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군산, 논산
세월의 축이 깎인 걸까 층암절벽 앞에서 나이를 센다
갯벌이라 생각했는데 거친 돌멩이가 차인다
보드라운 발밑 감촉 날아가고 걷는 걸음마다
인생의 고비인 듯 발바닥을 콕콕 찌른다
서쪽 언덕으로 희끄무레 기우는 저녁놀 앞 두 사람
청회색이 청보라로 점염되는 저녁 하늘 바라보다 속삭이지
노랫말도 있잖아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거라고
석양과 저녁 하늘에 물들며 익어가고 싶은 오후 일곱 시 이십 분 변산
가을 어귀 고운 정경 은파호수에 하릴없이 빠져들고
구월 산책 멈추게 한 佳香은 볶은 지 열흘쯤 된 원두
머릿속까지 개운하게 훑는다 최초 로스팅 카페답게
목덜미 타고 넘어가는 커피가 정신을 일으켜 세우고
암벡스 로스팅 기계가 뿜어내는 뭉근한 공기와 커피 향 속에
몇 시간째 호수 한 번 바라보고 커피 한 모금 워드 다섯 줄
하늘 한 번 호수 한 번 쳐다보고 커피 한 모금 워드 열 줄
엽편소설 한 편쯤 가분히 마칠 거 같은 오후 다섯 시 군산
삶에 빗댄 대나무 문구 보고 마음 울렁거려
생전 자기 이름 건 문학관에서 작가는 어떤 마음일까
불과 닷새 전 파주, 다정한 작가의 조언에 귀 기울이다가
문학관 소식 알았어 여행 중 그곳에 들르지 않을 이유 없지
생각했던 것보다 왕성한 작품 활동했구나
일 년에 평균 네 권씩 써온 작가는 새싹 작가들 엽렵히 챙기고
멀리서 고요히 가까이서 살갑게 다정한 작가의 인생 궁금하다
그냥 지나치지 못해 그윽한 작가의 성실한 나이테를 만난 오후 세시 논산
늦은 여름휴가 흡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