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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들래 Nov 13. 2024

더블 캐스팅

크로스 되는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연습이 답이야

같은 역할 두 명의 배우가 연기할 때

비교되면 안 되잖아 그것도 나쁜 쪽으로

주연 배우 셋

더블 캐스팅이니 여섯

남성 넷 여성 둘

셋씩 모여 연습하고 

최종 리허설 과정까지가 꿈같았어

공연 올리기 전까지의 과정이 중요해


공연 전 날 관객과의 만남이 있었지

어떤 연유로 모임에 초대받았는지 몰라

초대 장소에 갔고 이미 많은 관객이 모였어

두 개 조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고

나머지 두 개조가 더 만들어져야 해 

세 번째 조를 만들양으로 의자를 옮기며 움직였어

뒤를 따르는 몇이 함께 무리를 이뤄 세 번째 조 완성

더블 캐스팅 배우들이 등장하기 직전까지가 꿈의 전부야


조별 모임 관객들 개성도 다르지

별난 사람이 자기 이야기에 빠져 

분위기 아랑곳없이 주도하네 이럴 때

난처한 공기 잡아주는 역할이 내 일이야

내내 못마땅한 표정 짓던 사람에게 의견 묻자

초대 경향 파악한 촌철살인 멘트 날려버리네

간단한 말로 별난 사람 약점 찔러 입 다물게 했어


기대했던 십이월 공연 예매해 놨지

예고 없는 극단 측의 연락받았어

여의치 못할 사정으로 공연 취소한다네

어이없는 처사에 실소 금치 못해

꿈은 무의식 세계와 밀접한 관련 있어

무의식은 의식의 반영이잖아

더블 캐스팅 배우 중 한 사람이 취소 사유였을까

괜찮은 걸까 더블 캐스팅

진짜는 오로지 하나여야 하잖아

같은 역할 둘이 하는 건 둘로 나누는 거잖아

누가 진짜일까 찾으려면 두 번 관람해야 할까

그게 의미 있을까 돈과 시간 낭비 아닐까


꿈, 더블 캐스팅, 진짜와 가짜 사유하다 보니

버킷리스트에 담았던 꿈 생각났어

무대에 꼭 한 번 서보고 싶었던 꿈

주연 조연이 아니라도 좋아 그저

임팩트 있는 대사 한번 시원하게 발설하는 게 꿈이야

꿈은 쫓는 게 아니잖아 찾는 거잖아 

무대에 설 수 있게 멍석 깔아주는 극단 찾았어

지난한 낭독과정 거쳐 원하는 역할 일이삼 순위로 적어냈지

일 순위 역할에 캐스팅됐어 환희의 순간이었지

기쁨은 잠시, 한 달간의 고된 훈련과 연습 시작되고

오십 대 중반인 내가 맡은 역할 칠십 대 초반 미망인이야 

상대역 남자는 이십 대 초반인데 칠십 대 중반 홀아비역이야 

배우란 직업의 매력이 뭐겠어 어떤 나이도 가능하다는 거잖아

화장으로 분장으로 위장으로 가장으로 변장으로 말이야 

이십 대 초반 상대역 남자 분장하니 완벽한 홀아비였어 

노인역 목소리는 또 어떻고, 변장하니 빼다 박은 노인이야 

하루하루 고된 연습이었지만 한 달 금방이더라 

공연이 시작됐고 이십 분 단막극 실수 없이 마쳤어

무엇보다 이십 분간 칠십 대 이여사에 완전히 몰입했어 

쏟아지는 박수갈채에 구십도 인사 말고 달리 할 일이 뭐야


연기로 원하는 삶 살아보는 게 배우의 매력

원하는 삶부터 원치 않는 삶까지 다 살아보는 거야

선량한 인간부터 최악의 인간까지 다 돼보는 거야

과정 속에서 진짜 나를 발견하게 될지 몰라

내 옷 입은 것처럼 편안한 역할이 진짜 나일지 몰라

아니지 진짜 완벽하게 연기해 낸 완전한 가짜일지도

조커 옷 입고 불편하지 않게 미소 짓는다면 소름 끼칠까 기쁠까


관객의 만남 직전 꿈이 단절된 건 일정 펑크 낸 배우 때문일까

공연 취소된 이유 주최 측 준비 부족일까 진짜인 줄 안 연기자의 가짜 연기 때문일까 

칠십 대 이여사로 분해서 버킷리스트 지우게 한 박수갈채는 진짜일까 가짜일까

꿈은 가짜인 것 같은데 진짜인 내 무의식이고 현실은 진짜인 것 같은데 가짜인 내 의식인 걸까

더블 캐스팅처럼 크로스 되는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오늘도 줄다리기한다


지난 9월, 산울림소극장 카뮈의 <이방인> 무대/ 전박찬의 열연으로 만난 이방인의 뫼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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