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게 죄라면

by 사월

20대가 된 나에게 아픈 건 죄다.

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 때 만들었던 주민등록증의 쓰임새가 생긴 20대가 되었다.


20대가 되고, 한 해가 지나니 이젠 정말 병이라는 것이 내 발목을 잡아오기 시작했다. 그저 아프기만 할 뿐이 아니었다. 당연하게 부모님이 감당해 주시던 병원비도 이제는 눈치가 보였다. 부모님은 다른 얘기를 하지 않으셨지만, 생각이 많아지고 뇌가 크니 이건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말았다.


병이 있는 내가 일자리를 구하는 건 쉽지 않다. 학교도 제대로 나가지 못하고, 좋은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니며, 이렇게 점점 무너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에겐, 모든 상황이 너무 벅차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같은 병을 앓는 사람들의 브이로그라던가, 일상들을 보면 나만 빼고 다 이겨내고 잘 살고 있는 듯하다. 나만 멈춰 서서 자기 연민에 빠져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친구가 많았다면 좀 나았을까. 가정이 화목했다면 나도 긍정적인 사람이 되었을까. 공부를 잘했다면, 뭐든지 이겨낼 성격을 가졌으면, 날 믿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아프지 않았다면. 내 탓과 남 탓을 번갈아가며 나는 더 내 죄목을 늘려갔다.


부모님이 불쌍했다. 사랑해서 낳은 아이가 약하게 태어나서. 몸도 마음도 약해서. 벌어서 더 좋은 걸 사고, 같이 즐길 수 있는 걸 사고, 좋은 집으로 이사 가는 데에 쓸 수 있는 돈의 일부를 내 약값에 쓰는 게 불쌍했다. 매번 피를 뽑고 검사를 해도 완치가 될 리가 없는 병의 진료비, 검사비에 돈을 쓰는 게.


2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무능한 딸을 위해 그런 돈을 쓰는 게 불쌍했다. 아낀다고 부자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 번 돈을 무능한 나에게 써가면서 날 살아가게 하고 싶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이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도 전부 알고 있다.


알아서 더 괴롭다.

알고 있어서 내 죗값이 더 늘어가는 것 같다.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미워진다.


이렇게 모든 걸 해주는 걸 가만히 받기만 하면서, 더 이상 실패하는 게 무서워서, 더 이상 도전할 힘이 안 나서 가만히 멈춰있을 수밖에 없는 내가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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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