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이라 말한 사내
그가 나직이 속삭이던 사나흘 오롯한 시간을 보내고
한평 초가집 담 옆으로 낙화한 목련이 그의 생애처럼 슬프다
걷는 길에 시뻘건 동백이 뚝뚝 떨어져 내린 풍경에 눈시울 뜨겁고
지르밟지 못한 채 붉은 꽃 피해서 작가의 산책길을 걷고 또 걷는다
아침마다 중섭을 만나 안부를 묻는다
구상의 집 관수재에서도 중섭에게 안부를 건넸는데
다시 서귀포에서 중섭을 만난다 대향은 어디에나 있다
교보문고에도 작은 책방에도 옥천도서관에도 삼매봉도서관에도
구례도서관에도 시인의 집에도 문학관에도 저기 멀리 바다에도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중섭을 만난다
마음만 열면 그는 어디에서나 쓸쓸한 미소를 짓고 있다
여릿한 땅기운이 사르락 오르고 포근한 봄빛 말갛게 번진다
한 평방 앞 뜨락에서 대향에게 말을 건다, 오늘도 당신을 만나러 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