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

설악산과 겨울바다

by 물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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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가게 됐어요. 떠나기 전 가족여행을 계획했습니다. 누나가 아르바이트해서 저축한 돈으로 가족 모두에게 작은 선물을 했습니다. 치에게는 포근한 검은색패딩과 병아리색 목폴라를 선물했어요. 패셔너블한 치리오는 사 점 오 킬로그램을 유지한 체형이라 어떤 옷을 입어도 폼이 났어요. 누나가 선물한 옷을 차려입고 속초로 향했어요.


처음 보는 바다라서 무척 긴장했어요. 가슴까지 두근거렸습니다. 동해 여행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긴 기간 누나와 헤어져 지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어요. 그래도 며칠간은 가족이 모두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모래사장을 달리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경험으로 알았어요. 모래사장에 발이 쑥쑥 빠지는 바람에 빠르게 달릴 수가 없었죠. 바닷바람은 또 얼마나 거세던지요. 치리오 털이 사방으로 날려서 앞을 보기가 어려웠어요.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좋았어요. 실컷 맡았죠. 소금기 있는 음식은 치리오 건강에 안 좋다고 해서 거의 못 먹거든요. 그래서 냄새로나마 맡아보고 싶었죠. 처음 해보는 게 많아서 신기했어요.


설악산 공기도 맛볼 수 있었고 여행 중에 하얗게 덮인 멋진 설경도 만날 수 있었어요. 눈이 오는 날 산책할 때면 가족들은 치리오가 감기나 동상에 걸리지 않도록 체온 유지를 위해 신경을 써줍니다. 다행히 이날은 함박눈이 계속 내린 덕에 염화칼슘을 뿌리지 않은 상태였어요. 발바닥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염화칼슘을 뿌린 곳은 피해야 하거든요. 겨울철엔 미용을 하더라도 발바닥 보호를 위해 발털을 거의 깎지 않아요. 폭신하게 발등에 덮인 치리오의 발털은 누나가 신고 있는 부츠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설악산 설경아래 소복이 쌓인 눈길을 달렸어요. 산책하기 최적의 시간이었죠. 가족 모두 눈을 뭉쳐서 신나게 눈싸움을 했어요. 눈사람도 만들었죠. 형아가 작게 뭉친 눈덩이를 치리오 발 앞에 놓아주더라고요. 굴려보라는 의미겠죠. 눈치 빠른 치리오는 오른발을 사용해서 굴렸어요. 신기하게 눈덩이가 조금씩 커지는 거예요. 눈사람이 치리오보다 몸집이 커지기 시작했어요. 눈사람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었는데 모두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어요.


속초 휴게소에서 따뜻한 보리차와 감자를 먹었어요. 휴게소에서 쉬면서 치리오는 잘 모르는 옛 추억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치리오가 가족 구성원이 되기 일 년 전 이야기였어요. 승아 누나와 승현 형아 초등학교 겨울방학 때 바로 이곳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였습니다. 강원도 감자를 너무 맛있게 먹던 형아가 휴게소에 벗어둔 코트를 좌석에 그대로 두고 간식만 챙긴 채 자동차에 탑승했다는 이야기였죠. 그걸 강릉에 가서야 알게 됐다나요. 그래서 다음날 다시 속초 휴게소에 들러서 코트를 찾고 계획한 것보다 즐거운 여행이 됐다는 뭐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형아가 치를 보고 말했어요.


-- 그때 치리오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 코트 챙기라고 멍멍 짖었겠죠. 그래도 알아채지 못하면 다시 으르렁거려서라도 코트를 두고 가지 않게 했을 거예요.


-- 치리오가 없었던 시절 얘길 하려니까 좀 이상하네.


엄마의 말에 누나가,


-- 치리오는 그때도 우리 가족이었던 거 같은데. 치리오가 태어나기 전 일이었다는 게 이상해.


-- 이제 치리오가 없는 우리 집을 상상할 수 없지.


아빠의 말을 들으니까 겨울이란 계절이 멀리 달아나 버린 것 같았어요. 치리오 마음엔 벌써 따뜻한 봄이 가득 차올랐으니까요. 치리오를 번쩍 안아주던 아빠 모습이 잊히지 않아요.

여행 중 누나가 선물한 옷을 입고 기념촬영을 많이 했어요. 치리오 견생 중 가장 멋진 옷을 입고 떠난 여행이었어요. 누나, 옷 선물 고마워요, 잊지 않을게요. 캐나다에 가서도 건강하게 지내면서 많이 배우고 오세요.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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