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읽고서
다들 평상시 기분이 어떤 편이신지 궁금하네요.
저는 제 기분의 기본값을 우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잘 자고 일어난 아침에도 툭하면 우울한 기분 때문에
하루를 시작하기가 버거울 때가 많아요.
남편한테 나 우울증인걸까?
병원에 가 봐야 할까? 물으면
그 정도는 아닌데 그런 기가 있는것 같긴 해.
하는 답이 돌아와요.
자다 깨서 갑자기 울기도 하고,
어떤 날은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기도 한대요.
저도 기억 못하는 밤의 모습을 남편만 알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에요.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자 마자 뜬금없이
대체 사람은 왜 사는 걸까?
하는 질문의 굴레에 들어왔어요.
사춘기는 지난지 한참됐는데
아직도 이런 질문을 붙들고 지냅니다.
중 2때 확실하게 고민해보고 넘어왔어야 했는데,
그땐 그런 질문할 겨를이 없었거든요.
숙제를 안하고 미뤄 놨더니 30대가 되어서야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입니다.
어차피 오래 생각해봐야 답도 없다고,
누구나 다 태어났으니까 그냥 사는 거라고,
의미가 어디 있겠냐고,
저를 아무리 타일러 봐도 소용이 없었어요.
이상한 질문에서 도망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 들었어요.
책 제목은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들어 이렇게 오래 쉬어도 되는 건지
죄책감이 드는 날이 많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놀며 지내나 궁금했어요.
중반부로 갈 수록 피식피식
웃게 되는 글들이 많더라고요.
의자에 각잡고 앉아서 읽다가
이 책은 누워서 읽어야 제맛이겠다 싶어서
책방의 다락방에 반쯤 눕듯이
기대어 읽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책에 푹 빠져서 웃다보니까요,
신기하게도 무겁고 심각했던 생각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싹 사라지는 거 있죠?
책에서 빠져나와 정신을 차린 뒤 잠시 생각했어요.
뭐야, 웃을 일이 없어서 그런 거였어?!
내가 이렇게 삭막하게 살고 있었단 말이야?!!!
한 TV프로그램에서 우연히 이런 말을 들었어요.
왜 사는 거냐는 물음에 답을 못해 괴로울 때는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래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로요.
아니, 왜 사는건지 답도 못찾았는데
어떻게 살고 싶은지부터 질문해야 한다고?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잘 이해가 안됐어요.
그런데 책 읽으며 깔깔거리다 보니 알겠네요.
일단 어떻게든 살아보는 게 먼저,
왜 사는 지에 대한 답은 다 살아보고나서야
찾을 수도, 찾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그러니까
태어난 김에 살아 보는 거고,
이왕 사는 거 내가 마음 먹은 대로 살다보면
그게 곧 사는 이유가 되는 거겠지!
전생이 있을지, 환생이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나'로는 한 번 살아보는거니까.
이왕이면 재밌게 살아보자.
왠일로 유쾌한 생각이 들어 반갑고 기뻤어요.
간만에 가뿐해진 마음으로 다짐해봅니다.
재밌게 살자. 자주 웃으며 살자.
그게 곧 사는 이유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