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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들래 Nov 11. 2024

꿈에서도 시를 써

눈뜨면 날아가고 사라지고 도망가네

꿈이야

꿈꾸고 있는 거야

詩語가 마구 떠올라

옮겨 적는 게 답이야

꿈인데 깨고 나면 기억날까

이리 분명한 느낌을 어이 까먹겠어

잊어버리면 머리가 문제야

까먹을 리 없지 이렇게 아름다운 시어를 

기억나지 않을 리 없어 이토록 강렬한 이미지가

그런데 알고 있지, 언제나 까먹는다는 걸


새벽에 일어나

백지 앞에 앉는다

그토록 선명한 詩語가 어디로 가버린 거야

눈뜨면 날아가고 사라지고 도망가네

그냥 눈감고 있을걸 오랫동안

잊어버리려야 잊어버릴 수 없을 때까지 詩語 맴돌게 해

눈뜨자마자 옮겨놓아야 해, 그러나 이미 잊어버린걸


그저 감각과 이미지로 몸부림치며 기억 더듬어봐

그때 이미지가 떠올라, 한 노인이 왜 

열린 문틈으로 속사포처럼 빠져나간 걸까

열린 문 틈으로 쏟아지는 비가 들이차고

빗길 속으로 노인은 도망가 버렸어

다른 노인이 노인을 쫓아 나갔어

노인이 노인을 데려왔는지 

노인이 노인을 찾아오려고 따라나갔다 

두 노인 다 길을 잃었는지 모르겠어

그런데 너무 궁금하잖아

굼뜬 노인이 어찌 그리 빠르게 빠져나갔는지

노인을 따라 나간 노인은 지금 어디 있을까

그 노인은 젊은이일까 진짜 노인일까 아니면 나일까


오줌 누고 다시 잠든다

두 노인 찾고 싶어서 억지로 잠든다

노인이 쪽지를 건넨다

플레이보이 기질 있으니 신뢰하기 어렵다,

라고 적혔는데 플레이보이가 누구일까

첫사랑일까 아들일까 남동생일까 남편일까 나일까


꿈속 키워드는

두 노인과 플레이보이,

꿈이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노년을 향해 가는 '나'라고 말한다

는 말을 안 들어도 

老心은 날고 싶은 거야

친구 따라 강남 가고 싶은 거야

찾지 말아, 두 노인이 원하는 거야

내 안에도 플레이보이가 숨어있다고 말한다

웃을 일 없는데 웃게 하는 꿈이네

자고 일어났을 때 궂은 상태였는데

詩로 꿈풀이 하고 나니 심신이 가벼워져

時詩한 하루가 몸과 마음 가뿐하게 하네



20241111 춘천 공지천에서 꾼 꿈을 떠올리며...


20241111 흐린날 춘천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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