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

by 볕뉘

간밤에 비가 왔습니다.


산에 갈까?

바닥이 미끄러울지도~


어쩌면 안 갈 핑계를 찾았을지도 모릅니다.

아침에 일찍 눈은 떠졌으나 그냥 침대에 꼼지락 거리고 싶은 흐른 날엔 왠지 그저 게으름 피우고 싶으니까요?


맨발로 가볼까?

맨발로?

바닥이 촉촉해서 다닐만할걸? 지난번 비 오면 맨발 걷기 해보자고 했잖아~

어~~ 그럴까?


마음이 동합니다.

무릎 보호대를 차고 모자를 꺼내 들고 길을 나섭니다.


비 온 후 숲은 수분을 한가득 머금고 있습니다.

비 온 후의 숲은 그 나름의 차분하면서도 선명한 빛으로 맞이해 줍니다.


숲길을 걷다 보니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맨발 걷기가 건강에 좋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맨발 걷기를 하고 있더군요. 혈당 관리를 해야 하는 사람에게 맨발 걷기가 좋다는 말을 들었지요.

저에게 맨발 걷기가 좋다는 말이지요~


숲 입구를 들어서서 길을 걷다 쉼터에서 신발을 벗습니다.

맨발에 닿는 차가운 감촉이 생각보다 좋습니다.

신발을 들고 천천히 숲길을 오릅니다.

아직 숲길에 익숙하지 않은 발은 폭신한 야자매트를 찾습니다.

제법 맨발은 숲길을 받아들이네요~


야자매트만으로는 숲길을 가 걸을 수 없습니다.

흙길 사이 자잘한 돌들이 채워진 길을 걷기도 하고 나뭇잎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진 길을 가기도 하지요.

익숙하지 않은 발은 가끔 뾰족한 돌을 밟아 놀라기도 하고 야자매트를 고정하기 위한 고리를 밟아 아프기도 합니다.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당당하게 가려했는데 마음과는 달리 고개가 자꾸 바닥을 쳐다봅니다.

바닥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불안감도 함께 하겠지요.


어휴~ 고개가 자꾸 숙여져.

그러게.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듯 맨발 걷기를 해보았지만 돌이 있는지, 뾰족한 것은 없는지, 혹여 더러운 것이 묻는 것은 아닌지 온통 신경은 바닥에 가 있었습니다.

숲길의 정취에, 그 공기에 온전히 몰입하기 어려웠지요.

그럼에도 맨발에 닿는 그 생경한 차가움은 그 또한 매력이 있더군요.


황톳길에 가면 걸어보기로 하고

일단 맨발 걷기는 접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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