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옆 태블릿 PC를 원터치하고 영어 클래스 영상을 재생한다. 주로 아침, 저녁으로 화장하거나 드라이기를 사용할 때 영상 속 짧은 문장을 따라 말한다. 딱 5분에서 10분. 영어 공부라고 거창할 게 없다. 이렇게 ‘원터치’ 습관으로 하루를 뿌듯하게 시작한다.
현관을 나서기 전, 집을 대충 정리하고 로봇청소기 버튼을 누른다. 그 덕분에 집에 돌아와서 한결 쾌적해진 집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정리해 준 것 같은 위로를 받는다. 설거지도 마찬가지다. 애벌 설거지만 하고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고 원터치. 자기 전엔 세탁물을 분류하고, 다음 날 아침으로 세탁 완료 예약 버튼을 누른다. 잠들기 전에 오디오북 원터치 버튼을 누른다.
예전의 나는 뭐든 ‘제대로 하려면 내가 다 해야 한다’라고 믿었다. 그래서 청소, 설거지, 공부… 전부 ‘해야 할 일’이라는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그 무게가 삶을 점점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나는 다르게 살아간다. 이제는 내 하루가 수많은 ‘원터치’ 위에서 돌아간다. 작고 간단한 행동 하나로, 하루를 부드럽게 이어가는 것이다.
심리학자 제임스 클리어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작고 간단한 행동이 반복될수록 더 큰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운동을 결심할 때도 헬스장에 가기보다 그냥 운동복을 입는 습관부터 들이는 것처럼 간단한 행동부터 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좋은 습관을 만든다고 한다.
심리학자 B.J. 포그의 ‘작은 습관’ 이론에 따르면,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작고 간단해야 한다’라는 점이다.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이면서 뇌는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신호를 받아들이고, 이 작은 반복이 자존감과 행동 동기를 높인다.
내 원터치 습관도 마찬가지였다. 큰 결심이나 긴 시간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버튼 하나를 누르고, 그걸 반복한다. 캡슐커피머신에 버튼 하나만 눌렀을 뿐인데, 여유롭게 커피 한잔했다는 만족감이 남는다. 원터치가 삶을 가뿐하게 만들어 주는 게 분명했다. 처음부터 100% 완벽한 걸 목표로 잡으면 시작조차 어렵다. 하지만 버튼을 누르고 일단 시작하면, 어느 순간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 오늘도 나는 내 삶의 작은 원터치를 누른다. 무거운 부담 대신 가벼운 시작을 선택한다.