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영화에는 부동산이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생각나는 영화 <나홀로 집에>는 1990년 개봉 당시에도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2주간 1위를 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귀여운 소년 케빈(배우: 맥컬리 컬킨)이 한 명도 아닌 두 명의 빈집털이 도둑을 막기 위해 만든 기상천외한 함정은 지금 봐도 재밌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교외의 대저택'과 '빈집털이 도둑'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의해 성립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도 빈집털이 도둑이 많았다는 걸 아시나요? 1980년대까지는 꽤 많았다고 합니다. 영화의 두 도둑처럼 주택가를 미리 답사한 후, 설이나 추석 명절에 빈집의 열쇠를 따고 귀금속이나 전자제품을 훔쳐가는 방식이었죠. 도둑의 입장에서 보면 빈집털이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집이 비어 있어야 하고, 둘째 담장이 낮아야 하며, 셋째 가져갈 물건이 있어야 합니다.
담장이 낮다는 건 단독주택을 의미합니다. 한국도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1990년대 이전까지는 대부분 단독주택에 살았잖아요. 아파트와 비교해보면, 단독주택은 쉽게 담을 넘어 현관이나 창문을 열 수 있는 저층이기도 하고, 고작 한 두 가구가 살고 있을 뿐이니 도둑을 감시할 사람도 없었겠죠. 그래서 아파트 보급 이후에는 빈집털이 도둑이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가져갈 물건이 있다는 건 당시의 경제상황을 의미합니다. 1980년대는 유가, 금리, 달러가 낮았던 '3저 호황' 시기입니다. 이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0%를 넘는 수준이었죠. 최근 경제성장률이 2~3% 수준인 것과 비교해보면 굉장하죠. 연봉이 매년 10%씩 올라간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더구나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면요? 1980년대는 포니, 그랜저 같은 자동차가 출시된 시대이자 컬러TV, 비디오레코더, 전자레인지, 워크맨 등 각종 고가 전자제품이 보급된 시대이기도 합니다. 요즘처럼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금과 같은 현물로 재테크를 하기도 했고요. 가져갈 물건이 정말 많았겠죠.
영화에서 케빈의 집도 크리스마스를 맞아 열 명이 넘는 대가족이 프랑스 파리로 가족여행을 떠날 만큼 중상층입니다. 집은 시카고 교외의 단독주택입니다. 단독주택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너무 큰 대저택이죠. 집은 2층 규모인데 포치(Porch)가 있는 현관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고 외관은 붉은색 벽돌로 마감했습니다. 넓은 앞마당과 뒷마당까지 갖추고 있고요. '콜로니얼 리바이벌(Colonial Revival)'이라는 미국 중산층 단독주택의 전형적인 건축양식입니다.
당시 미국 경제도 큰 호황을 누렸습니다. 1981년 집권한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라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세금과 규제를 줄이는 정책이었습니다. 덕분에 경제성장률은 4% 수준으로 반등하고 실업률도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는 미국의 경제가 자동차, 철강 같은 제조업에서 금융, IT 같은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도 일반은행(CB, Commercial Bank)과 같이 고객의 예금을 받을 수 있는 수신(Deposit)을 허용해줍니다. 투자은행이 대폭 활성화되죠. 인재는 돈을 따라 흐른다고, 아이비리그의 인재들이 월스트리트로 몰려가기 시작한 것도 이때이고요.
나홀로 집에, 나홀로 부잣집에
한국은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같은 공동주택에 살지만, 미국은 여전히 단독주택의 비중이 높습니다. 부동산도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니, 국토가 넓으면 그만큼 토지 공급이 많고 토지 가격은 낮을 수 밖에 없겠죠. 공동체보다 개인을 우선시 하고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적 배경도 영향이 있을 겁니다.
한국에서는 <나홀로 집에>와 같은 영화가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영화는 공감에 기반하고, 공감은 처지에 기반하잖아요. 당시 미국 경제는 한적한 교외의 단독주택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공감할 수 있는 처지, 즉 중산층(Middle Class)이 많았던 시기였으니까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단독주택을 중산층보다 중상층 또는 상류층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기생충>의 단독주택보다, <드림팰리스>나 <84제곱미터>의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더 공감되지는 않으셨나요.
<나홀로 집에> | Home Alone
크리스 콜럼버스, 1990
1990년 미국 시카고. 가족들로부터 말썽꾸러기라고 놀림받는 8살 소년 케빈(배우: 맥컬리 컬킨)은 혼자 살고 싶다면서 가족들이 모두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파리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가족들의 실수로 혼자 집에 남겨집니다. 처음에는 자유를 즐기지만, 2인조 빈집털이 도둑을 눈치채고 집을 지키기 위해 기상천외한 함정을 설치합니다.
"여긴 내 집이야. 내가 지켜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