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서는 시간이 늦었습니다.
환한 빛 때문인지 늘 가던 숲길 대신 다른 길로 향합니다.
빛을 좀 더 누리고 싶었나 봅니다.
"오늘 햇살 참 좋다."
한가로이 오르다 순간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햇살 받아 더 찬란하게 빛나는 붉어진 잎.
나뭇잎에 매달린 검보랏빛 열매들.
혼자서 가을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오~ 너무 예쁜데?"
"이 열매 뭐지?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자태라니~"
가을을 마중하러 나온 나뭇잎과 열매가 그저 예쁩니다.
단풍 들어 초록빛 위에 더 어여쁘게 서 있습니다.
이렇게 예쁜 단풍을 보려 이 길로 왔나 생각이 들만큼 사랑스러웠습니다.
아지못할 가을의 기운이 나를 이 길로 데려왔는지도 모릅니다.
늘 가던, 늘 하던 일은 익숙해서 편안함을 주지만 그 속에 젖어들기 쉽습니다.
그저 흐린 눈으로 익숙한 것들이라 스쳐 지나갑니다.
가끔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야겠습니다.
그 길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것들,
익숙하지 않기에 더 세심하게 보게 되는 것들이 일상의 건조함을 견디는 힘이 되겠지요.
새로운 길에서 문득 발견하는 새로움.
아마도 우린 그 작은 새로움들로 삶을 채우고
조금은 풍요롭게 한 걸음 내딛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