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월날씨 Oct 24. 2021

까탈을 부려도 괜찮아

너의 100%와 나의 100%가 만나는 이상적인 교집합

그는 점점 까탈스러워진다. 까탈은 내 영역이었는데 그가 어깨를 나란히 하려 한다. 점점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원하는 게 생기고 싫은 것도 생기고 좋아하는 것, 거슬리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를 알아간다. “그건 싫어요!” 그가 말할 때마다 나는 그 모습이 좋아서 웃음을 터뜨린다. 이것은 내가 그간 부단히 훈련시킨 결과라고 생각하면서.


언제나 나의 백 프로와 그의 백 프로가 만나 교집합을 찾기를 바랐다. 서로가 가장 원하는 것을 드러내어 그것들을 가지고 자유롭게 조율하여 나의 최선과 그의 최선이 만나기를 바라 왔다. 나를 배려하여 내린 선택이라면 어디까지가 배려이고 어디까지가 그의 욕구인지를 알고 싶었다. 더 정확하게는 내가 그의 배려를 받는다면 a 부분을 배려받을지, b 부분을 배려받을지 내가 결정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일단 꺼내놓아야 했다. 그의 순정한 욕구를 알고 싶었다.


그는 다 괜찮다고 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자고 했다. 내가 기쁘다면 그것이 자기를 기쁘게 한다고 했다. 정말로 그래 보였다. 그게 마음에 걸렸다. 나는 내 마음대로 하는 걸 너무 좋아하지만, 정말 사람이 이렇게까지 다 괜찮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혹시 내가 그를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지는 않을까? 그가 무얼 억누르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원해도 괜찮아. 싫어해도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더 좋은 걸 찾아도 돼. 상대에게 미칠 영향은 일단 생각하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원해도 되고 원하는 걸 표현해도 돼. 나는 알고 싶을 뿐이야. 우리의 교집합을 찾는 건 그다음이야. 우선은 당신의 백 프로를 찾아보자.


그가 욕구 표현의 걸음마를 뗄 때마다, 그리하여 이전보다 더 까다로워질 때, 나는 무척 기쁘다. 비록 예전에는 한겨울에도 칼바람을 맞으며 어으, 시원하네요, 허허, 하며 추위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던 그가 이제는 추우니 빨리 들어가자고 하는 건 좀 아쉽지만.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요, 추워도 허허 시원하다 했잖아요, 하고 항의해보아도 이미 자신이 원하는 걸 알아버린 그를 되돌릴 수는 없다. 조금 더 걷고 싶어요, 햇빛이 좋잖아요. 10분만 더 걸을까요? 아니면 5분? 제안하고 그의 응답을 기다릴 수밖에. 그의 백 프로와 나의 백 프로가 만나는 교집합을 찾으려 애쓰는 수밖에. 정 안 되면 혼자 더 걷고 따뜻한 집에 들어가 이미 몸이 녹은 그를 힘껏 껴안으면 그만이니까.



이전 03화 안아줘, 들어줘, 말해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