 일자가 미뤄지게 되었고, 처음부터 시작한 일이기에 끝을 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8월 초까지 회사를 다니기로 마음을 먹었다.
돌아보면 참으로 미련했다. 사실상 올해 4월부터 나는 심적으로 상당한 불안함을 갖고 있었다. 안정적이지 않은 회사 생활에 팀장님의 막무가내 폭언으로 마음엔 이미 큰 상처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1년도 다니지 못하고 퇴사할 순 없단 생각에 내 스스로 멱살을 잡고 출근했던 지난 몇 개월이었다.
그 사이에 나를 힘들게 했던 팀장님은 권고사직이 되었고, 나는 상사이자 동료 마케터 한 명을 잃게되었다.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디자이너 한 분과 함께 단 2명이서 일을 해야하는 이 상황이 나는 죽도록 싫었다. 팀이 아닌 프리랜서 2명이 일하는 기분이었달까. 각자 해야하는 루틴 업무에 치여서 대화를 제대로 하지못하는 때도 많았고, 아직 입사한지 반년 밖에 되지 않은 분이라 그런지 타 팀에서 요청오는 업무를 야근을 해서라도 끝내려는 모습에 더 혼란스러웠다.
우리 팀의 업무가 1순위가 되어야 맞는데, 타 팀의 업무에 밀려 퀄리티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여건을 보니 마음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새로운 팀장님이 채용이 될 줄 알았지만 예상보다 채용 일정은 더디게 흘러갔다. 하루가 멀다하고 신규 입사자가 들어오는 다른 팀을 바라보면서 내 마음은 더 복잡해져만 갔고 마음 속엔 조금씩 응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응어리들은 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었는데, 그 덕에 나는 내 앞에 주어진 모든 것들이 마냥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케팅 강의를 대표님께 추천 받으면
'이 업무를 지금 하라는건가?'
'그래서 강의 들으라는 식으로 돌려 말하는 건가?'
와 같이 타인의 행동들이 내 안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낳는 사이클이 무한 반복되었다. 팀장급 채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이런 과정에 대해서 공유해주지 않는 회사에게 답답함을 넘어서서 화가났다. 내 안에서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들리면서, 나는 점점 의욕이 저하되었다. 루틴 업무 이상으로 일을 해내기 어려웠고, 그마저도 일을 하면서 뇌를 빼놓고 손가락만 움직이는 나였다. 이런 내 모습을 마주하는게 답답하고 속상했지만, 그놈의 월급이 뭐라고 다음달 카드비며 집세가 겁이나서 하루, 한 주, 한 달을 그렇게 참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력서도 넣고 면접도 보고, 최근엔 연봉 협상 제안이 온 회사가 있었지만 내가 부른 금액이 OK된건지, 아니면 거절된건지 아직 답변도 듣지 못한 상황이다. 결과가 어떻게 된건지 불안한 마음에 10분마다 한번씩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인사 담당자에게 따로 문자를 하면서까지 닦달아닌 닦달을 하는 나를 보니 내 스스로가 참 초라하게 느껴졌다. 환승 이직이라는 것에 집착하면서 어떻게든 다음 회사의 결과가 나면 움직이려고 하루 하루 버티던 중, 내 스스로 나를 갉아먹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심적으로 많이 지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상태로 다음 회사에 가면 갑자기 일이 잘될까?
-> 그 회사는 뭐 특별한가? 사실 회사는 회사인데
-> 오히려 더 바쁘고 힘들 수 있지
-> 일단 내 안에 에너지를 좀 채워보자
-> 이렇게 이직했다가는 가서 두 배로 고생할지도 몰라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던 중, 환승이직에 대한 집착과 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그냥 놓아버리기로 했다. '그래 퇴사하자'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일단 해보자. 이 생각을 머릿 속에 확고히 한 순간 마음 속에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불안감과 걱정들이 다 날아가버린 것 같았다. 출근길마다 화장실 갈 때마다 사람인 -> 잡코리아 -> 원티드 하루에 3번 이상은 공고를 보고, 수시로 이직 서류를 넣었던 지난 날. 왜 그토록 불안했는지 내 마음엔 여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직을 위한 면접을 보면 간절한 마음에 손을 떨만큼 긴장을 하고, 면접 후엔 기가 다 빨려서 파김치가 되는 나였다.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건 맞지만, 그 이전에 나의 삶이 있는데 환승 이직을 못하면 인생의 실패자가 되는 것처럼 나를 내 몰았던 지난 날이 괜시리 안타깝게 느껴졌다.
확정되지 않은 앞날에 대한 불안감은 내 안에 남아있지만, 이젠 잠시 놓아주기로
그렇게 나는 회사를 퇴사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