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란 무엇인가에 대한 과학적 고찰은 에고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을 수 있는 훌륭한 통찰력을 제공하지만 의식이 단순히 뇌의 작용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말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의식이 뇌의 작용이라면, 의식은 물리적 세계의 일부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식이 뇌를 넘어서는 것이라면 물리적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실재’에 대한 새로운 존재론적 접근이 필요하게 됩니다.
의식이 뇌의 작용이라면, 인간의 행동과 선택은 신경생리학적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는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의식이 뇌의 작용인지 아닌지에 대한 고찰은 “우리는 누구인가?” “실재란 무엇인가?” “자유의지는 존재하는가?” 같은 질문들로 이어지고, 인간 존재의 본질과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근본적인 재해석을 요구하게 됩니다.
여기서 문제는 의식이 단순히 뇌의 작용이라는 증거와 의식은 뇌의 작용 너머에 실재하는 것이다라는 증거가 모두 너무나 명확하게 대립한다는 것입니다.
객관적 접근을 통해서 이 문제를 풀어 가보려 했습니다만, 처음 부터 의식은 단순히 뇌에 갇혀 있지 않다 라는 결론에서 시작한 면도 없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의식은 단지 뇌의 작용에 불과하다는 증거에 대해서 열거해 보겠습니다.
(1) 뇌의 특정부위가 손상되면 성격, 감정 등이 변화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만약 의식이 뇌와 독립적인 것이라면, 뇌 손상이 있어도 의식이 온전히 유지되어야 하지만 이렇게 뇌의 특정부위가 손상이 되면 성격 등이 변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2) 특정 뇌 부위를 자극하면 특정 경험이 발생합니다. 전기 자극으로 감각, 감정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특정 뇌 부위를 자극하면 특정한 감정을 느끼거나, 환각을 경험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3) 알파파, 베타파, 델타파, 세타파 등 뇌파가 우리가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상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명상을 하는 동안 뇌파는 알파파와 세타파가 증가하는데 이는 의식이 특정 상태로 변화하면서 뇌파도 이에 맞춰 변한다는 증거입니다.
즉 뇌파가 우리가 경험하는 의식적인 상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뇌 활동이 의식의 본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4) 우리의 자유의지에 대한 개념도 허구일 수 있습니다. 신경과학자 ‘벤자민 리벳’의 실험에 따르면 사람이 생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기 0.3~0.5초 전에 이미 뇌에서 해당 결정에 대한 신경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자유의지가 있다고 느끼지만 실험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뇌가 먼저 결정을 내리고, 의식은 그 결정을 나중에 인식하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즉 의식이 뇌에서 발생하는 정보 처리 과정의 일부분 일 뿐임을 시사합니다.
뇌의 형성과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할 수 없으므로 자유의지와 윤리적 문제에 대해 개인적 책임이라는 개념에도 물음표가 붙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현대 신경과학의 연구 결과들은 의식이 신비한 현상이 아니라, 뇌의 복잡한 정보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임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다음으로 의식은 뇌에 갇혀 있지 않고 그 너머에 실재한다는 증거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현대 물리학인 양자 역학에서 ‘양자 중첩’의 관찰자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물리적 현상과 존재는 관찰자가 측정하는 순간 결정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의식이 물리적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고 단순히 의식이 뇌의 작용이라면 우리 몸을 벗어난 외부의 물리적 현상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겠죠.
이는 의식이 물리적 세계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우주의 근본적인 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2) 다양한 임사체험들을 보면 뇌 활동이 정지된 상태에서도 생생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의식이 단순히 뇌의 작용이라면 이러한 임사체험을 설명할 수가 없겠죠.
(3) 신경과학으로 감각, 언어, 기억 등은 설명이 가능하나 기쁨이 어떤 느낌인지? 달콤함이 어떤 느낌인지? 파란색이 어떤 느낌인지? 등 주관적 경험에 대해서는 신경과학으로 쉽게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4) 뇌과학에서는 특정 뇌 영역이 손상되면 특정 기능이 상실된다고 보는데 심각한 뇌손상에도 의식이 유지되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이는 의식의 단순히 신경세포인 뉴런의 물리적 활동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통적인 신경과학에서는 뇌는 하드디스크 같은 역할을 한다고 가정하지만, 뇌의 특정 부위를 손상시켜도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5) ‘홀로그램 우주론’은 우리가 보는 3차원 세계가 사실 2차원 정보에 의해 만들어진 일종의 홀로그램일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이 개념은 의식은 뇌에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차원의 정보장에서 유래한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의 의식이 단순히 뇌라는 국소적 구조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 전체와 연결된 비국소성으로 거대한 정보장과 연결되어 있고, 뇌는 단순히 그 정보를 받아보는 수신기 역할을 한다고 보기도 합니다.
즉, 의식은 뇌의 작용이 아니라 뇌가 수신기처럼 특정 주파수에 맞춰 정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볼때 의식은 단순히 뇌의 작용이라기보다는 더 근본적인 원리에 의해서 작동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붓다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붓다는 연기법에서 모든 존재가 상호 의존적으로 존재하고, 상호작용을 통해서 삶이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독립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연기법의 관점에서 의식은 절대 내 몸에 한정된 뇌의 작용일 수는 없고,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관계 속에서 의식이 발현된다고 말합니다.
(2) 붓다가 말한 ‘무아’ 개념은 의식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상호 관계성에 의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상들로 설명합니다.
즉, 의식은 개인의 몸에 한정되고 고정된 자아의 본질이 아니라, 존재간 상호작용과 그 결과로 발현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물리적 뇌에 한정될 수는 없습니다.
붓다는 이런 논쟁 자체가 전혀 의미가 없음을 이야기 합니다.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불교경전 화엄경에 ‘일체유심조‘란 말이 있듯이 모든 존재, 모든 사건(일) 들은 내 마음이 비추어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유식불교 사상에서는 ‘오직 의식만이 존재한다(유식무경)’는 관점을 바탕으로 모든 경험과 세계는 마음의 작용, 즉 ‘의식’의 산물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의식이 뇌에 한정된 작용일 수는 절대 없다고 붓다는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