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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담 Jan 09. 2020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 쿠로노 신이치

중2에게 중2병이라고 부르는 사회

  중학교 때의 나를 생각하면 지금의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했던 생각도 기억이 나고 심각하게 붙들고 있던 고민과 묵직한 돌덩어리 같았던 감정들도 다 생생히 기억나는데 그런 생각과 감정에 붙들려 있던 나는 낯설다. 난 이제 나이를 먹었고 어릴 때 그렇게 한심하게 생각했던 어른이 되어버려서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그냥 부끄럽고 심리적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대학을 졸업하고 꾸준히 10대를 가르쳐 왔다. 10대들과 잘 지내왔고 큰 갈등 없이 잘 지내 왔지만 이제는 그들의 심각한 고민을 들으면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귀엽다'란 생각을 한다. 심각한 고민을 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귀엽다고 생각하는 건 참 무례한 건데 십 대를 어리게만 보는 태도에 예민하게 촉을 세우며 조심해온 나조차도 이제는 그들과 너무 나이 차이가 나고 공감보다는 관찰하는 입장일 때가 더 많아졌다.


  쿠로노 신이치의 소설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는 중학교 2학년인 여중생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낸 성장 스토리이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순전히 학생 때문이었다. 나에게 국어와 독서를 배우는 중학생들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마음을 트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 또래의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사고방식과 생활 습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데 그들의 삶을 이끄는 논리가 결국 그들의 생각을 이끄는 논리이기 때문에 수시로 점검하며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할라치면 그들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분노, 슬픔, 절망, 울분이 순식간에 산사태처럼 쏟아져내리곤 한다. 어떤 날은 서러워서 울고 어떤 날은 진짜로 패닉이 와서 눈동자가 풀려 있고 어떤 날은 근거 없이 행복해서 마음이 둥둥 떠다닌다. 그들의 상태를 대변하는 이야기를 읽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항상 화가 나 있는 중2

  사춘기 학생들이 세상에 대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부당함에 대한 분노이다. (그 부당함이란 판단이 합리적인지는 차치하고) 대부분 그것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각자가 살만한 틈으로 흘러나가 여러 형태로 변형되곤 하는데 어른들이 그걸 다루거나 읽어낼 문법을 모르기 때문에 각자의 노선을 걷다가 부딪치거나 영원한 갈래길로 직진하다가 멀어진다. 사춘기 학생들의 표현을 빌면 그들은 어른들에게 협박 당하고 무시당하고 이해받지 못하면서도 애정을 강요받는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어른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책임감을 느끼고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두 감정의 사이에서 죄책감을 느껴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억압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폭발하기도 하고 슬퍼하거나 회피하기도 하는데  국어 과목의 경우(아니 어쩌면 나 자신의 특성이) 이런 과정을 보고 듣고 관찰할 기회가 많았다. 나는 학생들을 둘러싼 어른을 어찌할 권리도 능력도 방법도 없다.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은 학생들뿐이다. 그리고 비혼인 내가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부모 자아보다는 경험한 적이 있는 사춘기 십 대 입장이기 때문에 철저히 그들의 입장에 서서 읽었다.


솔직할 수 없는 시절의 이야기

  책을 펴고 첫 몇 줄 읽자마자 학생들이 좋아할 것을 직감했다. 마치 내가 가르치는 학생 당사자가 쓴 일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평소에 그들이 하던 말이 진짜 고스란히 소설 서술자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묘사돼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몇 장 읽자마자 내가 일기장에 써 내려가던 에피소드와 문체가 떠올라서 부끄럽고 오글거리면서도 신기했다. 일기를 쓰면서도 절대로 솔직할 수 없었던 그 시절의 조심스러움이 스미레에게도 있었다. 중2 때는 모두 다 같은 사고를 하는 걸까? 어려운 내용의, 읽으면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에 둘러싸여 의무적 독서를 이어오던 학생들은 산소마스크를 쓴 호흡기 질환 환자라도 된 듯 순식간에 책을 빨아들였다. 내가 권한 책 중에서 가장 재밌었고 가장 빨리 읽었다고 한다. 내가 권하는 청소년 도서들은 '꽤 재밌다' 읽히지도 않는 어려운 책을 권하지 않고 그때그때 수준에 맞는 책으로 다시 선택하기 때문에 억지로 읽어야 할 책을 무리해서 읽은 적은 없다. 이걸로는 언제나 학생들의 동의와 인정을 받아왔었다. 그런데 그 모든 책을 밀치고 이 책이 단연 흥미 부분 1위를 차지했다. 숨이 트이는 것 같고 속이 후련했다고 한다.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만하지 않을까?


문제 많은 정상 가족

  주인공 스미레는 관계의 문제를 겪는다. 그렇다. 우리 어른들이랑 똑같이 관계의 문제를 겪는다. 그 중요하다는 중2 시절을 사는데 친구가 없다. 정말 큰일이다. 자꾸만 초등학교 시절을 그리워한다. 맞다. 우리 어른들이랑 똑같다. 중요한 현재를 살지만 늘 잘 나가던 한 때를 그리워하는 어른들의 판박이 스미레. 관계의 문제를 겪는 스미레는 언제나 친구들을 관찰하고 평가하고 품평을 하고 그중 누가 친해질 만한지 저울질을 하고 전략을 짠다. 역시 우리 어른들이랑 똑같다. 왜냐고? 당연히 스미레의 부모가 그런 사람이니까 그렇다. 스미레의 엄마는 옆집 아주머니가 왔을 때 앞에선 친절하지만 뒤에서는 다르게 말하고 그 모습을 딸에게 숨기지도 않는다. 그렇게 파렴치한 엄마가 있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혹시 있을까. 스미레의 부모 조건이 좋지 않은 설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가 보다 할 수도 있다.


  아니다. 스미레는 그야말로 사회가 말하는 '정상 가족'에서 자란 학생이다. 이 이야기를 읽는 평범한 많은 부모들이 스미레의 부모와 똑같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딸이 왜 우리 아들이 왜 내가 원하지 않는 말과 행동과 반항을 하는지 조금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아주 좋은 책이다. 문제 가정이라는 설정으로 학생의 문제를 과장하지 않는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문제 많은 정상 가족의 이야기다. (정상 가족이란 말은 김희경의 저서 <이상한 정상 가족>의 개념을 빌어왔다.)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모를 때 우리가 대처하는 방법

  스미레는 학급의 사이비 종교 그룹(진짜 사이비 종교 집단)에 들어갔다가 비주얼 그룹에 들어갔다가 유흥을 즐기기도 하고 화장이나 도둑질 같은 문제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어떤 내적 갈등을 겪는지 어떻게 생각이 변하는지 얼마나 외롭고 어리석은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난 이 책의 흐름이 정말 흥미로웠다. 종교집단? 친구 없는 스미레가 실제로는 다른 친구들에게 관심이 있으면서 종교 그룹에 먼저 들어가고 거기서 친한 기분을 느끼면서 만족하려 하고 그러면서 사실은 이 친구들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을 인정하는 과정은 어린 시절, 신심과 의존성을 구분하지 못했던 나와 많이 닮아 있었다.


  스미레가 종교 그룹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어때 보였냐는 질문에 학생들이 먼저 "이거 친구 사귈 자신 없을 때 종교 조직 들어가면 빨리 거기 속할 수 있으니까 그러는 거잖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들한테 가려고 노력하지 않고 종교 조직 들어가면 성격이 맞나 이런 거 따지지도 않고 일단 친절하게 해 주고 같이 놀아주니까 처음에는 그쪽에 끌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이 책에서 그려진 외로운 스미레가 보여주는 방황의 패턴이 어른과 너무 닮아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친구를 알아가려고 노력하거나 친구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하기보다는 당장의 내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상대가 누구든 곁에 두고 서로에게 묶이기를 바라는 마음. 그러면서 무작정 맞추려고 애쓰다가 서로에게 상처 주고 돌아서는 모습. 그리고 돌아선 다음에 서운함과 슬픔조차 남지 않는 형식적 관계였다는 것을 깨닫는 씁쓸함. 스미레도 친구들과 그런 과정을 겪는다. 생각보다 우리 어른들은 학생들과 아주 많은 접점을 공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 번 접은 교복 치마 그리고 화장

  학부모들이 가장 신경 쓰고 고민하고 금지하는 것이 여학생의 화장이라고 생각한다. 술이나 담배처럼 학생 당사자들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고 확실히 인지하는 것들은 그나마 초기 설득이 필요 없는데 화장 문제는 정말 난감하다. 화장. 하지 말아야 하는가? 나쁜 건가? 뭐가 나쁜가? 뭐라고 해야 하는가? 이 책에서도 화장과 교복 줄여 입기는 아주 심각한 부모와의 갈등 요소로 그려진다. 나 역시 학생들과 이 문제를 가장 진지하게 토론했다. 일단 학생들이 화장에 관심도 많고 화장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야기 나누기 좋은 주제였다. 여러 명의 학생을 한 명의 학생으로 설정하고 정리해 보았다.


나 : 화장을 왜 하고 싶나요?

학생 : 화장을 하면 자신감이 넘치고 그냥 눈으로 봐도 훨씬 더 예쁘니까 어딜 가나 주눅이 안 들어요. 외모적으로 주눅 들지 않으니까 좋아요.

나 : 그럼 외모적으로 자신감을 갖는데 도움이 된다는 건가요?

학생 : 네

나 : 화장을 안 하고 나가면 어떤대요?

학생 : 화장을 안 하면 일단 누가 마주칠까 봐 너무 불안하고 내가 화장을 안 했다는 것 때문에 대화에 집중도 안 되고 피부나 이런 거 계속 신경 쓰여요. 사람들이 내 콤플렉스만 보는 것 같고 좀 그래요. 민낯으론 절대 못 나가요!

나 : 그럼... 화장을 하는 것은 외모에 자신감을 갖게 해 주는 건가요. 아니면 외모에 자신감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게 해 주는 건가요?


학생 : (눈동자가 살짝 흔들림)


나 : 나는 누군가랑 썸을 타거나 할 때 내가 너무 심하게 외모에 온 신경을 다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 그게 목메는 것처럼 보이고 그러면 뭔가 너무 간절해 보이고 자존심이 상해서 일부러 대충대충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상대에게 가장 어필하고 싶은 부분이 잘 강조되는 전략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고 화장을 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해요. 오히려 여자 친구들이랑 만날 때는 내 꾸밈을 왜곡해서 받아들이지는 않으니까. 더 마음 편히 화장을 하거나 외모를 꾸미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난 외모에 자신이 없다는 표현이 과한 화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내 친구의 경우에는~



  토론 내용을 다 옮겨 놓을 수는 없지만 저런 흐름으로 좀 길게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어른들 역시 꾸밈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고 자기표현이냐 억압이냐 말이 많은데 좀처럼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 사춘기 학생의 경우 그게 화장이든 옷차림이든 브랜드 제품에 대한 선호든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신경 쓰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른들이 그런 현상을 통해 사춘기 학생의 어떤 모습을 읽어낼 것이냐인데 만약에 '화장은 나쁘다.' '어른이 되면 하라.'와 같이 정해진 답을 강요한다면 그 명제가 받아들여지지도 않거니와 이 책의 스미레처럼 점점 겉돌아 아주 큰 사건으로까지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 어른도 이유가 있어서 화장을 하듯 학생들도 이유가 있어서 화장을 한다.


   화장은 나쁜 것이 아니고 중학생이 화장을 한다고 해서 큰일이 나지도 않고 학생들이 보기엔 본인이 화장을 한 얼굴이 맨 얼굴보다 예쁘다고 믿기 때문에 화장은 나쁘며 화장은 일탈이고 화장 안 한 얼굴이 예쁘다고 아무리 이야기해 봤자. 설득도 교육도 대화도 될 리가 없다. 나는 화장 문제를 놓고 부모와 자녀가 영원히 대립하고 타협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오랫동안 생각해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왜 화장이 나쁜지에 대해서 어른들이 모르기 때문이라고 밖엔 결론이 안 난다. 그냥 막연히 자녀가 화장하는 것이 싫다는 기분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라면 그 기분은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기분이지만 (사람은 시대의 변화에 바로바로 적응하지 못하게 마련이니까) 그 기분 때문에 십 대의 욕망 추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른의 입장에서 아무튼 나쁘다고 우기는 것은 체면이 안 서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보기도 힘든 그런 마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스미레가 왜 화장을 하고 외모가 뛰어난 친구들과 어울리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반복하는지 관찰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학생들과 토론을 하면서 그들은 스미레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미레가 왜 이런 여정을 겪는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고 학생들은 하나같이 외롭고 짜증 나서 그러는 거라고 답했다. 화장이나 옷차림이 핵심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이 아닌 스미레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객관화하는 경험을 해본 것이다.


  화장하는 자체보다는 화장하는 이유를 놓고 서로의 생각을 알려고 노력하는 대화만이 의미 있는 대화가 되는 것은 확실하다. 이 책을 읽고 같이 토론하면서 화장을 한다고 해서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걸 확인한 학생도 있었고 화장이 재밌어서 했거나 화장을 해왔지만 귀찮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런데 토론 전에는 모두들 화장하면 외모 자신감이 높아진다고 확신했었는데 그 문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는 정도의 합의는 볼 수 있었다. (난 중학생의 화장에 대해서 아무 입장이 없다. 내가 의견을 낼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누가 중2병인가

  중2병이라는 말이 생기고 나서 이 나라의 중2들이 느끼는 감정과 하는 행동은 '중2병'으로 퉁쳐지고 희화화되는 비극을 낳았다. 중2는 중2병일 수 없다. 중2는 그냥 중2답게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어른이 사춘기 학생처럼 행동했을 때나 그들에게 중2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소통해주는 어른이 없고 믿을 만한 대화 상대가 없고 하나를 잘못하면 열을 혼내는 어른들에 둘러싸여 제대로 된 요구도 하지 않으면서 요구하지 않은 것도 알아서 잘하기를 요구받는 십 대들이 중2병이라는 신종어에 갇혀 비정상인 것처럼 대우받는 것은 심각한 문제고 억압이다. 그들 자신이 그 말을 내면화하고 자신의 불안과 분노를 '병'으로 내면화하게 두는 것은 절대 건강한 모습이 아니다. 사춘기인 학생이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것은 정상이다.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스미레도 초기에는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초등학생 자아로 자기 또래를 바라보다가 자신 역시 자기 눈에 이상하게 보였던 친구들과 같은 행동을 하는 과정을 겪고 그걸 다시 대학생이 되어서 돌아보게 된다. 통과의례라는 것이다.  


중학생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내가 가장 많이 드리는 조언은 '논리적으로 사실적으로만 대화하면 그들도 듣습니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른들이 결국 인정하게 된다. 우리 어른들이 더 논리가 없고 감정적이고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이 책은 정상적인 가정의 정상적인 중2 학생의 삶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있는 문제들은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정말 다루기 힘든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케이스는 부모도 교사도 다루기가 정말 힘들고 특별한 정성과 지도가 필요하다. 문제 행동이 아닌 것을 고분고분하지 않거나 낯설다고 해서 문제 행동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조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난 중2때 행복해 보였지만  가면을 쓰고 살고 있었다. 속은 불행했다.

스미레가 부모에게 느끼는 서운함이 무엇인지를 잘 따라간다면 양쪽 모두를 고려하며 생각하는데 도움이 좀 될 것이다. 스미레는 부모를 간절히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부모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부모에게 공포와 억압만 느끼면 오히려 반항하는 에너지도 없다. 난 어렴풋이 스미레는 부모님 사랑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서운함을 느낄 수 있는 거라고. 어른들은 모두 사춘기를 지나왔다. 나는 어쩌다 보니 사춘기 지난 이후 늘 사춘기 연령과 대화하면서 나이를 먹었다. 내가 어른이 되어 사춘기 시절의 나를 들여다보니 어른들이 나에게 한 모든 말과 행동이 사랑이 아니었고 부모든 선생님이든 친척이든 학대와 방치도 심각한 수준일 때가 많았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우리가 어릴 때 어른들은 우리를 존중하지 않았다. 사춘기라는 개념이 생긴 이래 해마다 이 시기를 겪는 모든 인간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 신념에 입각해 어른을 대하고 세상을 살아간다. 조심해야 하는 것은 어른이다.


나 역시 수없이 많은 실수를 하면서 이 길을 걸었고 아무리 노력해도 계속해서 누군가에게는 잘못된 어른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스스로는 그렇게 자신 있지 않다. 그런데 언젠가 어떤 학생이 '선생님은 다른 어른이랑 다르다.'라고 말해서 뭐가 다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학생이 말하길 나는 억지가 없다고 말했다. 자기 주변에 진심으로 자기 의견을 묻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어른들 중에 지각을 하거나 약속을 조정할 때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물어보는 사람 처음 봤다고 기를 동등한 사람으로 대한 다는 느낌 드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 말이 진짜 아팠다. 나 역시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이 교실에 5분 늦게 10분 늦게 오면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 수도 없이 겪었고 부모가 자기 기분과 사정대로 내 스케줄을 바꿔 버리는 일을 수도 없이 겪어서 잘 안다. 그런데 아직 안 바뀐 것이다. 이 세상이. 어른들의 태도가.


이 책은 흔히 쉽게 말하는 '중2병'이라는 단어로 홍보가 많이 되고 있는데 중학생의 삶을 다룬 책을 그렇게 홍보하는 것은 그들에게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대 사람으로 정중하게 대하자. 내가 본 어른들의 반 이상이 중2병이다. 아직 중2 병을 못 벗어난 어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중학생들에게 인정받는 어른이 되려고 노력해 보자. 우리가 어쩌다 어른이 되가지고 이런 고생까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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