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대신 엄마가 살았다면 너희한테 더 좋았을 텐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빠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무슨 일이든 적극적이고 열정이 넘치던 엄마, 발도 넓고 인망이 두터우셨다.
그에 비해 아빠는 말수가 적고, 바깥일들에 큰 욕심이 없으시고, 만나던 사람들만 만나는 편이다.
그런 아빠는 자기 자신보다는 아내가 자식들에게 더 득이 되리라 생각하셨나 보다.
이제야 조금씩 알겠다.
아빠 방식의 사랑법을, 아빠만의 표현들을.
전에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던 모습들.
사위와 술친구가 된 덕에 들을 수 있었던 아빠의 수많은 이야기들.
아빠 마음속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었나.
기쁨이 덕분에 마주하는 아빠의 애정 가득한 눈빛과 목소리.
나도 기쁨이를 돌봐달라는 핑계로 아빠를 자꾸만 우리 집에 부른다.
그렇게 사랑을 가득 채워 다시 기쁨이에게 전해주면서.
기쁨아, 할아버지랑 좋은 친구가 되어주렴.
내 마음속에도 아빠를 향한 미움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아빠의 좋은 점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여전히 아빠에게 상처받는 나를 볼 때면
이젠 그런 내가 더 밉다.
사랑은 찰나로
미움은 영원처럼 느끼는
바보 같은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