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부시게 아름다운 어느 여름 날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께도, 친구들에게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그래서 항상 예쁨 받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아니, 언젠가부터는 그저 미움받지 않으려 애쓰고 애썼다.
마음이 다 바닥났을 때, 손 놓고 주저앉아 있을 수밖에 없을 때가 되어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다가와 주는 많은 이들의 마음이.
내 곁을 항상 든든하게 지켜주는 남자들, 아빠와 남동생, 그리고 남편. 사는 곳은 멀어졌지만, 내 마음이 아플 때 나와 닮은 방식으로 다가와 위로하는 친구들. 한의사로서의 내 정체성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나보다 더 나를 믿고 응원해 주시는 은사님. 매주 글로서 마음 깊은 곳의 우리를 함께 만나고 진심을 나누는 글벗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묵묵히 제 몫을 해내며 한의원을 지켜나가는 실장님까지도.
짙은 선글라스를 벗어던진 것처럼, 그동안 매일 보던 풍경도 다른 색깔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간 얼마나 내 삶에 감사하지 못했었나. 감사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는데. 세상이 항상 내게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 간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삶은 나를 단 한 번도 홀로 둔 적이 없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계절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