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눈을 잃게 된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머지 않은 미래일 것이다. 발병한 지 11년째 되는 해이니, 4년 정도 뒤면 당뇨망막병증의 발병률이 높아질 것이다. 실명률이 높은 병이다, 뭐다 하며 떠들어대니, 괜찮았던 생각에도 금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강한 마음과 긍정적인 생각도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소식을 접하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거 아닐까. 치료만 잘 하면 될거라고, 관리만 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던 마음도 무너졌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릴적부터 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했다. 읽는 건 즐기지 않았으나 내 마음속에 있는 말을 주저리주저리 털어내길 좋아했다. 입시와 현생에 치여 글을 쓰겠다는 마음이 잊혀져 갈 때쯤 찾아온 무기력함과 들려오는 부정적인 말들에 나는 글을 남기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눈을 잃는다면, 내가 지금껏 봐왔던 풍경들과 색깔들, 좋아하는 것들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더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될 때, 이만하면 됐다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계속 글을 남기고싶은 마음이다.
그래야 절망적인 상황이 찾아와도, 당연하겠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고, 후회가 남아도, 그래도 살아갈 힘을 조금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닐 것 같다. 20대인 지금으로는 먼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다가올 미래라는 것이 무섭다. 시간에 제한이 생기면 사람은 결국 급해지거나,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두렵고 무서운 내 감정을 여과없이 적으려고 한다. 내 글의 또 다른 목적은, 나와 같은 병이든 아니면 마음이 아픈 병이든, 또 다른 병을 가지고 있든 어딘가에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같이 살아가는 마음을 공유하는 것이다. 세상에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한 사람은 드물다. 누구라도 한 곳 정도는 아프다. 아픈 사람에게 가장 힘이 되는 건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나만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건가, 아픈 것 가지고 유난을 떠는 건가. 다 아파도 잘 살아가는데 내가 너무 예민한건가 하는 사람들에게.
당연한 생각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도록. 당연히 가질 수 있는 휴식시간에 조급함을 가지지 않도록. 누구에게도 듣지 못하던 괜찮다는 말 한마디를 들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