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갈걸

그때그때의 값싼 행복을 놓치지 말기

by 이재근

공항에 갈걸

1.

결혼 후 쭉 미국에서 살고 있는 누나는,
한국에 들어올때면 늘 매형과, 조카들과 함께였다.

사람 넷에 여행 가방 네개까지 하면
휠체어까지 실린 내 차로는 도저히 무리여서
한번도 제대로 공항에 마중 나가지를 못했다.

2.

조카들이 크고, 조금은 자유로와진 누나가,
결혼 후 처음으로 혼자 한국에 오는 날이다.

차로 데리러 가겠다고,
더 번거로우니 오지 말라고,
그렇게 몇번 실랑이를 했지만,

마침 내 일도 어제 오늘 갑자기 바빠져서
결국 마중가지는 않기로 했었다.

3.

그게 오늘 내내 후회가 된다.

일을 미루고 그냥 달려갈걸.
입국할때 환영 팻말 들고 기다릴걸.

그렇게 입국장에서 만나서 반가워서 손잡고 방방 뛰는,
촌스럽지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지 못한게 내내 아쉽다.

4.

김한길의 <눈뜨면 없어라>에서 인용된
돌아가신 이민아 변호사님의 회상이 생각난다.

"다섯 살 때였나 봐요. 어느 날 동네에서 놀고 있는데 피아노를 실은 트럭이 와서 우리 집 앞에 서는 거에요. 난 지금도 그때의 흥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우리 아빠가 바로 그 시절을 놓치고 몇년 뒤에 피아노 백 대를 사줬다고 해도 나한테 그런 감격을 느끼게 만들지는 못했을 거에요."

5.

이제 그만 놓쳐야지.
그때그때의 작은 기쁨과 값싼 행복을 놓치지 말아야지.

누나 출국할 땐 꼭 내가 공항에 데려다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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