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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들래 Nov 01. 2024

산, 산, 산

변산, 군산, 논산

세월의 축이 깎인 걸까 층암절벽 앞에서 나이를 센다

갯벌이라 생각했는데 거친 돌멩이가 차인다

보드라운 발밑 감촉 날아가고 걷는 걸음마다 

인생의 고비인 듯 발바닥을 콕콕 찌른다

서쪽 언덕으로 희끄무레 기우는 저녁놀 앞 두 사람

청회색이 청보라로 점염되는 저녁 하늘 바라보다 속삭이지

노랫말도 있잖아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거라고

석양과 저녁 하늘에 물들며 익어가고 싶은 오후 일곱 시 이십 분 변산


가을 어귀 고운 정경 은파호수에 하릴없이 빠져들고

구월 산책 멈추게 한 香은 볶은 지 열흘쯤 된 원두

머릿속까지 개운하게 훑는다 최초 로스팅 카페답게 

목덜미 타고 넘어가는 커피가 정신을 일으켜 세우고

암벡스 로스팅 기계가 뿜어내는 뭉근한 공기와 커피 향 속에 

몇 시간째 호수 한 번 바라보고 커피 한 모금 워드 다섯 줄

하늘 한 번 호수 한 번 쳐다보고 커피 한 모금 워드 열 줄

엽편소설 한 편쯤 가분히 마칠 거 같은 오후 다섯 시 군산


삶에 빗댄 대나무 문구 보고 마음 울렁거려

생전 자기 이름 건 문학관에서 작가는 어떤 마음일까

불과 닷새 전 파주, 다정한 작가의 조언에 귀 기울이다가

문학관 소식 알았어 여행 중 그곳에 들르지 않을 이유 없지

생각했던 것보다 왕성한 작품 활동했구나

일 년에 평균 네 권씩 써온 작가는 새싹 작가들 엽렵히 챙기고

멀리서 고요히 가까이서 살갑게 다정한 작가의 인생 궁금하다

그냥 지나치지 못해 그윽한 작가의 성실한 나이테를 만난 오후 세시 논산


늦은 여름휴가 흡족하다.


20240901 변산반도 휴양림 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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