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

넘어져 주저앉은 어른들

by 사월

달리고 싶다.


친구와 함께 맑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를 가지고, 손에는 실내화가 담긴 가방을 들고 동네를 가득 채울 웃음소리를 내며 달리고 싶다.


언제부터 달리는 방법을 잊은 걸까. 언제부터 바람을 가르며 뛰는 어린아이들을 빤히 바라보게 된 걸까. 그들을 바라보다가도 우리는 웃음대신 무언가에 쫓기듯 두려운 얼굴로 발걸음을 옮긴다.


힘들었다.

빠르게 달리다 숨이 차 털썩 주저앉았다. 그럼에도 같이 달리던 사람들은 달리기 바빴다. 손을 내밀어 줄 여유가 있는 사람이 없었다. 내 뒤로도, 내 앞으로도 주저앉은 사람들은 그저 주저앉아 가만히 있었다. 물 한 모금 마실 여유도 없는 사람들과, 이미 힘을 모두 잃은 채 늘어진 사람들. 어디를 향해 달리는 건지, 나는 혼란스러웠다.


주저앉은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한다. 이 길이 옳은 길일까. 그중에는 다시 일어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 보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은 또 어딘가에서 넘어졌을까? 아니면, 내가 궁금해하던 그 목적지에 도달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그저 걸어가 본 사람만 알 수 있다. 주저앉은 사람은 원망스럽기만 하다.


왜 나는 쓰러질 수밖에 없는가? 그건 너무 빠르게, 오래 달려서다. 개개인이 가진 체력은 모두 다르다. 본인의 페이스에 맞게, 가끔은 좀 쉬어가면서 달려야 한다. 너무 빨리 달렸을 뿐이다. 시작도 하지 않고 주저앉아버린 게 아니다.


그저 너무 버텼을 뿐이다.


버티고 버티다 주저앉아 휴식을 택한다. 휴식을 택하면서도 내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느껴지면, 쉬고 있는 내가 원망스럽다.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진다. 남들은 나보다 더 오래 달리고, 더 어린데도 달리고, 혹은 나이가 훨씬 많은데도 달린다. 내가 미워서 눈물이 나올 때쯤 눈을 감는다.


내가 정말 재미있게, 무언가에 쫓기는 게 아닌 친구와 함께 달렸던 운동장을 떠올린다. 우린 언제 이렇게나 커버린 걸까. 가만히 운동장 가운데에 서서 파란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린아이일 때도, 커버린 지금도, 하늘은 넓고, 높고, 크다. 하늘이 보기에는 내가 어린아이가 아닐까.


세상에서 항상 어린아이로 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커가며 바뀌는 생각들, 바뀌는 환경, 사회의 분위기까지. 당연히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힘든 일들이다. 나는 어른아이로 살아가고 싶다. 달리다가도 가끔은 멈춰 서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지고 싶다. 그런 여유가 나에게도, 모두에게도 올 수 있도록. 사람으로 가득 차 어둡던 트랙이 환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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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