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암해변 건축일기
지역과 건축물 용도를 정했으니, 이제 토지를 매입할 차례다.
그런데 어디서, 어떻게 사지? 부동산, 특히 토지는 인터넷 쇼핑으로 옷이나 음식을 고르듯, 언제든 내 마음대로 살 수가 없다. 일단 네이버쇼핑이나 배달의민족 같이 사고파는 사람도 많고 상품도 다양한, 부동산 쇼핑몰이 없기 때문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내가 사고 싶은 토지를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땅주인이 팔려고 내놓은 토지만 살 수 있는데, 땅주인의 연락처는 알 수도 없고 만나기도 쉽지 않다. 그 일을 우리 대신 하는 사람이 공인중개사다.
교암해변 근처의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찾아가 상가를 지을 수 있는 토지 매물이 있는지 물었다. 마침 가까운 곳에 매물이 있다고 해서 함께 볼 수 있었는데, 버스가 다니는 2차선 지방도에 붙어 있는 작은 토지였다. 오래 전에 주택이 있었는지 건물 잔해가 남아 있었고, 여기저기 잡풀이 나고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오른쪽으로 난 좁은 도로를 따라가보니, 뒤로 갈수록 지반이 낮아졌다. 상가를 짓기 위해서는 차가 진입할 수 있도록 도로와 평평하게 지반을 높이고, 뒷쪽 토지 사이에는 옹벽을 세워야 하는 토지였다.
토지는 직접 보고도 알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구체적인 위치나 지반상태 정도이고, 가장 중요한 토지의 경계와 도로는 도면과 서류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건물을 지으려면 토지가 도로에 접하고 있어야 하는데, 눈에는 도로로 보이지만 알고보면 도로가 아닌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토지이용계획확인원과 등기부등본이다.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열람해 토지의 경계와 접한 토지, 특히 도로의 지번을 확인했다. 눈으로 볼 때는 '서쪽으로 10m 도로, 남쪽으로 2m 도로' 정도였지만, 서류로 확인해보니 서쪽으로 2필지의 토지가 연속으로 붙어 있었고, 남쪽 토지는 길게 마을로 이어진 토지였다. 등기부등본으로 소유권을 확인해보니 다행이 모두 사유지가 아닌 고성군청 소유의 국공유지였다. 거의 도로가 확실했지만, 확신을 하기엔 이르다. 고성군청 도로시설팀에 전화로 도로 여부를 확인했다. 도로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