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었던 말
듣고 싶었던 말이 많았다.
전부 내 머릿속을 스쳐갔던 말들이었다. 내가 듣지 못했던,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 나는 누군가에게 해줄 수 있었을까?
괜찮다는 말이 듣고 싶었다.
그저 실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저 대충 상황을 피하기 위해 툭 건질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이 말이 듣고 싶었다. 망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냔 물음에 왜 망칠 생각을 하냐는 대답 말고, 괜찮다는 말이 듣고 싶었다. 실패하면 어떡하느냔 물음에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말보다, 괜찮다는 말이 듣고 싶었다.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가 실패하면, 그 사람을 원망하게 될까 봐.
나를 믿는다는 말이 듣고 싶었다.
처음 휴학을 마음먹었을 때, 아프기도 하면서 1년 늦게 사회에 나가면 늦는다는 말 대신, 나를 믿어줬으면 했다. 나는 휴식이 필요했다. 몸도 마음도, 갓 입시가 끝나고 지쳐있다 늦게 합격발표가 난 탓에 휴식할 틈도 없이 바로 학교에 나갔다. 온전히 1년간 휴식만 할 것이 아니라는 말에도 나를 믿어주지 않았다.
같이.라는 단어 하나가 나에겐 소중했다.
어릴 때부터 같이라는 단어가 소중했다. 외동인 데다, 맞벌이까지 하셨기에 나는 항상 거실에 홀로 앉아 저녁밥을 먹었다. 엄마와 아빠가 싸우고, 셋이 같이 가던 놀이공원도, 같이 가던 산책도. 같이 하던 줄넘기나 배드민턴, 같이 가던 마트, 그리고 같이 가던 병원까지. 전부 사라졌다. 내 나이는 발병한 지 3년도 채 안된 고작 열두 살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혼자 놀았다. 아빠가 집에 들어오면 엄마와 같이 먹던 저녁식사를 허겁지겁 끝내고 황급히 방으로 들어왔다. 그때의 난 아빠가 무서웠다. 때리거나 욕을 하지도 않았지만, 착하고 항상 웃어주던 아빠는 나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엄마에게 언성을 높였다.
나는 혼자 방에 들어와 이어폰을 끼곤 노래를 들었다.
조금 컸을 땐 친구들과 같이 놀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못했다. 병원 생활과 입시가 바빴던 탓에, 나는 예민해졌고 당연히 같은 입시 중이던 친구들도 예민해졌다. 사소한 것 하나로 나는 같이 즐기던 것들을 잃었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친구들과 여기저기 놀러 다녔던 탓에 더 괴로웠다. 어딜 가나 친구들과 같이 보낸 추억이 눈에 밟혀 외로움이 커져갔다. 유행하는 네 컷 사진 앨범을 펼쳐볼 때도, 평소엔 가지 않던 카페를 갈 때도, 하다못해 작은 스티커를 살 때도. 친구들과 웃으며 함께 하던 행동들은 나에게 절망으로 돌아왔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것만 같다. 지금, 내 기억 위에 추억을 덮어씌워줄 친구 하나 남지 않았다는 게. 그런데도 나는 어떻게든 즐겁게 사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게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